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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20
[깊이 보는 뉴스 읽기] LNG 벙커링의 과제 (2/2)

<글 : LNG 산업 전문가 권효재 이사 jay.kwon7775@gmail.com> 
 

DNV-GL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말 기준 운항 중인 LNG 추진선은 176척, 발주 잔량은 231척입니다. 향후 LNG 추진선으로 개조 가능한 ‘LNG-ready’선박은 146척이 운항 중이거나 발주된 상태입니다. 이를 다 합하면 553척이며, IMO에 등록된 상선의 총 숫자를 9만척으로 보면 0.6% 정도 됩니다. 최근 발주되는 선박 중 10%는 LNG 추진선 혹은 LNG ready 선박이고 국내 3사의 경우 이 비율이 20% 이상으로 높아지지만 여전히 LNG 벙커링이 7~8년 동안 주목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지난 시간에 LNG 벙커링이 생각만큼 선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4가지로 살펴보았습니다. 첫번째로 LNG 벙커링 이외 규제를 충족하는 대안이 있고 두번째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더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세번째로 LNG를 공급받을 수 있는 항구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LNG 벙커링으로 인한 친환경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11월에 LNG 벙커링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IMO의 MEPC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75차 회의를 통해 새로운 규제 도입이 결정된 일입니다. 신조선에 대한 에너지 효율 설계 지표 (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EEDI)를 통해 단계적으로 선박의 연료 효율성을 개선시켜 왔듯이 운항 중인 기존선에 대해서도 유사한 규제를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EEXI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라고 불리는 지표를 계산하여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박은 단계적으로 운항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2007~2011년 신조 붐 시기에 건조된 다수의 선박들이 EEXI 규제로 인해 2025년 이후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EXI 규제로 인해 LNG 추진선 발주가 촉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인 Maersk에서 LNG 벙커링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확정한 일도 있었습니다. Maersk는 지난 수 년간 LNG 벙커링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대체 연료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컨테이너 대형화를 통해 해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Maersk였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Maersk의 설명은, 장기적으로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LNG 벙커링의 GHG 저감 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향후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zero-emission 연료 단계로 바로 넘어가겠다는 것입니다. Zero-emission 연료로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배터리 등 다양한 대안 기술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기술을 채택할 지는 향후 오랜 시간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1위 Maersk의 이런 신중한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4위 CMA-CGM과 5위 Hapag-Lloyd는 적극적으로 LNG 벙커링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2위 MSC는 바이오 연료에 중점을 두면서 LNG 벙커링도 테스트를 하고 있고, 3위 COSCO는 LNG 추진 VLCC를 발주했으나 아직 컨테이너선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Maersk처럼 LNG 추진선과 LNG 벙커링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Zero-emission 체계로 가자는 의견도 있지만, Zero-emission 연료와 관련된 신조선 수요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Zero-emission 연료의 채택과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LNG 벙커링의 확산에 시간이 걸렸던 이유들이 Zero-emission 연료 확대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LNG는 생산량도 많고 가격도 싼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택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Zero-emission 연료 역시 갈 길이 먼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Zero-emission 연료들은 기술 표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고, 관련 장비들이 개발 중인 상태입니다. 선박용 연료 전지와 대용량 배터리 등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으며, 수소를 직접 연소하는 수소 터빈이나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암모니아 엔진은 실험실 단계의 기술입니다. 설령 상용화된 제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를 이용한 연료전지 선박의 경우 암모니아 공급망, 선박용 대용량 연료전지, 암모니아 연료 탱크와 안전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하며, 선박 연료용 암모니아의 가격이 경제적이어야 하고, 대용량 연료전지의 가격이 대폭 하락해야 합니다. 최초의 LNG 추진선이 2000년에 등장했던 점을 돌이켜 보면 2025년경 Zero-emission 선박들의 실운전 사례가 확인되고, 관련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2030년 이후 보급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LNG 역시 화석 연료이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약점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폐기물이나 바이오매스를 이용하여 메탄가스를 만들고 이를 이용한 LBG(Liquefied Bio Gas)를 이용하면 LNG 추진선도 zero-emission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LBG는 올해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선박용 연료로도 판매가 시작되었고, CMA-CGM의 경우 새로 인도받은 LNG 추진 컨테이너 선에 LBG를 30% 정도 혼합하여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LBG는 LNG보다 가격이 비싸고 공급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Zero-emission 연료가 상용화되는 2030년이 되면 LBG가 대량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듯 LNG 벙커링에 대한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는 상황에서 LNG 추진선의 경제성과 상품성을 개선시키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엔진, CCS의 두 분야에서 5가지 세부 영역의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1. 엔진

1) 저부하 구간 효율 개선


IMO의 shipping GHG study 2020(해운분야 온실가스 배출 연구 2020년판)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선박 종류별로 온실가스가 나오는 운항 조건을 분석한 내용인데, slow transit이라는 구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발생량의 절반이 넘습니다. 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이 전체 발생량의 64%를 차지하므로 이 선종들의 slow transit 구간에서의 온실가스 발생량과 엔진 효율이 중요합니다. Slow transit은 엔진 정격 출력의 65% 이하로 작동하는 구간입니다. 즉, LNG 추진선에 사용하는 엔진은 정격 출력 구간에서의 에너지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65% 이하의 저부하 구간에서의 에너지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적용하는 뜻입니다. LNG 추진선에 많이 사용하는 엔진 옵션이 3가지인데 이중 MEGI(고압 디젤 사이클 저속), XDF(저압 오토 사이클 저속)는 엔진 구조상 저부하 구간에서의 운전 자체가 어렵거나 효율이 좋지 못합니다. 저부하 구간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시킨 엔진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2) Pilot oil 사용량 절감

