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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1
[알기 쉬운 전공에세이] 디지털화와 지속가능한 생산 및 개발

 <글 : 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정용국 교수 yongkuk@kth.se>


Digitalization and sustainable production development

 

 

​필자는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하고 있는 KTH 왕립공과대학 지속가능 생산 개발 학과(Department of Sustainable Production Development, 스웨덴어로는 Hållbar produktionsutveckling로 표기하여 약자로 표기할 때는 HPU로 표기함)에서 생산 물류(Production logistics) 연구팀의 막내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2019년 겨울, 박사 후 연구원으로 시작된 이 연구팀과의 인연은 좋은 기회가 되어 스웨덴 생활 3년 차가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지속가능 생산 개발 학과는 생산 물류(Production logistics), 생산 관리(Production management), 산업 신뢰성(Industrial dependability) 연구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산 및 물류 시스템의 디지털 기술 개발과 적용, 오래갈 제조 산업의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생산 관리 방법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HPU 구성원들 - 2020 Södertälje Science Week에서>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필자가 처음 이 학과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학과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나 개념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막연히 친환경과 관련된 전략이나 정책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 수업에 참여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지난 3년 동안 만나오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을 조금 더 명확히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 지속가능한 개발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산 및 개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학과 이름뿐만 아니라 학과 및 연구팀 운영 방식도 필자가 경험했던 시스템과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과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세 개의 연구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연구팀에는 2~3명의 교수진과 박사후연구원이 있으며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들이 학과의 고용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사과정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연구원들은 각자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다른 연구팀과의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생산 및 개발이 포함하고 있는 영역이 광범위하고 다학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운영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속가능성, 지속가능한 개발이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개념은 환경과 관련된 개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환경과 관련된 요소(environmental)만 고려한 것이 아니고, 경제적(economic), 사회적(social)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이 명확히 학술적으로 정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 경제, 사회적 요소를 지속가능성을 구성하는 요소(components), 기둥(pillars), 차원(dimensions), 관점(perspectives), 측면(aspects)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도 그중에서는 세 개의 기둥을 의미하는 “Three pillars of sustainability” 개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Three pillars of sustainability (Purvis et al., 2019)>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개발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것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미래 세대의 생활 수준에 대한 희생 없이 현재 세대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개발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단순히 경제적 수준의 개발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수준과 관련된 거의 모든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우리가 한정된 자원을 국가, 인종, 나이, 성별 등과 상관없이 함께 공유하고 있으면서 더 나은 생활 수준을 기대하고 있고 또한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자원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중요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UN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가능발전목표 (The 17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169개의 세부 사항을 정의하여 발표하였다. 각각의 목표는 현재의 수치와 2030년에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하고 있다.

 


<The 17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ttps://sdgs.un.org/goals)>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KTH에서는 모든 수업 계획서에 SDG와 해당 수업의 내용, 그리고 수업에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서술하게 되어 있으며, 특히 필자가 속해있는 HPU에서는 Sustainable Production Development (지속가능 생산 개발) 석사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https://www.kth.se/en/studies/master/sustainable-production-development). 본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은 스웨덴, 유럽 내 정부 기관이나 제조업, 서비스업에 취업하여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 정부 연구 기관인 RISE (Research Institutes of Sweden)에서도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어떤 SDG와 관련이 있는지를 연관 지어 홍보하고 있다. 
 

 

<https://www.ri.se/en/what-we-do/projects/digitalisation-of-the-construction-industry-through-collaboration>

 

필자는 현재 연구팀에서 위와 같은 지속가능한 목표를 생산 물류, 생산 시스템과 연관 지어 지속가능한 생산 물류 시스템, 생산 물류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인구가 우리나라의 1/10 수준으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하여 내수시장이 크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산업화 초기부터 일찍이 수출 주도형 국가로 성장 정책을 펼쳐왔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 Volvo, Scania, 철강 - SKF, 전자 - Electrolux, 제약 - AstraZeneca, 가구 - IKEA, 패션 - H&M, 통신 - Ericsson, 기계 - ABB, Atlas Copco, 방산 - Saab). 또한 스웨덴은 전체 GDP 대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12.5% (World Bank, 2020) 수준으로 우리나라 (25% - World Bank, 2020)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웨덴 정부에서도 Smart Industry (https://www.business-sweden.com/markets/sweden/smart-industry/), Produktion 2030 (https://produktion2030.se/en/) 등 제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 과제도 대부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웨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로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통한 생산 물류 시스템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화는 digitazation, digitalization, digital transformation 단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원시적인 단계인 digitization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화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데이터 수준의 디지털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digitalization은 디지털화된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기술 수준의 디지털화로 정의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digital transformation 단계는 디지털화된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산 물류 시스템 분야에서는 데이터, 기술 수준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의 지게차와 같은 물류 설비를 AGV (automated guided vehicle) 혹은 AMR (autonomous mobile robot)으로 대체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여 생산 물류 시스템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Digital twin in production logistics - https://youtu.be/F8KHRs2opb4>

