SNAKZINE

비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글작성시 입력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목록
October, 2021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MAC NET) 컬럼] 선상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1) 후보 기술 및 그 문제점들

 <글 : 서울대학교 임영섭 교수, 한국화학연구원 안진주 선임연구원>

 


이 글은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www.macnetkorea.com)의 '2020 MacNet 기술정책제언집' 에 발표된 글을 전재한 내용입니다.​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하여 육상의 대량 이산화탄소 발생원들을 대상으로 연구되어온 다양한 CCUS(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1) 기술들을 선박에 적용하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흡수, 흡착, 극저온, 분리막 등 포집 기술의 에너지 소모와 크기 문제, 선박 저장공간 문제, 전환 기술의 경제성 문제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기술 장벽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는 시점으로, 기술 한계 돌파를 통하여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1. EEDI 충족을 위한 방안의 필요성

기후 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화제로 떠오른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제 가시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조선해양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신조선 에너지 효율 설계지수, 즉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를 들 수 있다. 2013년 EEDI가 의무화되면서 기준 대비 2015년 10%(1단계), 2020년 20%(2단계), 2025년 30%(3단계) 감축과 같은 강력한 목표들이 제시되고, 3단계의 조기 도입 및 장기적으로 50~70%까지 감축하는 4단계 이상의 상향된 목표 논의도 지속되고 있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선박업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쟁점이 되었다. EEDI,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체 저항 감소, 추진 효율 증대, 엔진 효율 증대, 운항 효율 증대 등 다양한 방법들을 복합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이상 탄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연소 반응을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선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지지만 EEDI는 3단계부터는 일부 선종이, 4단계부터는 대부분의 선박이 LNG를 연료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논의되고 있는 EEDI의 만족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수소나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으나, 이러한 기술이 당장 수년 내에 대형 선박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상업성이 갖추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산화탄소중립으로 인정되는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아직 공급량에 대한 문제도 있고, 이제 겨우 선박용 일부 혼합 사용에 대한 테스트를 하는 와중에, 전 세계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이 바이오 연료로 운항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육상 발전 플랜트 등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즉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방법을 연구·적용해오고 있다.

2. CCUS 기술의 연구와 적용

CCUS 혹은 CCS라 불리는 이 접근 방법은 배기가스 내의 이산화탄소를 별도로 분리 포집(Capture)하여 다른 물질로 전환 활용(Utilization)하거나, 별도의 장소에 격리 저장(Storage or Sequestration)하여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방출을 막고자 하는 방법이다. 포집은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하는 기술적 방법과 시점에 따라서 순산소 연소, 연소 전 분리, 연소 후 분리로 나뉘며, 그 대표적인 기술은 아민과 같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아민 흡수 공정이다. 저장의 경우에는 압력이 떨어져서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점도가 높아서 잘 흐르지 않는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CO2 EOR(Enhanced Oil Recovery, 회수증진법) 방식이 경제적 타당성이 높아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만을 위해서는 지하의 염대수층(Saline Aquifer)이나 빈 유전·가스전이 존재하는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활용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반응을 이용하여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이산화탄소는 자연적으로 안정한 물질에 속하기 때문이에 이를 이용하여 반응을 시키고자 하면 일반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
육상에 적용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선상에도 CCUS를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존재한다. 기술적으로는 선박 위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 이를 선체에 저장하고 있다가 항구 등에서 수송 배출하면 되므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으며, 관련 연구들도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자 하면 아직까지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많이 존재하여 이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선상 CCUS에 적용 가능한 현 기술 후보들과 그 문제점들을 개략적으로 짚어본다.

