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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9
[투자자가 바라보는 조선산업] 2019년을 돌이켜 보며

<글 : 유안타증권 이현수 연구위원 hyunsoo.yi@yuantakorea.com>

필자는 2007년말부터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철강/금속, 조선산업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시작은 철강/금속 업종 분석으로 시작했으며 조선산업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초로 그 기간이 길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기고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대한조선학회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린다. 애널리스트는 산업에 대한 전망을 하는 업이지만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이슈가 있는 바 본 글에서는 2019년의 국내 조선산업이 어떠했는지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풀어가는 과정 또한 조금은 덜(?) 형식적으로 가져가보려 한다.

2019년 시작은 이러했다

2019년이 시작되는 시점에 주식시장 참여자마다 국내 조선산업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대는 주로 상선부문에서 나타났으며 우려는 해양부문에서 나타났었다.

해양부문은 아무래도 국제유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2016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2017년 상반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나타냈었으나 하반기 이후 상승 추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배럴당 40달러 초반에 머물렀던 WTI는 2018년 10월 배럴당 70달러 중반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10월 이후 급락하여 12월말까지 3개월 동안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며 2018년말 배럴당 40달러 중반을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 자료 Bloomberg>


물론, 2015년부터 국내 조선업체들의 해양부문 수주가 거의 없었던 탓(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에 해양부문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2016년 이후 2018년 10월까지 회복된 국제유가를 보고 있자면 기대감이 조금씩 되살아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기대감이 단 3개월 만에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내려 앉은 것이었다.

상선부문에 대한 기대감은 해양부문에 비하면 높은 상황이었다. 선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2016년을 저점으로 2017~2018년 글로벌 상선 발주가 회복됐다. 국내 조선업체들 역시 2016년을 저점으로 상선 수주가 2017~2018년 큰 폭으로 회복됐다. 특히 국내 조선업체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LNG운반선의 발주가 2018년 크게 증가하며 LNG운반선 수주에 대한 밝은 전망이 이어졌다.

 


<세계 Tanker 발주량 : 자료 Clarksons>

 
  


<세계 Bulker 발주량 : 자료 Clarksons>


 
<세계 LNG선 발주량 : 자료 Clarksons> 
 


<세계 Containership 발주량 : 자료 Clarsons> <세계 Containership 발주량 : 자료 Clarsons>

 


2018년 글로벌 LNG운반선 발주량이 2014년 수준을 넘어설 만큼(Cu. M. 기준) 높았던 탓에 기저(基底)에 대한 부담이 2019년 초에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컸던 이유는 세계 주요 LNG 발전 프로젝트발 LNG운반선 발주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됐기 때문이다.

2019년 초 국내 조선산업을 바라본 주식시장은 전체적으로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의 2018년 하반기 주가 역시 4분기(10~12월)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견조했던 것은 2019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2019년 상반기, 대외 변수의 변동성 확대와 수주 부진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2018년말 조금씩 해결 조짐을 나타내며 주식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역시 3개월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2019년 초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시장, 그리고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선산업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이 2018년 하반기 긴 공백을 깨고 해양부문 수주에 성공했으나 2019년 하반기 급락한 국제유가 탓에 해양부문에 대한 기대감은 낮게 형성됐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 국제유가 회복과 함께 삼성중공업이 해양부문에서 1.1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연초 기대감이 낮았던 해양부문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반면, 상선부문은 2018년 높았던 글로벌 발주량으로 기저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긴 했으나 그 이상으로 발주가 적게 나타났으며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 역시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발주량 감소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각도에서 해볼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었으나 언제 또 악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으며 IMO2020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선주사들은 신조 발주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7년부터 상승한 선가에 대한 피로감이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조금씩 누적된 상황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정으로 선가 상승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던 조선업체들은 쉽사리 선가를 내리기 어렸을 것이며 선주사들은 추가적인 선가 상승에 거부감을 느끼며 양측 간의 눈치보기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연초 예상했던 바와 다르게 해양부문은 기대 이상의 흐름을 나타낸 반면 상선부문은 발주량 감소와 함께 선가 정체라는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던 와중에 5월 미국과 중국은 화해보다는 다시 싸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아슬아슬했던 줄타기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조선산업에 당장의 악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은 특별한 호재가 없던 상황에서 악재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조선주들의 주가는 6월 이후 약세를 나타냈다.

