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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0
[깊이 보는 뉴스 읽기] 카타르발 LNG운반선 100척 발주의 배경
<글 : LNG 산업 전문가 권효재 이사 jay.kwon7775@gmail.com> 

 

(계획으로는 “유가가 왜 이래요?” 두 번째 편으로 러시아를 다루려고 했으나, 2020년 6월 1일에 대형 계약이 체결되어 칼럼 주제를 변경하였습니다.)

2020년 6월 1일 세계 조선업 사상 최대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Qatar Petroleum(이하 카타르)과 한국의 조선 3사 –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대우조선해양(DSME), 현대중공업(HHI), 삼성중공업(SHI) – 는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Slot Reserve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발주처인 카타르는 3사의 도크 슬롯을 일정 기간 선점하고, 향후 발주 계약이 확정되면 2024년부터 조선사들은 배를 인도할 예정입니다. 정확한 계약 금액, 선박 사양, 각 사별 건조 척수, 계약 조건 등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계약 총액 192억달러 이상으로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계약인 것은 분명합니다. 192억달러면 한화로 22조원이니 계약 금액도 크지만, 한 발주처가 상선 중에서는 제일 비싸고 건조가 어려운 LNG운반선을 100척이나 발주한 것은 유래 없는 일입니다. 만일 3사가 균등하게 물량을 가져간다면, 각 사는 7.3조원의 매출을 2021년부터 7년간 확보하며, 2024년부터 4년 동안 매년 8~9척씩 인도하게 됩니다. 카타르는 왜 이런 초대형 계약을 했을까요? 그 배경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천연가스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천연가스는 탄화수소 연료 중 탄소 원자의 비율이 가장 적은 메탄(CH4)이 주성분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제외하면 가장 깨끗하며 사고 발생시 대규모 재난 위험도 없습니다. 공급이 안정적이고 대량 생산, 유통, 사용 과정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었습니다. 이런 천연가스도 약점이 있는데,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여서 보관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생산지에서 소비지역까지 파이프 라인으로 공급을 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지리적 여건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영하 163도로 냉각하여 액체인 LNG(액화천연가스)로 만들면 부피가 1/600로 줄어들어 유통이 편리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천연가스는 생산되지 않지만, 수입이 필요한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전세계 LNG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전세계 LNG 수입 규모가 연 1억톤이었지만, 2010년에는 2억톤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4억톤 수준에 도달할 예정입니다. 탄화수소 연료 중 석유, 석탄 등은 장기 소비 증가율이 1%가 안되거나 감소할 전망이지만, LNG는 높은 성장세를 2040년까지 유지하여 향후에도 매년 4~5%씩 교역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중동의 산유국들과 오일 메이저들이 차세대 주력 업종으로 LNG에 주목하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1차 LNG 투자붐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고유가 시기, 급증하는 동아시아의 LNG 수요를 겨냥하여 이루어졌습니다. 3000억 달러라는 가늠하기 힘든 규모의 투자가 호주 LNG 프로젝트들에 쏟아졌습니다. 그 결과 호주는 2019년말 세계 1위 LNG 수출국 지위에 올랐습니다. 호주는 연간 8000만톤의 LNG를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주로 서북부 지역의 해상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LNG로 변환하여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호주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던 2010년경, 미국에서는 그동안 경제성이 없어 방치되던 셰일층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적으로 뽑아내는 소위 셰일혁명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국의 천연가스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비싼 돈을 주고 천연가스를 수입하던 미국의 상황은 몇 년 만에 180도 바뀌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원유와 천연가스가 펑펑 쏟아지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더 싼 발전 원료가 되었습니다. 자국 수요만으로는 넘치는 천연가스를 소화하기 어려워, 2015년부터 미국은 LNG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Cheniere의 Sabine pass LNG 플랜트를 시작으로 우후죽순처럼 수십개의 LNG 수출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습니다. 2019년 미국의 연간 LNG 수출 능력은 5400만톤에 도달했고, 2021년이 되면 8000만톤 이상으로 확대되어 호주를 제치고 세계 1위의 LNG 수출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와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LNG 공급 능력이 10년만에 1억5천만톤 이상 늘어날 정도로 LNG의 인기는 뜨겁습니다. 과거 LNG는 탄화수소 연료의 여왕이라 불리는 비싸고 귀한 연료였습니다. 