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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1
[산업현장 이야기]
<글 : MODEC Internation Inc. 최명근 박사 myoungchoi@gmail.com>

필자는 한국에서 조선해양공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서 위촉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Texas A&M에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나와 학위를 마치고 McDermott과 Keppelfels 두 모기업의 합자 설계 회사인 FloaTEC 에서 근무하다가 FPSO EPCI와 Operation을 메인 사업으로 하는 MODEC Group의 MODEC Internation Inc. (Houston, Texas, USA 소재)에서 Naval Architect로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휴스턴 

휴스턴은 놀랍게도 미국영화에 나오는 텍사스 중부의 황량한 사막 같지는 않다. 바다가 1시간 거리에 있지만, 주변에 산은 찾아볼 수 없고 땅도 많고 비옥하지도 않아서인지 땅값도 싸다 보니 대부분은 1층 건물이라 고가도로나 간혹 높은 건물에 올라가면 멀리 지평선이 수평선 마냥 곡선을 그리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또 자기가 있는 곳에서는 비가 오고 있지 않지만, 저 멀리 비가 내리는 것을 알려주는 검은 구름 같은 것을 땅 위에서 보는 일도 흔하다. 그만큼 도시가 커서 막히지 않는 시간에도 같은 도시지만 좀 먼 곳에 사는 지인들의 집에 가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도 흔하다. 아무튼, 이 광활한 도시의 메인 산업은 석유와 가스 산업이다. 석유파동 이후 메디컬 산업이 발달하여 (특히 암센터가 유명하다) 한국에서 유명하신 분들이 많이 다녀가곤 한다….

휴스턴의 석유산업

업계에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석유산업은 끊임없는 부침에 시달려왔고 시달리고 있다. 휴스턴에서만 십 년이 조금 넘는 경력의 필자도 이미 세 번의 다운턴을 겪어봤다.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2008년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2011년 정도부터 괜찮아지더니 2013년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다시 2014년에는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셰일가스의 위협이 사라져가는 와중에 재생에너지가 호황을 이루며 업계는 쉽지 않은 길을 이어가고 있다. 

어찌 되었든 휴스턴은 자타공인 석유산업의 메카이다.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한 굵직한 석유회사들의 본사 혹은 본사 같은 미국 지사들이 엄청나게 모여있다. 이들을 Client로 하는 각종 회사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휴스턴 하면 여러 행사 중에서도 OTC (Offshore Technology Conference)를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OTC로서 OTC Houston이라 칭하지도 않는다. (현재는 OTC Brazil과 OTC Asia 행사가 생겨났다) OTC는 매년 5월에 열리는 연례행사로 Pandemic 전에는 OTC가 열리는 주에는 휴스턴행 비행기 편과 휴스턴 내 호텔 방이 비싸지기도 하지만 구하기도 어려웠었다. 2020년 OTC 행사는 하반기로 연기되었다가 종국에는 취소가 되었고 2021년 OTC는 8월에 On/Offline Hybrid 형태로 치러졌다. 

휴스턴 회사생활

한국에서의 회사생활 경험이 없으며 (KRISO에서의 채 일 년이 안 되는 위촉연구원 생활이 전부다) 미국 그중에서도 휴스턴에서만 회사생활 그것도 겨우 두 회사만을 경험한 필자의 견해임을 미리 밝혀 두어야겠다. 그래도 미국회사 생활이라 칭하기로 한다. 

전해 듣는바 한국회사 생활과 미국 회사생활 특히 엔지니어로서의 회사생활은 차이점이 많다. 우선 주로 맡은 임무 외의 일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가 도면을 그려야 할 경우 드래프터들에게 일을 준다. 좋은 점은 드래프터들이 버전컨트롤, 템플릿 등의 관리를 연속적으로 하니 일관성이 있다. 나쁜 점은 엔지니어와 드래프터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하거나 드래프터의 역량과 이해도가 부족할 경우 일의 진도가 현저히 저하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엔지니어로서 은퇴할 때까지 일할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 엔지니어로 은퇴하신 선배님들을 종종 보아왔다. 엔지니어로서 역량을 계속 발휘하는 게 직원 적성에 맞는다면 회사로서도 그렇게 하게 하는 것이 매니지먼트일을 시키는 것보다 이익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업무시간이 자유롭다. 한국도 많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본인의 일과는 본인 결정이다. 총 업무시간만 채우고 업무만 마친다면 일찍 왔다가 일찍 가든 늦게 왔다가 늦게 가든 상관이 없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필자 회사에서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의 효율이 떨어지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는 재택근무에서도 모든 직원이 업무시간과 업무량을 잘 맞추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업무시간 이후의 삶은 온전히 본인의 삶이다. 정말 시간을 맞춰야 하는 급한 일이 아닌 경우 퇴근을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또한, 필자에겐 아쉬울 때가 가끔 있지만 각자 퇴근 시간이 달라서인지 직원들 간 혹은 회사 주최의 저녁 모임은 거의 없다. 

필자의 엔지니어로서 회사생활

필자의 경우 석유 시추플랫폼 중에 TLP와 Semi 형태만 다루는 팀에 소속되어 있는 데다가 좀 특별한 계류장치 (Tendon)을 주로 다루었었다. 프로젝트 실행 참여가 초기 설계부터 상세설계 그리고 설치까지 이루어지다 보니 수치해석과 도면작성 등을 거쳐 Vendor Interface, Component 제작 감독, Mooring system 건조 감독, 그리고 해상 설치 감독을 두루 거치는 일을 해왔다. 안타깝게도 TLP 플랫폼 프로젝트가 거의 발주 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FPSO brown field (이미 설치된 FPSO를 수리· 유지보수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고 해상 설치에 가장 관심이 많았었는데 최근에는 세계 최초 Disconnectable Tower Yoke FPSO 설치 엔지니어로서 설치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TLP Type Floating Wind Turbine 개발 일을 돕고 있다. 

발런티어

필자의 경우 박사과정 중에 KOEA (Korean-American Oil&Gas Engineers Association) 라는 Non-profit organization에서 web manager로 봉사하게 되는 기회를 얻어 업계경력보다 더 길게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2020년에는 매년 하던 KOEA Annual Forum을 취소하였고 2021년에는 KOEA Annual Forum을 8월 19일에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한국과 휴스턴 시각이 잘 맞지는 않지만, 온라인 행사가 많아진 지금 행사가 진행되는 휴스턴 저녁이 한국 오전이라 web page(Koea.us)에 뜨는 정보를 확인하고 행사에 참여할 수가 있음을 홍보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