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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0
[학생기자단] 여성회원 특별인터뷰 - 부산대학교 박현 교수

<글 :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장진영
nyjy48@naver.com​,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정경현 
te9959@naver.com,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진영우
6954753@naver.com>

대한조선학회 여성회원 특별인터뷰 –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박현 교수

우선 코로나 19로 인한 화상으로 진행했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조언과 함께 학생기자단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하여 정확히 답해주신 박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박현 교수님은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에서 유일한 여성 교수님이시고, 조선해양과 관련이 적을 것 같은 분석화학과 공업화학을 전공하셨기에 교수님께 여쭙고 싶은 질문이 많았습니다. 학생기자단은 교수님이 지금 자리에 계시기까지 걸어오신 길, 교수님이 현재 하고 계시는 연구, 여성의 역할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6학번 장진영, 박현 교수님, 18학번 진영우, 16학번 정경현>

 

PART 1. 교수님이 지금 자리에 계시기까지 걸어오신 길

Q1. 현재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직을 맡고 계신데, 교수님의 대학생활 시절 또는 그전 학창시절부터의 진로 설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A1. 학부 때부터 연구 계통을 가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학부(화학과) 3,4학년 때부터 점차 심화전공과목에 대해 흥미가 생겼고 석사과정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으며, 석사 진행 중 더욱 전공에 대한 흥미가 깊어졌습니다. 그 당시 수행했던 연구는 조선해양공학과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지질막에서의 전자전달 과정 분야’였습니다. 그 당시 개인적으로 표면 혹은 계면에서의 화학적 혹은 물리적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터라 열심히 조사하고 궁리했던 듯합니다. 그 노력 덕분인지 좋은 결과를 도출하여 국내외 전문학술지에 논문도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분석화학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져서 박사까지 하기로 결심했고 부산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습니다. 학부 3,4학년 때의 결심이 박사까지 가게 된 셈이네요. 그리고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Kyoto 대학에서 유학하면서 기술 연구직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웠어요. 그래서 첫 직장은 학교가 아니라 중공업 계열의 회사 기술 연구원이었답니다. 약 3년 6개월의 직장 생활을 하다가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와 연이 닿아 교수직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2. 그렇다면 교수를 맡으시기 전 다니셨던 회사에서 하셨던 업무에 대하여, 그리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2. 회사의 업무는 표면처리 과정 중 습식 과정인 전기도금과 건식 과정인 플라스마 전처리, 건식도금 일부까지 담당했었습니다. 당시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냉연강판을 표면처리하여 용기용(예, 캔), 가전제품(예,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컴퓨터 등)용, 자동차용 강판을 제작하였는데 제 업무는 주로 그 표면처리강판의 도금과 전처리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에피소드라고 하면, 근무할 당시 연구소를 확장할 필요성이 생겨 연구동 신축을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건물 설계도를 놓고 담당 임직원들과 다툼이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지금 생각하면 다소 당황스럽게도, 여자화장실이었습니다. 연구동의 기능적 목적 위주로 공간을 계획하다 보니 여자화장실 설치 공간이 여의치 않다며, 도로 건너편 다른 건물의 화장실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최종적으로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만, 수십여 명의 남성 임직원 사이에서 여성 직원 한 명이 화장실 설치를 계속 주장해야 했던 것이 웃기고도 서글프던, 그래서 기억에 남네요. 한 사람의 역량을 온전히 발현하기 위해서는 기본 환경이 따라주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생각나는 일은, 회사에서 근무복을 제공하였는데, 저는 체격이 있는 편이라 남성 근무복 중 작은 옷을 입으면 되었어요. 하지만 제 사이즈에 맞는 안전화가 없었어요. 중공업이라는 남성 중심 사회에 여성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문제라면 문제였죠. 그 당시 2~300명 중 여성 연구원 한 분 계셨고, 박사로는 제가 처음이었어요. 아무래도 여성 근무자에 대한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Q3. 첫 번째 질문에서 답변해 주시길, 3,4학년 때 점점 전공과목에 대한 흥미가 생기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수업과목이 흥미가 있었고 연구직이 되고 싶게 하였나요?
