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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1
[깊이 보는 뉴스 읽기] 선박 탈탄소 연료 전망 (1/3)

 <글 : (주) 보성 권효재 상무 jay.kwon7775@gmail.com> 

  


2050년까지 배출하고 흡수한 온실가스의 총량의 0으로 만든다는 의미의 2050 넷제로 혹은 탄소중립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의지 표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유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비가역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함입니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에 기반을 둔 원시 경제에서 농경을 시작하면서 문명을 꽃피울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안정된 기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구권 전체로 4계절의 평균 기온이 15도를 기준으로 지난 10만 년간 평균 기온은 상하 1도 범위에서 형성되었으나, 1850년부터 시작된 산업화 이후 자연적인 온도변화의 기후 메커니즘이 교란되어 지구는 급속하게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동안의 지구 평균 온도 변화 (출처: IPCC)>

 

150년간 이미 1.2도 정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했습니다. 이 정도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 것인지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생태계가 적응하기에는 턱없이 빠르기 때문에 이런 온도 상승 속도가 유지된다면 극단적인 날씨 발생 빈도 증가, 해양 생태계 파괴, 녹아내린 얼음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의 기후위기(climate crisis) 혹은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은 불가피합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인간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논쟁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전세계적인 협약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데에도 체감할 수 있는 기후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기후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기준 대비 2도 이상 올라가게 되면 사람의 노력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는 상태로 기후 시스템이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비가역적인 기후변화라고 지칭합니다. 이렇게 되면 인류의 문명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므로 세계 각국은 2050 넷제로 달성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에너지 체계를 탄소 연료 기반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운 업계도 이러한 탈탄소 노력에 공명하여 수년 전부터 IMO와 유럽의 선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선박의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과 관련된 각종 규제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들의 명칭과 세부 내용은 다양하지만, 각종 규제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해운업을 통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이 0이 되어야 하며, 이 시점에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해운의 넷제로에 도달하면 좋겠지만, IMO에 등록된 선박이 11만 척이 넘고 이들 선박의 99.9% 이상이 화석연료를 이용하는게 현실이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논의와 협상 끝에 IMO에서는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점진적으로 배출하자고 결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선박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량화한 지표 (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를 설정하고 이 지표의 상한선을 매년 낮춰 가면서 기준에 초과하는 선박은 도태되게끔 규제 메커니즘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40년간 도로 교통 분야에서 진행된 연비 규제와 유사합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된 연비 규제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40년 전에 비해 자동차들의 평균 출력을 약 2배 높아졌지만, 평균 연비는 오히려 약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즉 40년 전에 비하면 차량 1대의 에너지 효율은 3배 이상 개선되었으며 이에 상응하여 차량 1대가 배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이나 온실가스도 경감되었습니다. IMO를 통해 종합된 해운업계와 선사들의 목표 역시 향후 30년 동안 선박 척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존 수준의 40% 이하로 낮춰 보자는, 즉 60% 정도 감축해 보자는 것입니다. 선박추진 기관의 기술 특성상 석유계 연료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쉬운 목표는 아닙니다. 선박용 중유를 사용하는 20년 된 기존 선박과 LNG를 사용하는 최신 선박을 비교해도 척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30~40% 정도까지 줄일 수 있으나, 그 이상 절감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가 거의 혹은 전혀 나오지 않는 연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탈탄소’ 연료가 현재는 공급 규모가 제한적이고 기술이 불충분하며 적용 사례가 제한적이지만, 향후에는 대량으로 채택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2050 넷제로는 고사하고 IMO의 60% 저감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선단을 운영하는 선사 입장에서는 화물과 사람을 약속대로 이동시키는 것이 업의 본질이므로 선단 운영 자체를 최적화, 효율화하는 방법이 가장 간편하고 쉬운 방법입니다. 척당 운항 속도를 조절하거나 기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항로를 실시간 조정하는 식의 기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선박의 선형을 최적화하거나 마찰을 줄여주는 특수 도료나 에어 버블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엔진과 관련 기기 성능을 개선시키거나 에너지 고효율 장비를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선형 최적화와 추진 기관 개선은 주로 신조 단계에서 고려되며 운항 효율화와 함께 적용하면 대략 20~30% 정도의 온실가스 저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선박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각종 기법들과 기대 효과 (출처: DNV)>

