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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1
[학생기자단] 국산 수중로봇의 발돋움, URI 3형제

에너지 사용량 증가와 함께 해양 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해양구조물이 시공되고 있으며, 그 위치는 연안에서 대수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심해에서의 시공은 수중환경을 극복하고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해양로봇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필요에 맞춰 우리나라도 수중건설로봇 개발을 위한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 사업단’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국내에서 수중건설로봇, ‘URI’ 시리즈를 개발함으로써 해양구조물의 시공 및 유지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 학생기자단은 국내 수중로봇에 대해 알아보고자, 이 연구의 중심에 계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실증로봇센터 장인성 센터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왼쪽부터 고은아 학생기자, 천현민 학생기자, 장인성 센터장, 서지영 학생기자>


Q. 장인성 센터장님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로봇실증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해양로봇실증센터의 센터장 장인성이라고 합니다.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 후 연구원으로 해양과학기술원에서 해저 장비를 설치하기 전 지반 조사를 하는 과제에 참여하였습니다. 해당 과제의 실무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저 장비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수중건설로봇 사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로봇실증센터는 해양수산부의 연구개발 사업인 수중건설로봇사업단으로 처음 출범하였습니다. 이후에는 규모가 확장되어, 현재의 해양로봇실증센터로 분리 독립하였습니다. 해양로봇실증센터는 심해에서 인간 대신 해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의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되었습니다.

 

Q. URI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수중건설로봇인 URI-L, URI-T, URI-R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이로 인해 얻는 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수중건설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해양 탐사, 해저 자원 개발과 같은 해저 작업을 수행하는 용도로 개발되었습니다. 그중 우리나라가 개발한 수중건설로봇 URI는 Underwater Robotics, It’s의 약자로, 우리 기술로 제작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수중건설로봇의 특징>


URI는 작업 용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로 URI-L(Underwater Robotics, It’s - Light)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작업이 주된 역할입니다. URI-L은 수중에 떠다니면서, 해저면 지도를 그리거나 해양 생물을 탐사하고, 해양 구조물의 간단한 유지 보수를 수행합니다. 두 번째로 URI-T(Underwater Robotics, It’s - Trencher)는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URI-T에 장착된 워터젯이 물을 쏘면서 해저 지면을 파면, 파인 부분에 해저 케이블을 매설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시각기반 제어기술인 비주얼 서보잉(Visual Servoing)으로 빠른 속도로 해저 케이블을 매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마지막으로 URI-R(Underwater Robotics, It’s - Rocker)는 해저의 굴삭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크레인 형태의 암이나 쇠통 형태의 트렌칭 커터(Trenching Cutter)를 장착할 수 있어 단단한 암반 파쇄, 메우기, 커팅, 고르기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Q. KIOST에서는 수중로봇의 정밀한 실증 및 테스트를 위해 어떤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로봇실증센터 실험수조 (좌: 3차원 수조, 우: 회류수조)>


A.​ KIOST의 수조에는 3차원 수조(35m×20m×9.6m)와 회류수조(20m×5m×6.2m) 가 있습니다. 

 

3차원 수조는 수중로봇의 수중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수중 카메라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조 내 흐름을 형성하는 회류수조는 최대 유속 3.4knots로, 속도 균일도 95% 이상의 조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 수조입니다. 또한, 유동장 해석을 위한 PIV(Particle Image Velocimetry, 입자영상유속계)가 설치되어 있어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교육용과 상업용으로 사용되는 고압챔버와 최대 30ton 무게의 로봇을 이동, 회수하는 호이스트(HOIST) 크레인 등의 장비가 KIOST 해양로봇실증센터에 갖춰져 있습니다.

