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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21
[산업현장 이야기] KRISO 선형시험수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유윤규 선임기술원 ykyoo@kriso.re.kr>


들어가며-KRISO 선형시험수조

1978년에 구축된 KRISO 선형시험수조는 배를 건조하기 전 잘 설계됐는지, 또 실제 바다에서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시험평가 시설이다. 선형시험수조는 1978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약 2000여척의 모형선을 시험해오며, 우리나라 조선산업 세계 1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시험시설이다. 지금까지 실험한 선박들 중 약 80%이상이 실제로 건조되어 현재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본 시설은 설계된 선박을 그대로 축소한 모형선을 이용해 선박의 성능을 예측하는 대형연구설비로 선형이 제대로 설계되었는지, 그 선형으로 배의 성능이 최대로 나오는지 검증하는 조선해양공학연구에 필수적인 설비로, 그 규모는 길이 200m, 폭 16m, 깊이 7m이다. 조파기를 설치하여 파랑 중 시험환경도 재현이 가능하며, 예인전차의 최대 속도는 6m/s이다. 선형시험수조에서 이뤄지는 업무는 선박의 유체성능평가 연구, 모형 제작, 시험 수행 등 다양한 업무가 수행되고 있다. 여기서는 모형 제작과 시험 수행 업무에 대한 소개와 숨겨진 고충, 어려움 등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그림 1 KRISO 선형시험수조 예인전차>


모형 제작 그리고 시험 수행

선박 하나의 성능 검증을 위해서 많은 기술원과 연구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무 판재를 이용하여 모형선을 만들고, 알루미늄을 이용해 모형추진기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모형선과 모형추진기를 설계도면에 맞게 세팅하여 모형시험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모형들은 선형시험수조 뿐만 아니라 KRISO의 대형 캐비테이션 터널, 빙해수조, 해양공학수조 등 다양한 시험시설에서 연구에 활용된다. 이러한 모든 업무 수행은 ISO9001:2015 인증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각 파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매일 진행된다. 각 파트마다 이 곳에서는 많은 목재, 금속 분진이 발생되고 있고, 수조 내부에 있는 많은 양의 물로 인해 습도가 높은 편이며, 접착제/도료 등의 화학 물질 사용도 빈번하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술원들의 건강을 고려할 때 좋은 환경이라 말하긴 어렵다. 지난 40여 년간 약 2000여 척의 모형선과 1600여개의 모형추진기가 제작되었는데, 이처럼 오랜 기간동안 많은 양의 작업으로 인해 좋지 않은 건강상태로 퇴직하신 1세대 기술원들이 그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 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 쉽게 발견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각 시점마다 적용되는 안전, 작업환경 관련 법규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 관점에서 보면 크게 문제가 되는 작업 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법률의 적용과 주기적인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KRISO 선형시험수조에서도 이에 대응하고자 모형 제작정도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현장에서 작업하는 것이 주 업무인 기술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장비와 설비를 확충하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최신 가공 장비 도입으로 많은 양의 수작업에 의존했던 가공 공정을 줄이고, 제습, 집진 설비를 보완하였으며, 기타 안전 관련 설비(사고방지용 실시간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 웨어러블 로봇 슈트 등)도 확충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선형시험수조의 제습설비가 있다. 방대한 양의 물이 저장되어 있는 공간이다 보니 내부 습도가 항상 95%이상일 만큼 매우 습한 환경이었다. 이로 인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조내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술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컸다. 
 


<그림 2 선형시험수조 제습설비>


이를 해결하고자 그림 2와 같이 20대의 대형 제습기를 수조 주변에 설치하여 2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65%의 습도로 과거보다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업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전자 장비들의 고장 빈도도 많이 내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과거에는 대형 가공장비 위주로 집진 설비가 집중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아래 그림 3과 같이 모든 가공장비에 독립적인 집진설비를 설치하였으며, 기존 집진 설비도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업그레이드하였다. 
 


<그림 3 가공장비의 집진 설비>


많은 양의 분진과 화학물질이 배출되는 모형선의 수사상 및 도장 작업에서도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최근 새롭게 도장 부스와 샌딩 부스를 구축하였고, 각 부스 내부에서 발생되는 목재 분진과 도료 등의 집진 성능이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성능이 개선되어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 4 모형선 도장부스 및 샌딩부스>


KRISO 선형시험수조에서는 평균적으로 연간 50여척의 모형선이 제작된다. 각 선형의 성능검증을 위한 연구과제가 종료된 모든 모형선은 조선소 또는 설계기관과의 협의 하에 폐기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최근 연구목적으로 개발되어 장기 보관이 필요한 모형선 들이 늘어남에 따라 보관 공간의 문제도 함께 발생되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모형선의 보관 대수가 늘어난다면, 이를 다루는 작업자의 안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 사진과 같이 선형시험수조 바로 옆 외부 공간에 약 40여대의 모형선 보관과 모형시험 준비 작업이 가능한 모형선 창고를 증축하였다. 추가적인 모형선 보관 공간 확보를 통해 기존보다 안전한 모형선 관리가 가능하며, 최대 보관 가능한 모형선 대수도 증가하였다. 또한 모형선 제작에 사용되는 각종 페인트와 접착제 등의 화학물질은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이 별도의 보관 창고를 마련하여 이 곳에서 취급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개선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5 모형선 보관 창고 및 위험물 보관창고>


세대교체

지난 선형시험수조 설립 30주년(2008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기술원들의 세대교체이다. 수조를 설립할 당시에 입소하여 정년까지 근무한 모형 제작 및 모형시험 수행을 담당하던 1세대 기술원들이 모두 퇴직하고 새로운 구성원으로 전환되었다.

