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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9
[산업 현장 이야기]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글 : ㈜한국해사기술 영업관리본부 백월영차장 wy100@komac1.com>

호황 끝에 마주친 긴 터널

필자는 2008년 ㈜한국해사기술(KOMAC: Korea Maritime Consultants Co.,Ltd)입사하여 부산지사의 기획관리팀을 거쳐 현재 영업관리본부에서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입사 당시만 해도 조선산업 최대 호황기를 이어가며 세계 각국의 선주 및 조선소로부터 다양한 선종의 설계 의뢰가 이어지고 있는 시기였기에 회사는 물론 필자 인생을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정신 없이 바쁜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초래된 전세계 경기 침체는 조선 산업 전체를 강타했고 조선업계의 모든 기업과 마찬가지로 KOMAC 또한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호황기에 수주했던 몇몇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2015년경 까지는 그나마 일정수준의 매출액 및 이익률을 유지했지만 주요 거래선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하여 미회수 매출채권이 증가하고 수주감소에 따라 누적적자규모가 불어나기 시작하며 임직원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하루하루 쌓여가고 있었다.

불황이 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원 감축, 조직 축소, 긴축재정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임직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과감한 행보를 시도했다.

싱크탱크

그 시작은 ‘싱크탱크본부’의 신설이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KOMAC은 금년 50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초의 조선관련 기술용역 회사로 많은 선배 기술자 및 현직 기술자들의 노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제1의 조선기술용역회사이며 해외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성원이 주어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전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신기술을 선행하여 연구하며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다소 소홀한 면이 있었고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들의 대부분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있지 못한 채 기술자 개개인의 머리 속 또는 책상서랍이나 서고에 보관되어있는 실정이었다. 경영진은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머리 속에 있는 기술력을 한 곳에 체계적으로 모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과 함께 경력이나 개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나타나는 기술력의 차이를 상향 평준화 하고 기술력의 고도화를 실현하는 것이 필수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모두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렸던 ‘싱크탱크본부’는 각 분야의 최고수준 기술자들을 차출하여 구성되었고 기술력의 안정화, 상향평준화, 고도화 및 선행 연구를 통한 기술영업 역량 확대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세대교체

과감하고 파격적인 세대교체 시도는 필자를 또한 번 놀라게 했다. 불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시도로 경영진은 세대교체를 선택하였다. 최소 15년에서 20년이상을 근무한 팀장급 임직원들이 젊고 새로운 세대들로 전원 교체된 것이다. 자칫 회사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이 과감한 도전을 받아드린 이번 세대들에게는 인생의 한두 번 오는 기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기존 세대가 큰 문제를 야기시켜 젊은 세대로 교체된 것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젊은 새로운 세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을 포함하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약간의 과장으로 표현하자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있고 현재 사용되어 온 기술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하루 하루 빠르게 도태되고 변화하는 경제 사회 속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만으로는 더 이상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다. KOMAC이 50년이라는 전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현 시대에서 요구하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과거에 답습해오던 관념과 관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거나 앞서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보수적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필요한 기술능력을 습득하여 언제든 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깨어 있는 생각을 가진 젊은 피의 수혈이 필수 불가결한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스트

요즘 혹독한 경제 상황 속에서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두거나 구입하는 것은 개개인마다 필요한 기준이 다를 것이다. 이는 같은 미니멀리스트라 해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행동도 다르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미니멀리스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필요이상의 것들은 모두 처분하는 것이다. [가지지 않는 생활]이란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있거나 자주 사용하는 물건만을 엄선하는 생활이란 의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TPO를 고려하지 않고 1그램이라도 줄이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기주의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둘째, 현재에 집중하고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특별한 순간을 상기시키거나, 누군가에게 받은 소중한 물건들을 현재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회사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동일한 상황에서 항상 동일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행동으로 인해 위기를 벗어난다면 다행이지만, “더 쉽고 더 원활하게 풀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라고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바로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건은 물건일 뿐 그 가치를 크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한 예로, 어느 한 지역에서 발생한 익사사건을 살펴보면, 한 남자가 거대한 홍수로 인해 차가 끌려가는 것을 막으려다 생명을 잃게 되었다. 과연 물질을 포기하지 않으려다 생명을 잃게 된다면 삶의 의미가 있을까?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정리하고, 재구성하라. 더 이상 필요 없는 과거의 물건들만큼, 당신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들도 없다.” 티베트의 실질적인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 인 달라이라마의 수 많은 명언 중 하나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KOMAC은 혹독한 불황을 헤쳐나가기 위하여 기존의 틀을 벗어 던지는 과감한 시도를 추진하였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기 시작하기에 언젠가 이러한 노력의 풍성한 결실을 이야기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