 

Q. 깊은 수심에서 작업하는 URI에 내재 된 기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깊은 수심에서 로봇이 압력을 견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압력이 커지는 만큼 판의 두께를 두껍게 해 압력을 견디는 내압 기술입니다. 이 방법은 두께를 이용해 압력을 견디므로 구조설계가 중요시됩니다. 두 번째는 압력 보상을 고려한 방법입니다. 압력 보상의 개념은 물속에서 페트병이 찌그러지는 원리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뚜껑이 닫힌 빈 페트병을 물속에 넣게 되면 찌그러지지만, 물이 꽉 찬 페트병은 모양을 유지하게 됩니다. 수중로봇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중로봇은 기존 재료보다 유연한 재료로 만들어 수중에 투입하게 되는데, 로봇이 받는 압력만큼 절연유를 채워 넣습니다. 이처럼 압력 보상을 해주면 로봇이 받을 수 있는 압력 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로봇들은 수온이나 염분 관련한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수온이나 염분에 따라 로봇에 작용하는 부력이 달라질 수 있어, 수중로봇은 부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로봇에 사용되는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온이나 염분 내에서 버틸 수 있도록 제작됩니다. 남극과 같이 로봇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역은 투입되기 위한 조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로봇을 설계하게 됩니다.

 

Q. 해저에서 작업 중 로봇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해결방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로봇을 수리하는 시간인 ‘다운 타임’은 경제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습니다. 로봇을 수중에서 끌어올릴 때 빠르면 분당 30m로 진행하는데, 2,500m에서 작업하는 URI 로봇의 경우에는 대략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이처럼 로봇을 움직이는 시간을 포함해 가동을 멈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배들과 로봇이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므로 경제적 손실이 커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중에서 작업하는 로봇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장진단 기술을 통해 기계 손상을 수리하게 됩니다. 기술 사용 이전에는 로봇이 각각의 모듈별로 세분되어 있어, 수많은 부분 중 어떤 부분이 고장 났는지 확인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로봇의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고장진단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확인하면, 필요한 스페어 부품을 찾아 빠르게 수리를 진행해 효과적으로 다운 타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Q. 우리 국산 로봇, URI가 해외 로봇과 견주었을 때 지닌 능력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A.​ KIOST는 수중건설로봇 제작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2013년부터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 개발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URI 시리즈의 국산화율은 국산화 기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객관화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전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았을 당시에는 60~65%, 현재는 85% 정도 국산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 평가하기 위한 제도

URI 시리즈 사양은 해외 장비와 비교했을 때,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해외 기술과 견주었을 때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URI-L은 Smart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로 위치를 지정해두면 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와 유사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회사에서는 URI의 서브 모듈을 직접 찾아보고 납품을 요청할 정도인 것으로 보아 URI 기술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URI-T는 시간당 최대 2km 속도로 작업이 가능하며, 해외 경쟁사 제품보다 2배 정도 매설속도가 빠릅니다. 외에도 해저케이블 유지보수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케이블 및 관로 탐색 장치, 절단기 등의 장치가 있어 장비 운용 면에서도 효율적입니다. URI-R은 툴을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으며 360도 어라운드 뷰가 가능합니다. 360도 어라운드 뷰는 해저지형에서 이동해 지형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URI-R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URI-T와 유사하게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은 전체적으로 흔하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우수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로봇은 실적이 많지 않아 신뢰도, 인지도 등 미흡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더 많은 곳에서 URI 시리즈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보다 많은 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연구진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수중건설로봇을 상용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부 R&D 성과의 공공조달 생태계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 최근 정부의 R&D 사업은 선순환 방식을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이디어 구축, 연구개발, 결과물을 이용한 테스트 이후 공인인증시험을 통해 객관적인 시험평가를 진행합니다. 시험평가까지 진행되면 인증 표준화, 현장적용 실적(Track Record)확보 등의 일을 합니다. 기술의 성숙도를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내는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은 총 9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7단계 정도가 되면 본격적인 실적(Record)을 쌓게 되는데, 이 실적들이 쌓이면 수중건설로봇의 가치를 인정받고 실용화 및 시장에서의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URI 시리즈의 현장 작업 (좌: URI-R, 우: URI-T)>


