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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0
[학생기자단] 여성회원 특별인터뷰 - 부경대학교 손정민 교수

 <글 : 대한조선학회 학생기자단 
         부경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임여진 yj980707@naver.com>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는 폐쇄되고 교수님과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닫혀 버렸습니다. 그에 따라 교수님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인터뷰를 서면으로 주고받으며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실제 저와 다른 학우들이 평소 궁금했던 점, 연구 분야, 일상생활 등과 관련하여 교수님의 진솔한 대답을 들을 수 있도록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조선 해양 분야 종사자들의 비율을 보면 남성에 비해 여성이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A. 여성 종사자가 적어 아쉽긴 하지만 조선 산업이 제조업이기에 남성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학번에는 여학생이 1~2명으로 극소수라고 들었으며, 제가 입학했던 2004년은 정원 80명 중에 여학생이 10명 정도였습니다. 비율로 생각하면, 10% 약간 넘는 정도네요. 그런데 제가 임용된 후에 부경대학교 여학생 비율이 약 20%정도 인걸로 봐서 어느 정도선 까지는 여성비율이 증가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또한, 조선 산업에서 생산 분야 외에도 R&D나 설계분야의 수치해석, 결과분석, 코딩, 설계 등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 꼼꼼함을 잘 살릴 수 있기에 여성분들이 많이 진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여학생들은 학부 4년 졸업 후 바로 설계 분야로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R&D 분야로 진출하는 여성이 특히 적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종종 학회에서 여성회원들의 발표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학생들이 연구개발 분야로 진출하지 않았던 아쉬움도 언젠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Q. 전공을 살려서 조선소나 선박관련회사에 취업한다면 여자이기 때문에 감당해야하는 힘든 부분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조선소나 선박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없기에 이 부분은 제가 정확히 대답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저에게 주어진 업무를 제 시간에 진행을 하면 되기에 여성이라서 업무를 임함에 있어 힘들었던 점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저희 부서에서는 여성연구원이 저 한사람이었기에 여성동지의 부재로 인한 약간의 외로움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산업체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사회적 제도에서 따른 문제 등은 별개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직무에 있어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 힘든 점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근속년수가 길지 않은 걸로 봐서는 힘든 부분이 분명 존재하겠지요. 그 중 한가지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기에 이에 따른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는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할 문제이기에 점차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 여성들도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개인의 성향과 성격으로 인해 남성이 주를 이루는 조선 산업에서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강의 이외에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연구 분야와 어떤 내용을 다루는 것인지 알려 주세요.  

A. 금년도에는 2개의 과제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하나는 연구재단과제 “친환경 LNG 추진선박의 위험도 기반 사고 안전시스템 개발”로 LNG 추진선 프로토타입 모델을 가정하고, 화재·폭발·충돌 사고 시 LNG 누출에 따른 정량적인 위험도 평가 및 안전구역 범위를 설정하고자 합니다. 또 다른 과제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주관 해양수산부 “LNG 벙커링 운영체계 및 위험도 평가기반 운영기술개발”사업에서 500cbm 벙커링 선박의 벙커링 및 운항 작업 시 제 3의 선박 충돌로 인한 구조 안전성평가에 대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수님이 되셨습니다. 교수가 되기 위해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기보다, 많은 석·박사과정생분들, 그리고 연구원분들이 그래왔듯이 수행중인 과제에 최선을 다하였고 시간이 생길 때 마다 문헌조사와 논문작성을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점은 논문작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학부과정에서는 논문을 작성해 본 적은 없으나 막연히 논문이 보고서 작성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는 그 일련의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구주제 선정, 참고문헌 조사, 실험/수치해석, 결과분석까지 결론을 내기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였습니다. 이론적인 해의 값을 도출하기 위해서 전체 수식을 유도하거나, 코딩하는 부분, 실험과의 결과 비교 시 오차를 줄이는 수치해석기법을 확립하는 과정이 재밌기도 하였습니다만, 더디게 진행될 경우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답답하기도 했었습니다. 
 
Q. 다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면 지금 하시는 일을 또 하고 싶으신가요? Yes 라면 그 이유를 또는 No 라면 그 이유를 알려 주세요 

A. Yes이긴 한데, 가능하다면 좀 더 오랜 기간 동안 산업체나 연구소 경험을 쌓은 후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한 후 아쉬움은 동일한 연구주제를 진행하는 동료가 없다는 점, 다양한 전공자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연구 분야가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아니라 제한적인 전공 분야로 시야가 좁아지는 점, 과제를 진행함에 따라 저의 판단이 옳을까 하는 불확실성과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걱정이 사회적 경험 또는 연구자로서의 경력이 부족해서 발생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긴 기간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또한 경험이 쌓인 후 교수를 했다면 학생들에게 이론 분야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까지 함께 강의할 수 있었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이 평소 좌우명으로 삶고 있는 신념이나 역경이 왔을 때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후배들에게 알려 주세요.

A. 인생의 좌우명이라기보다는 마음속에 항상 생각하고 있는 말은 있습니다. 제가 연구소 첫 출근 날 부서 부장님께서 해주셨던 말인데요. 연구원은 있어도 여자연구원은 없다 입니다. 우리는 무심코 남성의 경우 직업 앞에 성별을 표현 하지 않지만, 여성의 경우 여자연구원, 여교사, 여군, 여검사 등 성별을 붙이곤 합니다. 이러한 단어는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내포된 의미가 존재하며, 사람들은 대부분 편견을 가지게 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관계없이 색안경을 끼고 평가 또는 관찰하게 됩니다. 조선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주목을 받기는 쉽지만, 실수를 한다면 성별의 한계라고 단정 지을까봐 많은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자연구원이 아닌 연구소 내의 한 명의 연구원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역경이 왔을 때 극복 할 수 있는 노하우라기보다는 제가 실패하거나 뒤로 물러나면 저 하나의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자 후배의 길이 막힐 수 있고, 제가 잘해낸다면 다른 여자 후배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대학교 강의를 진행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학생이나 강의 시간에 일어났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강의 시간은 진행해야하는 진도로 인해, 따로 기억 남는 에피소드를 만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의 연구실에 찾아오는 모든 학생들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임용이 되자마자,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다른 교수님보다 크게 나지 않았고 조금 더 다가가고 싶은 생각에 연구실 방문을 계속 열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생각과 다르게 학생들은 열려 있는 방문에 의아해 하였으며, 더 찾아오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학기에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학습·진로 등 상담하고 싶으면 편히 제 연구실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방문해주었으며, 처음에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걱정을 해결해주고자 마련한 자리였습니다만, 그들의 학업이나 대외활동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보며 저 또한 학생들을 보며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인터뷰 후기>

손정민 교수님과 마주 앉아 소통하고 깊은 내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점이 매우 아쉽지만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시며 누구보다 학생들을 위하시는 마음으로 진솔하게 대답해주신 교수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조선공학과를 재학 중인 저는 중공업이나 연구소등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보았을 때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남성보다 적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생각과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절대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충분히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선공학을 전공으로 선택 한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으며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실무능력, 전공 지식 등 전문성을 모두 갖춘 미래의 조선공학도가 되도록 노력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