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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9
[깊이 보는 뉴스 읽기] IMO 2050 (1/2)
<글 : 아이덴하우스 권효재 대표 jay.kwon@idenhouse.com> 


2019년 올 해 조선, 해운에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IMO 2020 규제였습니다. IMO 2020은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규제로서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한 조치입니다.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IMO 2020이 부각되고 관련 토의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선박으로 인한 항만의 대기 오염 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또한 친환경 선박 기술로서 LNG 추진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원책이 등장하였습니다.

IMO 2020 규제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연료에 대한 규제입니다. 황산화물은 산성비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입니다. 자동차나 항공기 등 타 운송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해운 분야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료 관련 기준들이 적용되었습니다. 타 산업에서는 한참 전에 정착된 환경기준을 뒤늦게 조선-해운 분야에서 따라 간 것 입니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온실 가스 감축에 대해 조선-해운 분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연료와 배출 가스 기준처럼 타 분야 대비 여전히 대응이 느린 것일까요 아니면 이 분야 만큼은 보조를 맞추고 있을까요? IMO회원국들, 특히 유럽의 각 국들은 더 이상 조선과 해운이 이 분야에서 만큼은 타 산업보다 뒤쳐지는 모습은 허용하지 않으려고 결심한 듯 하며, 그 결과가 IMO 2050이라는 용어로 압축되는 일련의 움직임들입니다.

IMO 2050은 2050년에 해운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2008년 배출량 대비 최소 50%로 감축하고, 더 나아가 해운 산업에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도록 하자는 IMO의 정책 목표이자 가이드 라인입니다. 이는 파리 협약에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목표와 일치합니다. 즉, 해운 산업도 국제적인 환경 기준에 타 산업과 보조를 맞추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어떤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일까요?  


우선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IMO 2050은 IMO 2020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과제IMO 2020의 경우, 해운사 입장에서는 연료의 가격이 올라가서 재정적 부담이 증가한다는 면이 중요합니다. 기술적으로 선박의 운행 방식이나 현재 해운 산업의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IMO 2050은 다릅니다. 2050년까지의 세계 경제 성장과 예상되는 교역 증가량을 상정할 때, 2050년의 배출 가스 총량을 2008년의 온실가스 (현재 IMO는 이산화탄소만을 온실가스로 상정하고 있으나, 조만간 메탄가스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배출 총량의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술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해운업이 운영될 경우 2050년에는 연간 약 30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전망입니다. 2008년에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10억톤이므로, IMO 2050의 목표는 5억톤의 온실가스 배출입니다. 즉 IMO 2050의 목표는 30억톤 중에서 25억톤을 절감해야 하는 것이며 이는 비율로 따지면 80%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기술과 각종 조치들을 통해서 20~30%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합니다.

조선, 해운 전문 연구 기관인 영국의 Clarkson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추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IMO 205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5가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 2020년 이후 톤-마일 증가율은 연간 1.5%로 억제
2) 선속을 현재 평균보다 8% 감속
3) 전체 선대의 45%를 LNG 연료 추진선으로 구성
4) 전체 선대의 40%를 제로-카본 선박으로 구성
5) 전체 선대의 15%는 선박연료유를 사용하는 일반 선박으로 구성
 ▶ 이 경우 2050년 총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 1,200만톤 수준으로 감축

이중에서 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1,2,3번의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하고,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4번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제로-카본” 선박은 아직까지 실용화되지 않았고, 기술 개발 차원에서도 어떤 방식이 대세가 될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Clarkson의 추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IMO 2050의 목표인 배출량 80%의 절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운 운영 방식, 선박 기술, 선박 연료의 세 분야에서 모두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해운 운영 방식 변화와 선박 기술 개발로 30% 정도의 절감을 달성하고, 선박 연료의 변화를 통해 나머지 50%의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Clarkson의 추정 사항 중 1번과 2번은 해운 운영 방식, 3번과 5번은 선박 기술, 4번은 선박 연료 영역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크게 보면 해운 운영 방식과 선박 기술의 변화를 통해 약 10억톤을 절감하고, 선박 연료의 변화를 통해 20억톤 정도를 절감해야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참고)
 

 (출처 : UMAS)

해운 운영 방식에서 예상되는 변화는 선박 운항 속도 감소와 에너지 효율 지표의 광범위한 활용입니다. 선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선박이 가장 에너지 효율적으로 운항하는 속도는 12~14 노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컨테이너선, LNGC 등 여러 이유로 이보다 빠르게 운항하고 있는 배들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 것 (소위, “slow steaming”)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선박의 운항 속도를 너무 줄이게 되면, 필요한 물류의 속도와 물량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이 투입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경우 늘어난 배의 숫자로 인해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도 있으므로 선박 자체의 운항속도는 줄더라도 물류 처리 속도와 양은 유지할 수 있도록, 물류 처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발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컨테이너 선의 경우 감속으로 인해 늘어난 운항 시간만큼 기항지에서의 처리 시간이 단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혹은 최대한 빈 공간 없이 최대한 많은 컨테이너를 싣고 운항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의 수집과 보관에 대한 다양한 최적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항만 회사들과 해운사들이 컨테이너 완전 자동 양하역, 빅데이터 기반의 컨테이너 물류 최적화 등의 관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는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는 에너지 효율 등급을 확인해서 효율이 높은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조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선-해운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에너지 효율 등급이 비교적 최근에, 신조선 위주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선박에 까지는 적용이 되지 않아 효용성에 한계가 있었습니다만, 앞으로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처럼 모든 선박에 에너지 효율 지표가 계산되고,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의 설계 과정에서 효율 지표가 제시되고, 건조 과정과 운항 기록을 통해 제시된 지표 대로 배가 만들어지고 운항되었는지, 측정-공개-검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선박은 인센티브를 받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선박은 페널티를 받는 방식의 규제가 도입되어 배출 가스 경감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에너지 효율 지표 중에서 선박의 설계 과정에서 결정되는 항목은 선박 기술과 관련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에너지 사용량은 운항 과정에서 결정되며 이는 선박 운항 실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즉, 배가 얼마나 화물을 싣고, 어떤 경로로 운항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연료를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온실 가스를 배출했냐는 것이 확인되어야 에너지 효율 지표의 효용성이 보장됩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데이터들이 제한적으로 공개되었습니다. 특히 연료 사용량이나 온실 가스 배출량 등은 실시간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고, 각 해운선사들의 대외비 자료로 관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지표의 광범위한 도입과 검증이 현실화되면 운항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과 검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025년경이 되면 선박의 운항 실적과 에너지 사용량이 실시간으로 기록, 공유되고 제3의 기관을 통해 검증되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운항 속도 감소와 에너지 효율 지표의 활용 이외에도 화물 선적 공간의 활용 최적화, 접안시 육상 전력 이용 (“cold ironing”), 트림과 드래프트 최적화 등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 방안들입니다.  이러한 해운 산업의 운영 방식 변화와 개선을 통해서 약 5억톤 정도의 온실가스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조선기술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선박 기술 분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또한 “제로-카본” 선박과 배출 가스의 극적인 절감을 가능케 할 핵심 요인인 선박 연료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기술들이 현재 거론되고 있을까요? 이 부분은 다음 시간에 이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