■ CCUS 기술의 EEDI 감축 인정 문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선박에 CCUS를 적용한다고 하여도 현재는 이것이 EEDI를 충족하기 위한 CO2 저감 효과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상에서는 CO2 저감 수단으로 CCUS를 인정하는 방법들이 존재하나, 선박에 적용되는 EEDI에는 이러한 반영이 되어있지 않다. 이는 이하 기술할 포집, 선박 저장, 최종 저장 혹은 활용 방법 등이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CCUS가 이미 존재하는 방법론으로 육상에 적용되고 있는 실례를 생각해보면,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어 그 타당성이 확인될 경우 선상 CCUS를 이용한 CO2의 저감 효과도 EEDI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선박 저장 방법의 문제

순서대로라면 이산화탄소를 배기가스에서 어떻게 분리 포집할 것인지가 문제이지만, 전체 시스템을 고려할 때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선박 내 저장방법 문제이다. 선박의 경우 포집을 했다고 쳐도 이를 대기 배출할 수 없으므로 어떻게 저장할 것인지가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압축된 고압 CO2 기체, 액화된 액체 CO2, 혹은 고체 CO2(드라이아이스, 하이드레이트 혹은 반응으로 탄산염화된 CO2 등)의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세 방법 모두 저장공간에 적지 않은 부피를 할애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이는 선적 용량의 감소로 이어지므로 선박 운항에 경제적으로 손해를 미친다. 다음으로, 고압 압축을 하려고 해도, 냉각을 하려고 해도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체의 압축 및 액화 공정은 모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강도 저장 용기 혹은 증발가스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고압 압축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고강도 용기가 필요하게 되며, 액체나 드라이아이스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CO2 증발가스의 처리 방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증발하는 만큼 증가하는 압력을 버틸 수 있는 고강도 용기를 이용하거나, 이를 재액화 회수하는 방법론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모두 추가적인 투자비 혹은 운전비의 증가를 가져오는 요소이다. 반응을 통하여 CO2를 고체화하는 경우는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반응물의 공급 및 이를 선상 저장할 공간 투자, 반응기 투자, 반응 조건이 상온 상압이 아닌 경우 압축 및 가열을 위한 에너지 투자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고체화한 후 선박 내에 저장하지 않고 해저로 사출하는 연구 등도 존재하나 아직 실험적 단계로 환경적, 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

■ 포집 기술 적용의 문제

현재 육상에서 고려되는 포집 기술은 크게 연소 전(Pre-combustion) 포집, 연소 후(Post-combustion) 포집, 순산소 연소(Oxy-combustion) 기술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연소 전 포집의 경우 기존 화석 연료를 개질, 합성가스(수소와 일산화탄소 혼합물)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를 연소 전에 미리 포집하는 방법이며, 순산소 연소는 공기에서 산소만 분리하여 연료와 연소시켜 연소 후 배가스가 순도 높은 이산화탄소가 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기존 디젤 및 LNG 엔진을 사용하는 선박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남은 것은 연소 후 포집 방법인데, 포집 방법에 따라 ① 화학적 흡수 공정, ② 극저온 분리 공정, ③ 분리막 공정, ④ 흡착 공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화학적 흡수제(아민 등)를 이용한 흡수 공정
화학물질 중에는 이산화탄소와 선택적으로 반응이 잘 일어나는 물질들이 있다. 상업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민(Amine)이다. 아민은 암모니아의 수소원자 1~3개가 다른 기능분자로 치환된 것으로 이산화탄소와 만나 반응하면 물에 녹는 이온 형태가 된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배기가스에 아민 수용액을 분사하면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는 이온화되어 물에 녹아서 아민 수용액과 함께 회수가 가능하다. 이를 가열하면 이산화탄소가 해리되는 역반응이 진행되어 이산화탄소-물 혼합물을 기체로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며, 재생된 아민을 다시 흡수제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흡수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이 완료된 확실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경우 독성물질이며 부식 유발물질인 이산화황과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만 하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40여 년 넘게 사용되어온 기술이 화학적 흡수 방법이다. 아민 외에도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흡수제들이 개발되어 사용되어 왔으며 에너지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저감되어 왔다.
그러나 이를 선박에 적용하고자 하면 몇 가지 골치 아픈 점들이 생긴다. 첫째, 포집에는 에너지가 들지 않으나 흡수제 재생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량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다. 최신 혼합물 흡수제들은 성능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전통적인 아민은 CO2 톤당 약 3~4GJ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배기가스에서 시간당 1톤의 CO2를 포집하려면 최소 2~2.5MW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선박의 출력을 생각해볼 때 부담스러운 에너지 소모량이 될 수 있다. 둘째, 설사 포집을 했다 하더라도, CO2가 상압의 기체로 포집되므로 이를 어떻게 저장할 것인가에 따라서 다시 저장용 CO2를 만드는 공정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액체 CO2로 저장하려면 흡수 공정에 이어서 액화 공정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는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셋째, 흡수 공정 설비의 크기가 선박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CO2 흡수 및 탈거 반응은 반응 속도가 느린 편으로, 높은 증류탑을 통해서 지속적인 기액 접촉을 유지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육상에 설치되는 일반적인 흡수탑·탈거탑은 높이가 20m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선박 설계에 큰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수평으로 배치하여도 문제가 없는 분리 설비와 달리 흡수탑은 기액 접촉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가로로 눕힐 수도 없다. 흡수탑 높이를 줄이려면 반응 속도가 빠른 물질을 써야 하는데 그러면 흡수할 수 있는 총량이 감소하여 더 많은 흡수제가 필요하게 되므로 필요 에너지가 늘어난다.