LNG 추진선에 사용하는 엔진은 모두 이중 연료 엔진입니다. 디젤 모드와 가스 모드가 있어서 평상시에는 가스 모드로 작동하고 비상시에는 디젤 모드로 이용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가스 모드에서도 원활한 연료 착화를 위해서 소량의 디젤을 섞어줘야 하는데 이를 pilot oil이라고 합니다. 엔진 메이커에서는 가스 모드에서 사용되는 pilot oil이 3% 미만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양입니다. 그리고 실제 운항 조건에서는 더 많은 pilot oil이 사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LNG 추진선의 경제성, 온실가스 배출, 엔진 수명, 관리 편의성 측면에서 pilot oil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습니다.

3) 메탄 슬립 문제 해결

온실가스 저감을 진지하게 추진하는 선주와 해운사일수록 가스 모드에서 완전 연소되지 않고 대기중으로 메탄가스가 방출되는 소위 ‘메탄 슬립’ 문제를 심각하게 여깁니다. Pilot oil이 주로 디젤 사이클 엔진에서 발생하는 이슈라면 메탄 슬립은 반대로 오토 사이클 엔진의 이슈입니다. 메탄은 CO2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50배 정도 강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 메탄 슬립은 최대한 억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업계가 메탄슬립 이슈를 놓고 MEGI가 좋으냐 XDF가 좋으냐로 논쟁이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완전연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LNG 추진선에 사용되는 3가지 엔진 옵션 모두에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MEGI는 정속 구간 효율이 좋고 메탄 슬립이 적지만 저부하 구간에서 효율이 떨어지고 pilot oil을 많이 사용합니다. XDF는 pilot oil을 적게 사용하고 투자비가 저렴하지만 메탄 슬립이 많고 저부하 구간에서의 효율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DFDE는 모든 부하 구간에 대응하기 편리하지만, 메탄 슬립이 XDF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LNG 추진선에 딱 맞는 엔진은 없다고 봐야 하며 더 많은 연구 개발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2. LNG CCS (Cargo Containment System)

1) 공간 활용도와 내압 성능 개선


LNG CCS란 극저온 액체인 LNG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LNG 추진선에 적용하는 LNG CCS로는 압력식 C-type 탱크와 멤브레인 CCS가 있습니다. 압력식 C-type 탱크를 선미부나 카고데크 위에 탑재하는 방식과 멤브레인 CCS를 엔진룸 옆 hold에 시공하는 방식이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압력식 탱크는 BOG가 어느 정도 (6~7 bar) 발생해도 탱크 자체에서 hold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에게 편리하지만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는 0점에 가깝습니다. LNG 자체가 중유나 디젤에 비해 체적당 에너지 밀도가 절반 수준인 상황에서 압력식 탱크는 연료 적재량의 3배 가까운 공간을 차지하므로 해운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솔루션입니다. 압력식 탱크는 9 bar 정도까지 내압 성능을 내기 위해 실린더 타입으로 되어 있고 동시에 극저온 보냉을 위해 두꺼운 보온재를 적용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멤브레인 CCS는 선체로 구성된 탱크에 특수한 보온재를 시공하는 방식이므로 공간 활용도는 좋지만, 내압 성능이 좋지 못합니다. 또한 멤브레인 CCS는 태생적으로 저장된 LNG의 수위에 따른 sloshing 문제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멤브레인 CCS처럼 형상에 제약이 없고, C-type 탱크처럼 충분한 내압 성능을 내는 차세대 CCS 개발이 필요합니다.

2) 통합 건조 공법 개발

LNG 추진선의 원가를 낮추려면 엔진과 CCS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LNG 추진선의 CCS 설치와 선체 건조를 통합하여 진행하는 공법입니다. 압력식 C-type 탱크는 조선소 외부에서 별도 제작하여 후행 탑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탱크의 물류 비용이 추가되고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멤브레인 CCS는 시공된 선체를 따라 포설하는 방식이며 고도의 정밀 시공이 필요해서 원가 부담과 함께 공기가 대폭 추가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형상 제약이 없고 충분한 내압 성능을 내는 차세대 CCS를 선박의 선체 건조와 함께 건조하는 공법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현재 중유를 사용하는 선박의 연료 탱크는 선체 건조 공정과 통합되어 있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LNG 추진선의 양산과 대량 보급을 고려하면 CCS와 선체 건조 과정을 최대한 통합해서 탑재전 블록 건조 단계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습니다.

LNG 추진선과 LNG 벙커링은 아직 전체 운항 선박 중 1%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재기되고 있는 LNG 벙커링 회의론을 극복하려면, 결국 업계 스스로의 치열한 기술 개발을 통한 경제성과 제품성 혁신이 필요합니다. LNG 벙커링 선박이 기존 선박 대비 5% 미만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은 선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EEXI 규제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는 기회를 기술 개발을 통해 성과로 연결해가는 업계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