구매자는 20년 동안 의무인수를 확약하고, 비싼 수입 터미널과 선박을 확보해야만 LNG를 사올 수 있었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계절이 많아서 추운 겨울, 행여 LNG가 부족할까 당국자들은 마음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이런 시절, LNG 공급 시장의 절대 강자로서 비싼 LNG 가격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곳이 카타르입니다. 카타르의 연간 LNG 생산 능력은 7700만톤으로 2005년 이후 14년 동안 부동의 세계 1위 LNG 수출국이었습니다. 카타르 혼자서 전세계 LNG 수요량의 물량의 40%를 공급했으며, 막대한 공급 능력으로 시장의 수요 급변동을 흡수해 주는 LNG 시장의 리더였습니다. 카타르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와 유럽/미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이 두 시장에 LNG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자였습니다. 2007년 이후 고유가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LNG 가격은 폭등했고, 카타르는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동의 최빈국이었던 카타르는 20년만에 세계 최고의 부국이 되었습니다. 사막의 소국이었던 카타르가 이제는 2022년 월드컵까지 개최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의 LNG 산업은 지금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우선 지난 10년간 전세계 LNG 생산 능력이 연간 2억톤에서 4억톤으로 2배 늘었지만, 카타르는 증산 경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1위 공급자로서 시장을 리드하고 수급을 조절하면서 어느 정도 가격을 조절할 수 있었던 카타르의 지위는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장기계약을 통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LNG를 사가던 아시아 시장은 호주에게 잠식당했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LNG가 거래되는 유럽 시장에서도 새로운 사업 모델과 저렴한 가스 가격으로 무장한 미국의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절반 이상 내주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장기 계약들은 2024년이후 종료되는데, 기존 구매자들은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인도, 파키스탄처럼 계약 파기를 하거나 중국처럼 인수 거부를 선언하는 사례가 벌써 등장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에게 더욱 뼈아픈 것은 기존 고객이었던 아시아,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 LNG 설비를 통해 카타르의 경쟁자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LNG 시장과 아시아 현물 LNG 시장에서 이들 기존 고객들은 미국 LNG 설비들을 통해 카타르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현물 LNG 시장의 가격은 2019년부터 3$/mmbtu 이하로 폭락했지만, 출혈경쟁을 감수하고 미국산 LNG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극한의 가격 경쟁으로 카타르은 수익성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카타르가 이런 상황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수차례 증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시도했지만, 카타르의 지정학적 상황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카타르의 천연가스 매장량의 99%는 North Field (North Dome이라고도 합니다)라는 가스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North Field는 세계 최대의 가스전으로 카타르와 이란의 국경에 걸쳐 있습니다. 하나의 가스전을 두 나라가 국경선을 기준으로 분할 소유하고 있는데, 카타르 영역은 North Field, 이란 영역은 South Pars라고 합니다. North Field의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900 tcf (LNG 180억톤), South Pars는 360 tcf(LNG 72억톤)로 전체 매장량은 LNG로 환산하여 252억톤입니다. 연간 전세계 수요가 5억톤이라 해도 50년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 가스전의 개발은 카타르와 이란의 미묘한 협력과 경쟁 구도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땅 속으로는 연결되어 있는 같은 가스전에 양국에서 각각 빨대를 꼽아 가스를 뽑아 내는 상황입니다. 어느 한 쪽이 너무 빨리 가스를 채굴하면, 상대방의 가스 생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너무 늦게 가스를 채굴하면 상대방에게 자국 가스를 빼앗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가스전의 면적이 우리나라 경기도 규모로 매우 넓은데 가스층은 별로 두껍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제한된 가스 생산정에서 가스를 너무 빨리 뽑아내면 채굴 가능한 가스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가스를 장기적으로 채굴하는 것이 두 나라의 공동 목표이므로, 카타르와 이란은 서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스전을 개발해 왔습니다. 이런 균형 상황은 카타르가 LNG 생산능력을 7700만톤까지 늘리고 일일 천연 가스 생산량을 이란의 두 배 수준까지 늘리자 깨졌습니다. North Field의 가스 생산정들이 공교롭게도 이란과의 국경 근처에 주로 배치되고 이란은 경제 제재로 South Pars 개발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이란은 카타르가 자국의 가스를 도둑질하고 있다고 비난하였고, 국경을 접한 강대국 이란을 자극하지 않고 싶었던 카타르는 North Field의 추가 개발을 2012년 이후 중단했습니다.
 


