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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21
[깊이 보는 뉴스 읽기] 에너지시장 변화와 조선/해양플랜트 업계의 과제

 <글 : (주) 보성 권효재 상무 jay.kwon7775@gmail.com>
 
2020년 한 해 동안 전세계를 강타한 COVID-19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취임으로 국제 에너지시장이 전례 없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일부 환경단체나 진보정당의 의제로만 여겨졌던 기후위기(기후변화 라는 단어는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기후위기 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대응이 지난 18개월 동안 COVID-19 대응 다음으로 중요한 주제로 정치, 경제, 사회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상황 변화는 한국 조선/해양플랜트 업계에 심각한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업계는 정확히 10년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원자재 수요 폭증에 따른 조선대호황은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으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 사이 생산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했었고 중국 조선소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했으므로 호황 후 갑작스러운 불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 조선/해양플랜트 업계는 고유가에 기반한 업종 전환-다변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향후 10년간의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형 해양플랜트 EPC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켰습니다. 해수부에서는 2020년까지 해양플랜트 관련 매출을 연 1000억달러 달성한다는 비전을 선언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여럿 출범시켰습니다. 이러한 전환 전략은 2014년까지 대규모 해양플랜트 EPC 수주로 이어지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초부터 시작된 유가 폭락, 대형 프로젝트들의 건조/인도 지연,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처들의 파산과 자금 사정 악화 등으로 결국 수 조원의 막대한 손실을 업계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은 국제 에너지 질서의 변동이었습니다. 이미 2010년초부터 북미발 셰일 오일/가스 혁명은 가시화되었지만, 그로 인한 영향을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에서 다시 석유가 펑펑 나오게 되면 어떤 일이 차례로 진행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은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시장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전주곡이었습니다. 동 기간 천연가스가 원유와 석탄의 대체제로서 clean fossil fuel의 새로운 장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었고, 현재 LNG는 천연가스의 국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로서 우리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각종 조치들과 정책들의 함의를 충분히 깊이 숙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10년전 고유가와 셰일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었듯,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각종 움직임에도 상이한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지해야 한다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부터,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을 찍었으며 이제 서서히 감소하여 2040년이 되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의견, 화석연료에 중독된 문명이 이를 벗어나는 데에는 100년 이상이 소요되며 COVID-19 사태가 지나가면 세상은 다시 예전처럼 화석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의견 등이 그것입니다.


이 중 어떤 의견이 맞을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한 방향에 승부수를 걸면, 성공할 때의 과실을 달콤하지만 전망이 빗나갈 경우 대가는 혹독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섣부른 ‘올인’을 경계하고 현재 진행 중인 메가 트렌드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철저하게 분석하는 태도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 체제가 본격화되면 한국 조선/해양플랜트 업계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식의 기사들이 넘쳐나지만, 정말 그럴까요? 탄소배출 저감을 지향하는 해운 산업의 움직임이 첨단 기술 선박의 교체 수요를 불러올 것이므로 이는 중국 등과 경쟁하는 한국 조선에 유리할 거라고 말들을 하지만, 냉정히 따져서 우리 산업계는 [탄소중립 조선/해양 플랜트] 라는 주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기후위기 대응 트렌드가 당장 올 해의 수주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따지기 전에 트렌드가 가져올 10년 이상의 장기적 영향을 대해 깊이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기고를 시작으로 3회에 걸쳐 지금 전세계 에너지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조선/해양플랜트 업계에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트렌드가 무엇이며, 현재 국제 사회와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어떤 장기 시나리오와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 사회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 전환을 핵심 과제로 천명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파멸적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가을 COVID-19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정치 집회가 여기저기서 개최되었습니다. 대선이 다가오니 집회를 안 할 수는 없고, 귀찮고 번거로우니, 마스크 하기 싫은게 사람 심리이죠. 또 막상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치명률은 1~2% 정도니깐 문제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10월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4만명 수준이었다가 1월에는 25만명까지 증가했었고, 사망자 역시 일 700명 수준에서 3000명 수준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과학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코의 점막을 뚫고 인체에 침입하는데, 겨울에는 날이 건조하고 추우므로 코의 점막이 건조해져서 바이러스가 잘 침입합니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감기에 잘 안 걸리는 사람도 겨울에는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COVID-19 사태에 잘 대응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과학적 분석에 따른 대응책 결정,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의 빠짐없는 참여입니다. 둘 중 하나가 빠지면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기후위기 대응도 동일합니다. 과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누적된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과 기후 변동을 증폭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공식화된 것이 벌써 30년 전입니다. 그 사이 이 주제에 대해 매우 폭넓은 토론과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제는 일반 대중들도 일상의 날씨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덥거나 비가 많이 오고, 대형 태풍이 자주 오고, 겨울에는 너무 춥거나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북극 지방의 얼음이 빠르게 녹아 내리면서 북극의 찬공기가 주기적으로 저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는 북극 교란이 반복되면서 한 주는 영하 20도, 그 다음 주는 영상 5도라는 극단적인 기온 변화가 전지구적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여겨야 할 것은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난 30년간 이미 0.7도 정도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2만년전 대빙하기가 끝난 이후 1도 내외로 올라가거나 내려왔는데, 온도 변화는 보통 수백 년의 주기로 변동되었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사용한 화석연료의 양이 증가하고, 인구 역시 함께 증가하면서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누적되면서 인위적인 기온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1990년 이후 30년 동안 대기 중 온실 가스 농도는 3배로 증가하였고, 이와 함께 지구의 평균 기온 역시 급격히 빠른 속도도 상승하였습니다.