A3. 화학과 재학 중에는 분석화학, 특히 기기분석화학 강의를 유난히 좋아했어요. 어떤 자연현상을 장비, 도구 등을 이용하여 분석해내고 그것을 해석해서 새로운 쪽에 적용한다는 것이 너무너무 재밌게 다가왔어요. 그 과목들이 재밌어서 전공도 그쪽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당시 사회적으로 배터리, 물질전달, 전자전달이 한창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고 제가 진학했던 연구실 또한 그 계통을 연구하는 곳이었어요. 이러한 사회적 환경과 저의 개인적인 관심이 합쳐져서 그 분야의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Q4. 기술 연구직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님을 통해서 기회가 닿아 현재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님을 맡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A4.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기술연구소에서 강판의 표면에 표면처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2005년 가을쯤, 현재 부산대학교 총장님으로 계신 전호환 교수님께서 화학과 선배이시자 은사님에 가까운 박사님과 과제를 함께 수행하시면서 제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당시 전호환 교수님은 배의 형상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마찰 저항을 줄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셨고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과제를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표면처리를 통해 따개비, 파래 등 해양생물의 부착을 막는 과정이 필요하니, 강판 표면처리 일이 가능한 사람을 찾으셨고 그 계기로 제가 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공학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특정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신 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지 않았나 싶군요. 내 전공, 내 줄기를 유지하고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공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시야를 넓혀서 외부에서 다른 지식을 가져와 융합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5. 지금의 자리에 있으시면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는 부분과,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5. 일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막힐 때, 해결책이 이것이 아닌가? 할 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한고비 한고비 해결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이기에 느끼는 어려운 점은, 가정을 갖고 자녀를 가지면서 생기는, 일과 가정의 양립입니다. 육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엄마인 여자가 더 큰 부담을 가지게 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선진국과 비교한다고, 그리고 다른 가정과 비교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Q6. 교수님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A6. 연구 결과를 통해서 기쁨과 뿌듯함을 느끼지만, 저는 다른 이유로도 ‘교수여서 참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어요. 가르쳤던 학생들이 세월이 지나서 '학교에서 배운 걸로 지금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해주었을 때 참 뿌듯했어요. 제가 학교에 있은 지 십여 년을 넘겼으니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이 천여 명 보다 더 많아 얼굴을 전부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만, 가끔 찾아와서 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땐 의외의 장소, 의외의 사람이 주는 기쁨이 있어요. 그리고 지도교수 상담할 때 어떤 학생의 1학년 때 모습과 졸업할 때의 모습이 다르면 그때 '이래서 선생님을 하는구나' 합니다. 정리하자면 연구결과물이 산업현장에 쓰일 때의 뿌듯함과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오는 뿌듯함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네요.