<카타르의 석유, 천연가스 개발 인프라 현황, 출처: EIA>


카타르는 사이가 매우 나쁜 중동의 두 강대국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국가의 핵심 자원인 North Field는 이란과 협의해서 개발해야 합니다. 식량과 각종 소비재의 조달은 육상 국경을 접한 사우디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카타르는 두 국가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자국민이 70만명에 상비군이 2만명이 안되는 카타르는 자력으로는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미군 기지를 자비로 건설하여 미군을 유치하였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메이저 기업인 Exxon과 Chevron에게 LNG 플랜트의 지분을 일부 부여하면서 미국이 카타르의 안전을 책임지게 유도했습니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호주와 미국의 LNG 생산량이 증가하여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영향력이 약화되어 LNG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괴로웠지만, 이란을 자극하면서까지 증산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안보는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기 때문에 미군 주둔과 안전 보장의 대가로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현상 유지를 원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2017년이 되자 크게 바뀌게 됩니다. 첫번째로 그 동안 경제 제재로 지지부진했던 South Pars의 개발이 중국의 투자와 기술 제공으로 재개되면서 이란 측의 가스 채굴량이 카타르측 채굴량을 2017년을 기점으로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우디가 중립을 지키던 카타르를 테러 국가로 명명하고 육상 국경을 폐쇄한 일이 역시 2017년에 발생하였습니다. 세번째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기존의 노력들을 백지화시키고, 대이란 적대 정책을 노골적으로 표명하였습니다. 미군 철수까지 언론에서 언급되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봉쇄 정책은 카타르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으며, 카타르로서는 돈을 얼마를 투입하던 자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에 영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당위성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이란의 증산으로 더 이상 이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진 카타르는 2017년 하반기에 마침내 North Field의 추가 개발과 LNG 증산을 선언하게 됩니다.

카타르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과 기존 연 7700만톤 규모의 LNG 생산설비에서 기인하는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가격 전쟁을 통해 경쟁자들을 정리하고,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낮은 가격을 제시해서 신흥국들의 LNG 수입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국가들이 핵심 타겟으로 이들 국가들의 LNG 수요는 2040년까지 현재보다 0.8억~1억톤가량 증가될 전망입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동북아 국가들의 뒤를 이을 이 신흥 핵심 LNG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카타르는 지리적으로 이들 국가와 인접해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주와 동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서남아시아 국가들의 인당 국민 소득 수준과 보조금 정책 등으로 인한 낮은 국내 가스 요금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들은 LNG를 6$/mmbtu 이하의 가격으로만 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수입 단가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이 정도 가격 수준으로 장기간 LNG를 대량 공급한 곳은 카타르 밖에 없지만, 낮은 가격에서 충분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스 생산비, LNG 플랜트 건설비와 운영비, LNG 운송 비용 등 모든 부문에서 원가를 최대한 절감해야 합니다.
 