 

남은 두 가지 방법은 연료를 기존 석유계에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다른 종류의 연료로 바꾸거나 (이를 Alternative Fuel, 즉 대안 연료라고도 합니다) 석유계 연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방출되지 않도록 포집하여 처리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후자를 CCS (Carbon Capture Storage)라고 하는데 선박의 제한된 용적을 감안하면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선박의 종류는 운항 노선이 짧고 속도가 느린 선박으로 한정되거나 배출되는 온실가스 일부만 처리가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IMO의 목표 달성(60% 저감)을 위해서나 더 나아가 넷제로 수준에 도달(100% 저감)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연료를 탈탄소 연료로 바꾸거나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기술 도입이 필요합니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선박이 말이 되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증기선이 처음 도입된 게 200년 전이며 그전에는 모든 대양 운항 선박은 100% 바람의 힘으로만 운항하는 범선이었으므로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해운업과 전후방 산업들에서 요구하는 선박 척당 운송해야 하는 화물의 규모를 고려하면 범선으로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결국 도입 시점과 세부 연료 종류의 문제가 남을 뿐 탈탄소 연료 기반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도 전세계적으로 2050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운 분야에서 향후 석유계 연료의 비중을 20%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철도나 항공 분야에서도 동일하나 철도, 해운, 항공의 기술 특성과 운항 패턴, 기기의 에너지 수요와 공급망의 차이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큽니다. 다음 그림은 IEA의 자체 분석에 따른 철도, 해운, 항공 분야의 향후 연료별 점유율과 온실가스 배출량 예상 도표입니다. 철도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0에 도달하고 해운은 80% 감축, 항공은 90% 감축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철도, 해운, 항공 분야 연료별 비중과 탄소 배출 집약도>

 

이 그래프를 유심히 보신 분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해운과 항공 분야의 탄소 배출 집약도, 즉 1 MJ의 에너지 사용에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아닌데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이는 탄소흡수 수단을 통해 가능합니다. 즉, 현실적으로 30년간 특정 분야는 기술 특성이나 산업의 기존 자산 등을 고려할 때 산업 자체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일부 배출은 인정하되 대신 배출된 온실가스를 다른 방법을 통해 대기 중에서 흡수해서 배출과 흡수를 더하고 뺀 Net으로 0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흡수 수단 중 대표적인 것이 추가적인 산림 조성입니다.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햇빛에서 에너지를 얻어서 자신의 몸을 만들어 가는 생물체입니다. 식물이 생장할 때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어서는 이를 다시 대기로 되돌립니다. 만약 수명이 30년 이상인 나무를 향후 집중적으로 심어서 숲을 조성하면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나무 속으로 묶어 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수반된 비용은 결국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쪽에서 지불해야 합니다. 조림을 통해 예상되는 탄소 흡수량을 지표화하여 인증서를 발행한 다음, 이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쪽에서 돈을 내고 구매하면 비용 지불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탄소배출권 인증서라고도 표현하며, 국제적으로 배출권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배출권의 가격도 인상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수요가 증가하므로) 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2050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운 산업 역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부지런히 추구해야 하며, IMO와 선사들 역시 이 흐름에 동참하여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의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해운 분야의 탈탄소는 연료의 변경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철도처럼 궤도 위에 전선을 부설하고 재생 전원을 끌어올 수도 없고, 배터리를 이용해서 선박을 운항하기에는 대양 항로 운항에 필요한 에너지양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부력을 이용하여 물에 뜨고 물의 저항을 이기면서 대량의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해야 하는 화물선의 기본적인 필요를 감안하면 선박의 형태를 대폭적으로 바꾸는 것도 아직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남은 과제는 어떤 종류의 탈탄소 연료들이 있으며, 각자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선사와 조선사는 어떤 전략을 통해 다양한 탈탄소 연료들을 평가/개발/채택할 수 있는지가 될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양한 탈탄소 연료들 – 바이오 연료, 합성 연료, 수소 등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