Q7. 교수님께서는 대한조선학회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시나요?
A7. 현재 편집위원회에서, 학회의 정기간행물을 발행할 때, 논문 위원으로서 여러 연구자들께서 투고한 논문이 학회 전문학술지에 잘 출판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PART 2. 교수님이 현재 하고 계시는 연구

Q8. 다음으로 교수님의 연구에 관해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의 커리큘럼을 보면 화학보다는 역학적인 지식을 우선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은데 선박에서 화학적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8. ‘조선해양공학’이기 때문에 구조물들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역학 지식이 기본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이 필요한 이유를 제 연구와 연관 지어 설명하자면, 첫 번째로 선박이나 플랜트와 같은 구조물이 해양으로 들어가게 되면 해양생물이 착생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해양생물의 착생은 구조물 본연의 목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선박과 같이 움직이는 구조물의 경우에는 연료 소비를 촉진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오(Anti-fouling, AF) 도료를 도장하게 됩니다. 방오 도료의 기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현대 선박의 주재료인 철강(Fe)은 물속에서의 부식(corrosion)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도료를 사용합니다. 또한 선박 혹은 해양플랜트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철강이지만 철강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매우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사용, 혹은 대체물질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강관(pipe) 내부를 흐르는 유체도 화학물질인데 이 물질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해양플랜트 쪽으로 주로 다루고 있는 원유(crude oil)도 화학물질의 혼합물이며, 이를 분리하기 위해 물질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즉, 구조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목적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화학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전문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도구, 언어로서 화학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9. 최근 선박 관련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친환경 도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선박용 도료는 해양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A9. 가장 직접적으로 해양과 접촉하는 도료는 AF 도료입니다. 도료 내의 화학물질을 먹은 착생 생물을 죽임으로써 선체에 붙지 않게 하는 방법을 지금까지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바다에 존재하지 않던 화학물질이 바다로 들어가게 되면서 의도치 않은 결과로 해양생물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임 당해 해양자원이 고갈될 위험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자칫 드넓은 해양이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박 이동량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선박들이 화학물질을 배출하게 되면 주변의 생물종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AF 도료 내 함유되어 우수한 방오 성능을 발현했던 트리부틸틴(TBT)은 해양에 유출되어 패류의 임포섹스(Imposex)를 유발하며 생식불능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를 일으킨다는 보고 후 2003년, 그 사용이 금지된 바가 있습니다. 이후 TBT를 대체하는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여 도료에 사용하고 있으나, 대체물질 역시 해양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재 선박의 방오도료 분야에서는 해양 환경으로 화학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궁극의 친환경 도료를 개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선체 외판에서 발생하는 마찰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는 에너지 절감형 도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10. 교수님께서 담당하고 계신 ‘표면응용연구실’에서는 어떠한 연구를 진행하나요?
A10. 현재 AF 도료 개발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새로운 고분자 물질을 합성하고 이를 이용한 AF 도료를 만들어 방오 성능 및 제품화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AF 도료의 기본 기능인 방오 성능은 유지하면서 마찰저항을 줄이는 Frictional Drag Reduction (FDR) AF 도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 전공인 전기화학 관련으로 부방식(Anti-corrosion)과 그래핀(Graphene), 탄소 나노 튜브(Carbon nano tube, CNT) 등 탄소물질을 이용한 전극물질 개발 및 이를 이용한 수소 추진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11. 그렇다면 ‘표면응용연구실’에는 어떤 조선해양공학도가 진학하면 좋을까요?
A11. 선박 및 해양구조물의 표면이 바다와 닿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생들, 표면을 공학적으로 설계해서 선박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박의 수소 추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니 연료전지, 재료합성 및 성능평가, 모델링을 통한 컨셉 설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온다면 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PART 3. 여성의 역할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

Q12. 이번 인터뷰가 대한조선학회의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인 만큼, 교수님께서 조선업에 종사하시며 여성으로서 겪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A12. 사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많은 집단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회사에 있을 때도 박사 200명 정도 가운데 여성 박사가 저 한 명이었고, 현재 우리 학과에서도 저 혼자 여성 교수입니다. 제 이야기는 매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에 많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말씀드립니다.

Q.13. 여성으로서 조선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여성이라는 이유로의 차별이나 부족함을 비롯한 불편한 점들이 있었나요?
사실 여학생이거나 여자 박사라는 이유로의 심한 차별을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물론 있었는데 제가 차별이라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이 없는 환경에서, 저는 그 집단에서 ‘첫 번째 여성 박사, 여성 동료’였기 때문에 다른 집단과 비교를 할 수 없었고, 비교하더라도 그것을 차별이라기보다는 차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불편함이라면 양쪽 모두에게 있었을 겁니다. 기존에 계시던 분들도 여자와 일하는 것은 처음이니까요. 첫 근무처였던 기술연구소에는 연구원과 기술원들이 팀을 이루어 업무를 수행했었습니다. 연구원은 대부분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시고, 기술원은 현장의 생산직원과 비슷한 위치의 직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2002년 3월에 입사해서 첫 여름을 보내게 되었는데, 남성 연구원들만 있을 때는 너무 더운 날 업무를 마친 뒤에는 가끔 기술원분들이 편하게 상의를 벗고 생활하셨던 듯해요. 어느 날 제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다 그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황급히 문을 닫고 나갔더니 그 이후로는 더운 날도 땀에 젖은 근무복을 다 챙겨서 입고 샤워실로 이동을 하시더군요. 그때 ‘저 사람들도 나 때문에 불편하겠구나’ 싶었어요. 돌이켜 보면, 차별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아직 경험이 적어 서로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은 아닐까 생각하였었지 싶네요.