과학자들은 1990년 기준 2100년까지의 온도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재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할 경우 약 4.5도 온도 상승, 현재의 온실가스 저감 정책(파리협약 목표 이행 기준)이 집행될 경우 3도 상승, 보다 강화된 정책이 적용될 경우 2.7도 상승을 예견하였습니다. 그런데 3가지 시나리오 모두 이 정도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현재 인류 문명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4.5도 온도가 상승할 경우에는 해수면이 3~6미터 상승하여 한국의 경우 전 국토의 10% 이상이 수몰되고 태풍 내습시 15%까지 바다에 침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산, 울산, 거제는 현 거주지역의 절반 이상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보다 강화된 정책이 적용되어 2.7도 기온이 상승하더라도 2미터 내외의 해수면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인류의 절반 가량은 해안가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대도시의 80%는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도쿄, 런던, 뉴욕…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현재 해수면은 20cm 정도 상승한 상태인데, 만약 해수면이 1미터만 상승하더라도 이 대도시들은 모두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되며, 이로 인한 재산상의 손실을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또한 생태계의 극심한 변동으로 인해 전세계 식량 생산 시스템 역시 대대적인 손실이 발생하여 2050년 기준 110억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인류가 과연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인류와 글로벌 정치경제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최종 저지선을 1990년 대비 평균 기온 2도 상승으로 설정하고, 미래 인류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었습니다.


사실 이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며 유럽의 경우 2018년 이후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기후위기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파리협약에 탈퇴하면서 국제공조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COVID-19는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 여론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예견하지 못했던 보건 위기로 인해 일상이 크게 변화하면서 사람들은 우리의 삶이 생각보다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치명률 2%의 바이러스의 영향이 이정도라면,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안가 도시들이 물에 잠기고, 40도 이상의 더위가 한 달 간 지속되고, 식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여 물가가 급등할 경우 그 여파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새로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고 선언했으며 국제적인 공조체계 가동을 약속했습니다.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 체제 복귀와 함께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경제 체계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작년에 연이어 선포했으며, 이는 평균 기온 2도 상승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기중에 누적된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총량을 감소시키는 negative emission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누적 총량 기준으로 온실가스는 2050년까지는 계속 증가할 것이 확실합니다. 즉, 산업계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너무 과격하고 급진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사실 이조차 너무나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현재까지 배출된 온실가스로 이미 0.7도가 상승했는데, 앞으로 30년간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2030년 탄소중립 달성과 그 이후 negative emission을 해야만 평균 기온 2도 상승을 달성할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현대 자본주의 문명 자체가 화석연료의 기초 위에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문명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2018년 기준 약 50 G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였는데, 각국의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를 대처할 만한 수단이 당장 없는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빨리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거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일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방법을 찾아서 대규모로 보급해는 것입니다. 그럼 현재 어떤 분야에서 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일까요? 50 GT의 온실가스 중에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34 GT 이며 이 중 약 절반이 산업 생산에서 발생하였습니다. 199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추세를 봐도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증가한 반면 나머지 분야에서는 증가량이 거의 없습니다. 이로 인해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소위 “에너지 전환”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였습니다. 
 

 