 

이와 같은 연구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사례로 소개되면서 제조 시스템의 미래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한 개발 관점에서 디지털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향후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근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디지털화를 통한 친환경 제조 시스템의 효과를 평가하고자 하였다. 이들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 및 물류 시스템의 효율이 높아지고 사용되는 자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보였으며,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디지털화 장비를 사용함에 있어서 추가로 사용된 자원과 디지털 장비의 사용과 폐기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Chen et al., 2020). 또한 앞서 언급한 SDGs와 디지털화 사례를 연결짓기도 하였는데, 이를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았거나 정량적인 평가를 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였다 (Klymenko et al., 2019). 또 다른 재미있는 연구로는 디지털화와 ICT 기술의 발전이 실질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데 기여를 하는지 분석을 한 것이 있다. ICT 기술 도입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 효율 증가에 따른 간접 영향, 경제적 성장에 따른 영향,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나누어 분석을 수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직까지는) 디지털화와 ICT 기술 발전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데 기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Lange et al., 2020).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디지털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향후 실증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증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Demartini et al. (2019)의 연구에서는 생산성 (productivity), 탄력성 (resilience),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관점에서 디지털화 기술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고,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제조 비용, 에너지 효율, 이산화탄소 배출량, 폐기물 배출량과 같은 일반적인 지표들도 있지만, 친환경 기술에 재투자된 비용,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 수 등 창의적인 지표들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은 여전히 제조업, 생산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애플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충전기를 패키지에서 제외하면서 이슈가 된 사례가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충전기를 패키지에서 제외하면서 제품 패키지의 크기를 줄이고, 이에 따른 포장 비용, 물류 비용을 절감하여 표면적으로는 (그리고 실질적으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한 운동화, 전자 제품 등 다양한 기업에서 제품의 소재나 디자인을 개선하여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충전기를 제외한 새로운 아이폰 패키지(애플)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운동화(아디다스), 마우스(MS)>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것이며 기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따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EU에서는 최근 이와 관련하여 디지털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인 2030 Digital Compass: the European way for the Digital Decade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HTML/?uri=CELEX:52021DC0118&from=en)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년여간 전세계적으로 예상치 못한 COVID-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하여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는데 디지털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Zoom, Teams를 이용한 미팅, 수업 등이 일상화되었고, 대부분의 학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단점도 있었지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융합과 협업을 가속화하기도 하였다.
 

<Fashionable outfits for working from home (https://www.newyorker.com/humor/daily-shouts/fashionable-outfits-for-working-from-home)>  

 

이와 같은 맥락으로 EU에서 발표한 2030 Digital Compass에서는 향후 10년간 디지털 기술을 갖춘 전문가 양성과 사회구성원들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향상, 안전하고 성능이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다양한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구체적인 목표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목표는 EU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도 고려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양한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정보의 소유 문제, 접근성 문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은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정성적인 연구나 분석보다는 정량적인 연구나 분석이 익숙한 전형적인 이과(?) 성향을 가진 환경에서 성장하고 자라왔으며, 이전 대부분의 연구 경험도 수식이나 숫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과 같은 개념을 설명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필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그동안 경험했던 관점을 공유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확한 결론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디지털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References

Purvis, B., Mao, Y., & Robinson, D. (2019). Three pillars of sustainability: in search of conceptual origins. Sustainability science, 14(3), 681-695.

Chen, X., Despeisse, M., & Johansson, B. (2020).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of digitalization in manufacturing: A review. Sustainability, 12(24), 10298.

Klymenko, O., Halse, L. L., Jæger, B., & Nerger, A. J. (2019). Digitalization and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What are the opportunities?. EurOMA.

Lange, S., Pohl, J., & Santarius, T. (2020). Digitalization and energy consumption. Does ICT reduce energy demand?. Ecological Economics, 176, 106760.

Demartini, M., Evans, S., & Tonelli, F. (2019). Digitalization technologies for industrial sustainability. Procedia manufacturing, 33, 264-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