 


 

<신조선가 : 자료 Clarksons>

  

 


<국내 조선업체 주가 :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대내적으로는 큰 이슈가 있었다. 한국조선해양(舊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합의이다. 두 기업의 기업결합은 단순한 M&A를 떠나 국내 조선산업의 재편, 나아가 글로벌 조선산업의 재편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건이다. 한편으로는 어려워진 국내 조선산업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국내 조선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하반기, 수주 부진 지속과 발목 잡은 과거 유물

2019년 하반기 해운시장은 요동쳤다. 2월 600 수준에 머물렀던 BDI는 9월 2500 부근까지 급상승했다. 9월 이후 다시 하락하기 시작은 BDI는 11월말 현재 1500 을 나타내고 있다. 탱커 운임 역시 미국의 중국 선사에 대한 제재 우려에 따라 10월 이후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 해운시장의 주요 지표들이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동안 상대적으로 조선시장은 조용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그 이유는 해운시장의 변화가 중장기적인 경기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이슈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2019년 나타났던 BDI 변화의 요인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은 브라질 광산업체인 Vale사의 댐사고 영향이다. 상반기 Vale사는 보유 광산 중 댐사고가 일어난 광산뿐만 아니라 유사한 형태의 댐을 보유한 광산에 대해서도 가동 중단을 한 바 있다. 실제로 브라질이 수출하는 철광석 등의 물동량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심리적인 부분이 작용하면서 BDI 변화를 만들어낸 것으로 판단된다. 탱커 운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중국 선사 제재가 장기화될 수도 있지만 단기적인 이슈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에 따른 해운시장의 변화가 조선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LNG운반선 외에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하반기 들어 탱커 및 컨테이너선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분명히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불확실성에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선주사들은 최소한의 발주량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이 연초 제시한 수주목표 수준에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기대감이 높았던 대형 LNG 프로젝트발 LNG운반선 발주 역시 2020년으로 그 시기가 넘어가고 있다. 그 중 일부는 2019년 4분기 중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큰 기대를 했던 카타르발 LNG운반선 발주는 2020년 상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조선산업을 바라볼 때 수주와 실적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 역시 주식시장 참여자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만나본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수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적은 후행지표로 많이 인식하고 있다. 수주의 수익성에 대해서 수주 시점에 예측을 하지만 건조 과정에서 그 예측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수주 당시의 수익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수주의 증가는 우선 매출의 증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는 다른 변수들이 없다면 고정비 감소 효과를 가져와 실적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실적에 대한 의미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실적을 통해 투자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과거에 수주했던 내용들이 수주 당시와 실제로 건조 이후 인도되는 시점에 얼마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선가 수준과 과거 수주 받을 당시의 선가 수준을 비교하여 향후 수익성에 대해서 예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일회성 요인이다. 주식시장에서 일회성 이익 또는 일회성 손실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필자 역시 같은 표현을 종종 사용하고는 한다. 회사 내부자가 아닌 이상 예측할 수 없는 일회성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어찌 보면 회사 내부자 역시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회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회성 요인 중 예측이 가능했던 일회성 요인도 존재한다. 국내 일부 조선업체들은 과거에 수주 받았던 해양 관련 설비를 타의에 의해 떠안고 있는 경우가 있다. 발주처의 도산 등에 따라 인도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러하다. 일부 수주 물량은 인도 계약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벤트는 우려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이 파기되기 전까지는 우려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이 우려가 현실화됐을 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 계약 규모가 클수록 그러하다. 2019년 하반기 국내 조선업체들의 실적 발목을 잡은 것은 과거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드릴십이었다. 앞으로 이 유물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2020년, 세상은 친환경으로 변화 중이다

주요 선종 중 탱커, 벌커, 컨테이너선은 글로벌 경기와 상당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선박에 실린 화물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NG운반선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다. LNG라는 에너지 역시 경기와 무관하지는 않다.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교역량이 증가하고 생산이 더불어 증가한다. 그러나 경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들의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국가의 정책은 자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게 된다. 여전히 국가별로 소득 수준이 차이가 나고 일부 국가에서는 환경보다는 흔히 이야기하는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먹고 사는 것보다 삶의 질을 이야기 시작했다. 한 국가를 개인과 비교해보자. 하루 세끼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개인은 살을 빼기 위해 휘트니스에 등록한다. 미(美)를 위한 것도 있지만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필자의 어머니께서 즐겨보시는 프로그램 중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보시고 나면 자주 필자에게 전화를 주신다. 이러이러한 것은 몸에 좋지 않으니 하지 말라고 당부의 말씀을 하시곤 한다. LNG는 건강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가 뭉쳐 국가에 전달이 되고 이것은 다시 정책으로 탈바꿈하는 가운데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미국의 경우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LNG를 활용하고자 하지만 이 역시 사용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LNG운반선은 세상이 친환경으로 변화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2019년 기대했던 대형 LNG 발전 프로젝트들이 지연됐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취소가 아니라 조금 늦춰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은 그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LNG운반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는 등락이 있겠지만 친환경으로 가고자 하는 각국의 정책은 등락이 아닌 지속되는 그림인 것이다.

2019년은 IMO2020을 앞둔 과도기였다. 선주사들은 저유황유 사용과 스크러버 장착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2020년을 앞 둔 현 시점에서 무게는 저유황유 사용으로 기우는 분위기이다. 방법은 하나 더 있다. LNG연료추진선이다. 물론 LNG연료추진선이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LNG벙커링 인프라가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선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선주사들 입장에서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것과 LNG연료추진선을 사용하는 것과 경제성을 따질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우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선박의 수명이 1~2년이 아닌 만큼 아직까지 어떤 방법이 확실한 경제적 우위가 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LNG연료추진선을 건조하는데 있어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은 타 국 조선업체 대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