· 극저온 분리 공정
순수한 이산화탄소는 압력 조건에 따라 7기압에서는 -48도, 15기압에서는 -27도까지만 온도를 낮추면 액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가 섞인 기체 혼합물의 온도를 낮추면 이산화탄소를 기체와 분리하여 액체로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순수한 이산화탄소인 경우 해수 온도 정도의 냉매만으로도 압축 팽창 공정을 거쳐 액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별도의 냉매를 이용한 냉각 사이클을 적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이 방법 역시 선박 배기가스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곤란한 문제들이 있다.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는 순물질이 아닌 혼합물이며, 이산화탄소보다 질소의 농도가 높아서 혼합물의 특성이 질소에 의해 많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질소 85%, 이산화탄소 15%의 혼합 기체를 액화하려면 이론적으로 7기압에서 최소 -88도, 15기압에서 -77도 이하까지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 이렇게 되는 경우 단순 압축 팽창이나 단일 냉각 사이클로는 효율적인 분리가 어렵고 다단 냉각 사이클이나 극저온 증류탑을 이용한 다단 분리가 요구되며, 이는 요구되는 에너지 소모량을 늘어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극저온 분리는 주로 70~80%와 같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보다 높은 순도로 정제하는 공정에 주로 적용되어 왔다. 다른 문제는 물과 같은 불순물이 존재하는 경우, 결빙 등의 문제로으로 인해 노즐이 막히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분 제거가 요구된다. 또한 이산화탄소 자체도 고체화되기 쉬운 물질이므로 이러한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첨가제가 필요하거나 운전 조건을 세심히 유지하여야 한다.

· 멤브레인(분리막) 공정
소재에 따른 분자 크기 차이로 인해 특정 분자는 통과를 잘하지만 다른 특정 분자는 통과를 잘하지 못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기체를 분리하는 것을 멤브레인(분리막) 공정이라고 한다. 이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질소 등 다른 물질에서 분리하는 멤브레인 공정들이 육상에서는 실증 단계까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멤브레인 공정의 두드러진 장점은 습식 흡수 방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 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기체를 투과시키기 위해서 사전 압축 혹은 진공을 만들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에너지 소모량이 적지 않다. 특히 습식 흡수와 같은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만들기 어렵고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2회, 3회 이상의 투과가 필요하게 된다.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투과 혹은 비투과시킬 수 있는 멤브레인 소재의 개발과 이를 연속 공정에 적합한 형태로 성형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멤브레인 공정은 막에 분진이나 수분 등의 이물질이 붙으면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제거 처리가 필수적이다. 장기간 연속 운전하는 경우 성능의 저하 현상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 흡착공정(PSA/TSA)
숯과 같은 다공성 물질은 내부에 미세한 틈새들을 가지고 있어서 여기에 다른 분자들이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는데 이를 흡착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 이산화탄소 분자와 친화성이 높아서 이를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는 제올라이트(Zeolite)나 금속유기골격체(MOF) 등의 다공성 물질을 개발,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흡착제 특성에 따라 압력 차이 혹은 온도 차이로 인하여 물질을 흡착 및 탈착하는 공정을 PSA(Pressure Swing Adsorption) 혹은 TSA(Temperature Swing Adsorption)라고 한다. PSA나 TSA는 비교적 저온 혹은 저압에서 운전이 가능하며, 화학반응이 아닌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운전이 간단하고 개조가 용이한 장점을 가진다. 반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장치의 크기가 크고 여러 개의 흡착 베드가 필요하여 습식 포집 공정보다 거대하다는 단점을 지닌다. 또한 흡착제의 탈착·흡착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압력 차이 혹은 온도 차이가 매우 커서 요구 에너지량에 대한 정확한 비교 평가도 필요하다.