<2040년까지 증산 예상 LNG 프로젝트들의 원가 경쟁력 비교, 출처: IEA>


카타르의 두번째 전략은 2000년대 후반에 건설했던 LNG 플랜트들을 활용해서 유럽 시장과 현물 LNG 시장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이들 플랜트들은 2025년부터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이 종료됩니다. 일부 플랜트들은 다시 장기 계약을 할 수 있겠지만 상당한 물량이 단기 계약이나 현물 시장에서 소화가 되어야 합니다. 이 때 카타르는 유럽 시장에서는 미국 LNG 플랜트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아시아 현물 LNG 시장에서는 말레이시아, 호주와 경쟁해야 합니다. 현물 LNG 시장은 가격과 시점이 중요한 시장입니다.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을 맞추어야 하고, 통상 동절기에 수요가 집중되므로 가격이 좋을 때 최대한 LNG를 많이 팔 수 있도록 충분한 수송 능력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배를 빌려서 거래를 하게 되면 원할 때 원하는 조건으로 매매를 할 수 없지만, 자기 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면 경쟁사에 비해 더 좋은 조건으로 더 많은 물량을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카타르의 전략을 정리해 보면,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LNG선박입니다. 그것도 경쟁자들도 다 이용하는 일반적인 LNG선박이 아니라, 경쟁사들 보다 낮은 원가로 더 많은 LNG를 수송할 수 있는 최신 사양의 선박들이 압도적인 규모로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카타르는 풍부한 매장량, 대규모 LNG 생산능력과 함께 세계 1위의 LNG 생산국가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모든 무기를 갖추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카타르는 100척이라는 전무후무한 규모의 LNG선박을 발주하게 된 것입니다. 카타르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22조원, 100척은 적은 규모가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카타르가 LNG운반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정하고, LNG 증산 규모를 North Field에서만 4900만톤 이상으로 발표한 것은 셰일 혁명과 COVID-19로 인한 유가와 LNG 가격 폭락의 영향이 큽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천연가스는 희소한 자원이어서 지하자원을 보유 여부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장기 계약이 아니면 LNG를 도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셰일 혁명은 이런 구도를 약화시켰습니다. 누구나 미국에 가서 땅만 사면 천연 가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LNG 플랜트를 빌려 쓸 수 있게 되면서 LNG 공급은 급격하게 증가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COVID-19는 탄화수소 에너지의 급격한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락의 영향을 미리 보여주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 현실화되어 탄화수소 수요가 지금보다 감소하는 미래가 이들 에너지 기업들에게 얼마나 무서운 재앙인지를 생생히 보여준 것입니다. 더 이상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과, 최대한 자원 개발을 서둘러서 현금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부각되었습니다. 탄화수소 에너지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금의 지위와 무관하게 누구라도 파산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조선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요? 저는 과거 컨테이너 해운업계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운송 비용을 계속 낮춰서 신규 선박 수요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8000 TEU급이 제일 큰 컨테이너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를 필두로 대형화 경쟁이 시작되면서 컨테이너 선박들의 크기는 계속해서 커졌습니다. 최근에는 23000 TEU급이 등장하였고, 2000년 초반에 나온 배들은 더 이상 운항 경쟁력이 없어져서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LNG선박도 같은 방식의 혁신을 유도하면 어떨까요? 지금은 Cargo Hold가 4개인 180k CBM 규모의 저속 이중 연료 엔진을 탑재한 LNG 운반선이 가장 경제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서 Partial loading이 가능하면서 Cargo Hold 숫자는 같은데 용적이 더 큰 LNG 운반선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낮은 LNG 가격에서 운송비용을 낮춰야만 하는 에너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배를 새로 필요로 하지는 않을까요? 만약 2030년에 우리나라 조선 3사가 운송비를 절반으로 낮춘 LNG선을 개발한다면, 카타르가 그때 가서 다시 100척의 LNG선을 발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카타르가 가격 전쟁을 신호탄을 쏘아올렸으니 이제 우리 조선업계에게는 큰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조선업계가 LNG운반선 100척을 뛰어넘는 더 큰 일감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