Q14. 반대로 조선업계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A14. 알려진 바와 같이 남성에 비해 여성은 수평적 사고에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조직 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여 조직의 분위기를 평평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아래위의 소통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여성에게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이 내놓은 반짝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상사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켜 아래쪽에 더 잘 전달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다수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섬세하고 수평적이며 친화적이라는 강점을 자신의 전문지식과 함께 잘 버무린다면 충분히 훌륭한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의 사회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를 보면서 근무 형태가 빠르게 사이버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가올 새로운 환경에서는 물리적 근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중요해질 것 입니다. 여자들은 ‘커피 한 잔’만으로도 처음 보는 사람과 서너 시간씩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이런 점에서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 안에서 여성의 적응력이 매우 높다고 보입니다. 여성이 가지는 장점을 발전시켜 나가면 충분히 대한민국을 바꾸고 세계를 바꿔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남녀 관계없이 남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특이한 장점이나 능력 하나가 스스로를 더 빛나게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여학생들이 어학능력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우에는 유학 시절 배운 일본어가 회사 업무와 네트워킹 형성에 도움이 되었답니다. 대체로 영미권 학위 소지자들이 많다 보니 일본 고객 혹은 업체와의 업무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제가 입사한 후 여러 부서에서 일본어 통역/번역을 부탁받아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답니다. 덕분에 회사 업무도 익히고 다른 부서장과 담당 직원들과도 교류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Q15. 조선업계에서 저희와 같은 여성들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특별히 보강을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15. 사실 직장에서는 여자, 남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직장에서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합니다. 이 일을 잘 해내면 이 사람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거고, 이 일을 못해내면 남자든 여자든 문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이는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면 누구든지 고생은 있을 거예요. 지금은 조선업계나 중공업계에 여성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조직도, 우리도 연습이 안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회사 등 조직에서는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조직에 들어온 분들의 경우는 현재의 조직에 마음을 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인정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과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아직은 여성의 숫자가 적다 보니, ‘여자를 뽑아 놨는데 잘 못해’라는 말이 나오기 쉬운 듯합니다. 그렇기에 안타깝게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조금 더 분발해야 할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잘해야 다음이라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니까요. 처음 문을 열고 나가는 선배님들은 사명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별을 떠나 기본적으로 다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열심히 내 능력을 보여준다면 상대방도 내 능력을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나올 때 가장 큰 걱정이 제가 유일한 여자 박사였기에 앞으로 여자를 안 뽑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제가 나간 뒤 여성 연구원이 여러분 입사하였다고 하더군요. 후에 부장님께 여쭤보니 '네가 일을 잘해서 뽑았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뒤에 오는 사람이 여자인 나 때문에 피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 스스로가 가진 게 있다는 걸 아셔야 되고, 그게 남학생들보다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꼭 하셔야 합니다. 사회가 아직까진 여성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면 제 앞에 서셨던 선배님들에 비해서는 제가 조금 더 괜찮은 세상에 살고 있구나 싶습니다. 또 저보다는 여러분들이 더 나아진 시스템 속에 있으실 것입니다. 우리가 동료들과 함께 계속 노력한다면 힘들긴 해도 바꾸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미래를 밝게 그리는 연습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조만간 학교에서 우리 후배님들을 동료 교수로 만나게 되기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Q16.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16. ‘본인의 전공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꽉 잡자.’ 본인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조선해양 산업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업무가 매우 다양하고 넓잖아요. 다양한 분야 중에서 ‘이 분야는 이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조선해양공학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분야를 깊이 연구하다 보면 자칫 외골수가 될 수도 있는데, 우리 산업은 외골수로서 살 수 있는 산업이 아니죠? 전문가가 되되 주변과 소통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가질 것, 주변과 늘 대화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을 함께 당부하고 싶습니다.