■ 포집, 선박 저장 이후 최종 활용처의 문제

앞서 언급한 포집 및 선박 저장에 문제가 되는 기술적 이슈들을 해결했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이를 항구까지 실어 나른 이후 이를 최종적으로 어디로 보내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경제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상업적 공정은 많지 않다. 대량의 CO2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점도가 높은 유전에 CO2를 주입하여 유체 유동성을 확보,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석유 회수 증진법(EOR; Enhanced Oil Recovery)에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근처에 적용이 가능한 유전이 존재해야 사용할 수 있다. 빈 가스전이나 지층에 매립하는 프로젝트도 존재하나, 이는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 공정이 아니므로 제약 없이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무리이다. 때문에 탄소세 등을 조기에 강력하게 도입한 노르웨이와 같이 제한된 곳에서만 현재 사용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여 연료나 유용한 석유화학 상품을 생산하는 전환(Conversion)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자연계에서 안정적인 물질 중 하나로서, 이를 원료로 다른 물질을 만드는 전환 공정은 높은 경제성을 갖추기가 어렵다.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은 열 촉매 전환, 전기화학 전환, 광 전환, 생물 전환 등으로 분류되며, 이 중 현재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은 기술군은 열 촉매 전환이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활용, 고온 혹은 고압에서 촉매 반응을 통하여 고분자 물질(폴리카보네이트, 폴리우레탄 등)이나 중간 원료 물질(일산화탄소, 메탄올, 개미산 등)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이 중 많은 연구가 되어온 공정은 이산화탄소-메탄올 전환 공정으로,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수소화하는 반응을 통하여 일산화탄소와 수소의 혼합물인 합성가스(Synthesis Gas)를 만든 후 이로부터 메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많이 사용되는 촉매는 구리, 아연, 알루미늄 계열이 대표적이나 아직 수율이 충분히 높지 않아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추가적인 반응물로 수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소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경제성 및 환경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대표 기술은 이산화탄소 광물화 기술로,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알칼리 토금속(마그네슘(Mg)이나 칼슘(Ca)과 같은 주기율표의 2족 원소를 말함)을 포함하는 액체 혹은 고체와 반응시켜 탄산염(예를 들면 탄산 칼슘 CaCO3) 광물로 고정화하는 기술을 통칭한다. 탄산염은 이산화탄소보다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에 외부 에너지 투입이 이론적으로 적으며, 별도의 포집 절차 없이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바로 고체상의 물질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실제로 직접 탄산화 공정이 개발 및 적용된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의 반응 속도가 느려서 대형 설비 혹은 지속적인 에너지 투입이 요구되며, 원료가 되는 알칼리 물질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므로 대량의 원료물질 저장소가 필요, 이를 선상에 싣고 다녀야 하므로 선박에 적용하기에는 불리함이 커진다.

3.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신기술 연구 필요성

이처럼 현재 다양한 CCUS 기술들이 연구되어 왔으며 일부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상태에 있으나, 이를 선박에 적용하려고 보면 골치 아픈 문제들이 여럿 남아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 추진과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보다 오히려 연료 추진 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더 빠른 기술적 해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수소의 사용 또한 들여다보면 십수 년 내에 간단히 적용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최종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와 같은 혼란 상황에서는 기술적 다양성 측면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은 어떤 기술이 다음 세대의 패자가 될지 알 수 없는 기술적 춘추 전국 시대와 같다. 역으로 말하면, 기술 한계 돌파가 있다면 새로운 시대의 기술 맹주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대한민국 산업이 다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