해양로봇실증센터에서는 2019년 3월 실적을 쌓기 위해 추가로 예산을 지원받았으며, 3년 내 한 로봇당 실적 하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R&D 사업으로 실적을 쌓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URI-T, URI-R은 2019년 12월 1차에 곧바로 실적을 쌓으며 긍정적인 첫 시작을 끊었습니다. 그중 URI-T는 통영 앞 욕지도 인근 섬과 섬 사이 해저 상수관로 공사에 사용되었습니다.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친 후, 거제도,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도 추가로 계약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URI-L은 심해저 생물조사 방향으로도 활용하기 시작해 지난 5월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외에도 다양한 실적을 쌓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수중건설로봇 외에도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해양로봇실증센터의 중장기적 목표와 마지막 인사 부탁 드립니다. 

A.​ 우선, 해양로봇실증센터의 핵심 연구 과제로는 수중건설로봇인 URI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해류 수조를 이용한 조류 발전기의 배치 효율화, 수중로봇의 시험평가선 개조, 항만 인프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스마트 항만 등 해양 관련 다양한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레저 로봇이나 무인잠수정(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과 같은 새로운 사업 진행도 구상 중입니다.

해양로봇 분야는 해외에서 30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해 표준화 인증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평가, 표준화 인증, 실적 쌓기 등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해양로봇실증센터에서는 수중건설로봇을 시작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다른 해양로봇 연구의 길을 터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선해양 산업분야에서 R&D 사업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해양로봇실증센터는 세계 해양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 전체적인 해양로봇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 해양로봇실증센터의 목표이자 바람이고 비전입니다.

 

인터뷰 후기


COVID-19 속에서 대면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KIOST 해양로봇실증센터 장인성 센터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장인성 센터장님을 뵙고 들은 수중로봇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해양로봇들이 ‘개발’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시작했다면, 지금은 개발을 넘어 응용까지 고려하고 만들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모든 해양구조물은 안전과 운영을 위해 구조설계가 필수 되는 것처럼, 수중로봇 역시도 압력을 견디기 위한 부분에서 구조설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어서 ‘압력 보상’에 대해, 페트병을 예시로 쉽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최근의 수중로봇들은 어떤 방식으로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개발된 URI 로봇이 결코 해외기술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 그 개발 과정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중로봇의 열려있는 개발 가능성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수중로봇이 더 발전해서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해양과학기술연구원 해양로봇실증센터 장인성 센터장님과의 인터뷰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해양로봇실증센터에서는 해양로봇에 대한 연구에 국한되지 않고, 해양로봇을 인도하는 디피 선박의 개조, 소형 조류 발전기의 배치 최적화 등 해양에 대해 전반적이며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센터장님 또한 토목공학과 박사를 지내시다 해양 연구원이 되신 일담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수중건설로봇 URI와 같은 해양로봇들이 출시 및 상용화된다면 우리나라도 해양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조선해양 산업분야에서 R&D 사업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해양로봇실증센터의 목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교 시절, 드론을 이용해 수중에서 촬영을 하는 것을 목표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사전준비가 미흡한 실험이었기에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때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항상 지니고 있었습니다. 학생기자단을 하며 한 번은 수중로봇의 현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경험을 희망했고, 이번 장인성 센터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실험을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영상의 시야가 너무 좁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련 지식이 부족해 아무리 실험해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URI의 가시거리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URI는 동해에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10m 이상 가시거리가 확보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날이 좋지 않으면 가시거리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카메라 대신 소나를 통해 주변을 파악한다고 합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모여 고민하던 문제를 실제 연구에서는 이렇게 해결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인터뷰 시간이 보다 즐거웠던 거 같습니다.

URI 시리즈 관련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에게 위험한 작업을 대신해주는 로봇의 개발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구원님처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