Q17. 앞으로의 연구나 인생에서 목표가 있으신가요?
A17. 거창하게 ‘인생의 목표’라기에는 뭐 합니다만, 지금 하는 연구를 조금 더 잘하고 싶습니다. 좋은 연구성과로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하나라도 더 내놓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화학자로서 조선해양공학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제껏 그래왔듯 ‘조선해양’과 ‘화학’의 융합에 초점을 맞추어 후배들에게 이렇게 학문 간 융합이 가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목표라면 제자 혹은 후배들 중에 더 뛰어나고 멋진 연구자가 나와 주셨으면 하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을 제가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18. 요즘 조선 경기와 진로에 관해서 과거 선배님들만큼 조선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조선과 학생들에게 멘토로서 한 마디도 부탁드립니다.
A18. ‘나의 미래는 밝다’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시절이지요. 스스로가 암울한 미래를 그리기보다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자존감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지도교수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본인의 주도적 의사보다는 점수나 부모님의 권유에 밀려서 조선해양공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먼저 학생 여러분이 자신의 전공에 대한 사랑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일단 자신의 전공을 사랑하고 전공을 예쁘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을 가지고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핀다고 하죠. 애정을 갖고 바라봐야 미래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열심히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조선해양산업분야가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를 찾아서 열심히 읽고 분석하기를 바랍니다. 뭔가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정해서 연구해보라는 것이 아니라, 전공서적에서 시작해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기술, 산업 동향 보고서, 뉴스 등을 읽어보면서 그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평생직장이 아니고 평생직업이지 않습니까. 지도교수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인데,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져서 여러분들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저보다 훨씬 더 길 것입니다. 만약 이십 대 중후반의 나이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을 하고 나면 본인의 전공으로 몇 년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본인의 전공으로 짧게는 40년, 길면 50년, 더 길면 60년을 살아가게 될 터인데 그 긴 세월 동안 해야 할 일에 흥미가 없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합니다. 한 번에 찾을 수 없으니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시기가 대학생인 20대지 싶습니다. 20대는 실패를 통해 단단해지고 성장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미루고 미루다가 40대에 처음 실패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미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회복이 힘든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부디 대학생 시절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도전을 해 보기를 바랍니다.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그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서 꿋꿋이 밀고 나가는 힘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몸으로 익히기를 바랍니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몸을 움직여 직접 만들고 작동시켜보고 고쳐도 보고 하는 분야에 여러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에는 다양한 동아리활동이 있으며, 학생들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니 동아리활동에만 전념해서 전공 공부를 게을리하는 일은 곤란합니다. 다시 얘기합니다만 전공은 잘해야 합니다. 부디 학회와 학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경험, 동아리, 대회 등에 실제로 도전해보십시오. 많이 해보고 겪는 과정 중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간다면 여러분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에서 멈추지 말고, 생각한 것을 실천하면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후기

장진영 기자
조선해양공학과 4학년에 재학하면서 취업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전공에 대한 지식을 익히려고 노력하지 않고, 다른 스펙들(영어, 컴퓨터 자격증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능력(외국어 실력 등)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한 경쟁력이 되지만 그것은 모두 전공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을 때 빛이 난다고 깨달았습니다. 또한 조선업계에서 여성의 위치의 불공평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차별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아직 경험이 적어 서로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 아닐까.", "사실 직장에서는 여자 남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직장에서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합니다. 이 일을 잘 해내면 이 사람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거고, 이 일을 못해내면 남자든 여자든 문제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배려 있고 성숙한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짧은 인터뷰 동안 교수님이 들려주셨던 진심이 담긴 조언과 저희가 준비한 질문에 대해서 저희에게 최대로 도움이 되게 말씀해 주시고 싶었던 교수님의 진심 덕분에 따뜻하고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경현 기자
우선 재택 수업 준비로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성 공학인으로서의 고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질 수 있는 장점,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셔서 앞으로의 진로 설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평소 궁금했던 조선해양공학에서 화학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거듭 강조한 전공 지식의 중요성과 함께 저만의 강점으로 훌륭한 여성 조선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진영우 기자
일반화학 교수님으로만 알았던 교수님을 조선학회 학생기자단의 신분으로서 만나 뵙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생각합니다. 덕분에 강의실에서 마주하는 학생으로서는 듣기 어려운 교수님의 삶과 이야기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에 관하여 말씀하실 때, 교수님께서 진심으로 직업을 사랑하시고 학생들을 사랑하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훌륭한 어른의 그러한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후에 제가 직업을 선택할 시기가 된다면, 교수님처럼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하면서 하고 싶습니다. 또한 인터뷰 동안 교수님께서, 우리들이 흔히들 가지고 있는 부정적 편견에 대항하는 긍정적 이야기들을 들려주시어 저희의 가치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설정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게 많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조선 업계의 성차별에 대한 괴담 같은 것들이 떠돌기도 합니다.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말이 아님에도 지레 겁을 먹기도 하였는데, 업계에서 직접 근무하고 생활한 경험이 있으신 교수님의 이야기는 그 '괴담'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후배들의 미래를 기대하시는 만큼, 훌륭한 후배가 되기 위하여 학업에 더 집중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