세대 교체는 기간으로만 보면 약 10년정도 걸린 듯하다. 개개인의 퇴임 시점이 다르고, 새로운 후임자의 채용도 원하는 시점과는 다르게 진행되니 다소 오래 걸린 듯하다. 하지만 40여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어 받기엔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이 곳의 구성원들 각자가 맡고 있는 업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과거 1세대 기술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분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KRISO, 그리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오랜 경험과 첨단 기술의 만남

지난 10여년간 구성원의 세대교체도 이뤄졌지만 선형시험수조 시스템의 현대화도 진행되었다. 선형시험수조 예인전차는 철골 구조물만 빼고 내부를 구성하는 구동시스템/전원시스템/계측시스템이 모두 최신의 설비로 교체되었다. 1970년대에 제작되어 오랜 사용으로 인한 잦은 고장과 부품 수급이 어려웠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어 장비 때문에 시험의 일정이 늦춰지는 일은 거의 해소되었다. 또한 현대화된 구동/계측시스템 도입, 기계진동, 전기 노이즈 감소를 위한 노력을 통하여 시험평가의 정도향상을 이루었다. 
 


<그림 6 예인전차의 신규 구동시스템 및 구동모터>


 모형선 및 모형추진기 제작도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앞에서 제시한 그림 4와 같이 모형선 도장부스 및 샌딩부스를 신규 구축하였으며, 모형 추진기 및 부가물의 정밀한 제작을 위해 5축 NC머신과 3차원 프린터, 3차원 측정기를 신규 도입하였다.
 


<그림 7 모형추진기 및 부가물 가공을 위한 5축 NC머신/3차원 프린터/3차원 측정장비>


또한 증가하고 있는 모형선 제작 수요에 대응하고자 대형 모형선 가공이 가능한 5축 NC머신을 신규 도입하였고, 기존에 운용 중인 10축 NC머신도 기본 프레임을 제외한 모든 구성 부품을 전부 교체하여 성능을 업그레이드하였다. 이와 같이 대형 가공장비, 첨단 측정장비 및 각종 설비의 신규 도입과 현대화로 모형 제작정도 향상과 더불어 아날로그 작업 방식의 디지털화, 자동화 구현을 통한 제작능률향상으로 효율적이고 복잡한 형상의 모형도 정밀한 제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 8 모형선 가공을 위한 대형 5축 NC머신/10축 NC머신>


또한 최근 도입되고 있는 국제적인 환경 규제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시험법이 개발되고, 정밀한 모형제작에 대한 대내외적인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KRISO 선형시험수조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가공, 시험 설비 개선과 시험법 개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도입만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KRISO 선형시험수조가 오랜 기간동안 쌓아온 모형 제작과 모형 시험 수행 경험과 노하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도입해야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

국내 연구과제들의 연구목표 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외산 장비/기술의 국산화이다. KRISO 선형시험수조에서도 사용 중인 주요 연구장비 및 설비는 외산장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몇몇 장비에 대한 국산화 노력은 과거에 진행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사례도 많다. 문득 여기서 드는 궁금증이 있다. 과연 외산 연구 장비/기술의 국산화는 필수적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외산 장비의 의존도 문제이며, 무조건적인 국산화 요구도 문제일 것이다. 각 연구 분야마다 국산화의 적정선이 다를 것이다. 우선 고려해야할 사항은 어디까지는 그냥 외산 장비를 사용하고, 어디까지는 국산화 연구를 통한 국산 장비를 사용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사실 기술의 국산화 작업 자체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국내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특정 기술의 국산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해당 기술을 보유 중인 해외 연구기관이 아무런 발전없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가만히 서있는 사람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만 달리고 있는 사람을 잡는 것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고민은 KRISO 선형시험수조도 계속 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최근 가장 대두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이다. 모형선과 모형추진기의 주재료는 목재와 알루미늄으로, 소재만 본다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제작 공정 중간중간마다 접착제, 도료, 절삭유 등의 많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는 모형 시험이 종료된 후에 모형선을 폐기하거나 모형 제작 과정에서 나오는 연구부산물의 폐기과정에서 환경오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이러한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기술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러한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작업과정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 제거를 위한 설비 확충이나 유해물질이 발생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등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며

긴 역사를 가진 KRISO 선형시험수조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미래를 짧은 글로 표현하기에 부담감도 크고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었다. 또한 앞에서 서술한 내용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구성원분들도 있을 수 있기에 다소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문제인식과 그 해결 방법에는 정답이 없기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KRISO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국외 연구기관은 주로 유럽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연구기관들은 100년 내외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긴 역사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KRISO 선형시험수조는 유럽의 주요 연구기관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지만 선배 연구원/기술원의 노력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으며, 실제 대내외적으로 동일 선박에 대한 국외 수조와의 비교 결과에 의하면, 국외수조와 동등하거나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성능평가를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장비를 기반으로 한 KRISO 선형시험수조는 현재가 바로 성능평가에 대한 정도 향상 및 성능평가 방법의 개선을 위한 도약의 시작이 되는 시점이며, 그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