영국의 에너지 메이저 기업인 BP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34 GT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여 지난 10월에 발표하였습니다. BP는 BAU (Business As Usual), Rapid, Net Zero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였습니다. BAU는 파리협약에서 각국이 약속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과 각종 에너지 전환 촉진 정책들이 집행되는 경우를 상정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BAU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줄지 않습니다. 이는 2050년까지 세계 경제가 매년 2% 씩 성장하고 인구가 약 50% 증가하며, 개도국의 생활수준이 개선되는 것에 기인합니다. BAU 시나리오에서는 평균 기온이 약 3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Rapid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정책들이 집행되는 것을 상정합니다. 이 경우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34 GT에서 10 GT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현재 배출 수준에서 80% 이상을 저감하는 것이며, 화석 연료 사용이 필수적인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재생에너지로 수요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는 시나리오입니다. Net Zero는 말 그대로 2050년에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서의 배출량은 배출과 흡수를 상계한 결과를 의미하며, 일부 배출이 발생하더라도 흡수 (산림 조성, negative emission 등을 통해)를 감안한 net emission 량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 수요의 2/3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대응하고, 화석 에너지 사용이 필수적인 일부 분야는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여 처리하는 CCUS (Carbon Capture, Use and Storage) 로 대응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공급원을 크게 6가지로 구분합니다. 재생에너지, 수력, 원자력, 석탄, 천연가스, 석유가 그것입니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는 화석에너지로서 에너지의 채굴, 유통, 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원자력은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지만, 설비 건설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며 (원자력 발전소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인데, 콘크리트는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발생시킴) 주민 수용성, 해체 비용, 송전 비용 등의 약점이 있습니다. 수력은 입지 제약 요건이 많고, 강수량에 따라 가동률 변동이 심해서 에너지 공급량을 대폭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결국 재생에너지 공급을 대폭 늘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폭넓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 재생에너지원에서 공급된 에너지는 약 30 EJ 이었는데, 30년 동안 BAU 시나리오에서는 5배, Rapid 시나리오에서는 10배, Net Zero 시나리오에서는 13배가 증가해야 합니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의 전환(이를 “에너지 믹스 변화” 라고도 지칭함)과 함께 중요한 것이 에너지 가격 체계의 변화와 에너지 효율 향상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계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비싼 에너지의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면 세금을 매겨서 판매가를 올리면 자연히 소비는 줄고, 반대로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면 보조금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050년까지의 경제 성장, 삶의 질 개선, 인구 증가를 감안할 때 단순히 에너지 믹스를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인당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수준 대비 절반 이하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낭비되는 각종 에너지를 철저하게 감독하는 체계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디젤 엔진은 60% 정도의 에너지는 대기중에 방출하고 40%만 동력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개선해서 60%의 에너지는 동력으로 전환하고 40%는 대기중으로 방출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광범위한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이 대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믹스 변화와 에너지 효율 개선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화석 에너지의 소매 가격을 높여야 합니다. 싸고 풍부한 에너지가 남아 도는 상황이라면 아무도 굳이 에너지 믹스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개편하고, 효율 개선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설비를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한 제도가 탄소세, 탄소배출권 도입입니다. 탄소세란 배출하는 온실가스(주로 이산화탄소)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고 탄소배출권은 어쩔 수 없이 탄소를 배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권리를 돈을 주고 사게 하는 것입니다. 평균적으로 재화 생산 단위당 150이라는 탄소를 배출하는 업계를 상정해 보겠습니다. A라는 업체는 탄소를 100 배출하고 B라는 업체는 탄소를 200 배출할 경우 B 업체에 50만큼의 추가 배출에 대해 탄소세를 매기거나, B 업체가 A 업체로부터 50만큼의 배출권을 구입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탄소세, 탄소배출권 시스템은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게 됩니다. 실제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된 일부 업종에서는 배출권 판매로 인해 상당한 수익을 얻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자동차 판매 자체의 수익보다 이미 배출권 판매로 인한 수익이 더 큰 상황입니다. 궁극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모든 업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사용 주기 (채취, 유통, 소비) 기준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측정하여 세금을 매기고 배출권을 거래하게되면 고탄소 에너지 가격은 올라가므로 사용이 억제되고 저탄소 에너지는 사용이 확대될 것입니다. 2020년말 기준 탄소 배출권 가격은 OECD 국가들에서 톤당 30 USD 수준인데, 이 가격에서도 이미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화석 연료인 석탄은 많은 국가에서 경쟁력을 상실하여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만약 탄소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탄소세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화석 연료는 너무 비싸져서 환경적인 이유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BP에서는 Rapid, Net Zero 시나리오 기준으로 OECD 에서 탄소 배출권의 가격이 2030년에는 톤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탄소 배출권 가격이 적용되면 유가가 100달러가 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게 되므로 에너지 사용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2018년 기준 34 GT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15 GT는 에너지 믹스 변화에서, 10 GT은 에너지 효율 개선에서 5.5 GT은 CCUS에서 달성 가능할 것으로 BP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CCUS는 화석 에너지가 기후 위기 상황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서 상업적으로 적용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일론 머스크가 최근 획기적인 CCUS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1억달러의 상금을 주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그만큼 이 분야의 기술 개발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기후위기가 무엇이며, 에너지 업계에 어떤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인류 최대의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였습니다. 30년내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믹스 변화,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통한 에너지 공급이 현 수준 10배 이상 증가해야 하며, 에너지 효율 개선과 CCUS 기술 개발이 중요합니다. 각국 정부는 각종 보조금으로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을 장려할 것입니다. 또한 탄소세와 탄소배출권 체계의 전세계적인 확대 적용을 통해 화석 연료의 실질적인 가격을 대폭 상승시켜서 사용량을 억제할 것입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강제하기 위한 아주 강력한 기준들이 적용될 것입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각국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수행하고 있는지, 우리나라는 잘 대응하고 있는지, 국내 조선/해양플랜트 업계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