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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1
[학생기자단] 선박에 옷을 입히다, 아이피케이

홍합 껍데기에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따개비는 유생시기에 물속을 유유히 떠돌다가 암반조간대와 같은 딱딱한 기질에 부착하여 서식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때때로 거북의 등이나 홍합 껍데기, 심지어 선박의 선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때문에 선박의 경우, 선체 외판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방오도료를 도장한다. 우리 학생 기자단은 이러한 방오도료를 포함하여 다양한 선박 도료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월 15일 ㈜아이피케이 기술연구소(아이피케이, International Paint Korea)에 방문하여 유명진 기술본부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왼쪽부터 이상민 학생기자, 최은지 학생기자, 유명진 기술본부장>


아이피케이, International Paint Korea 소개

 

㈜아이피케이는 1980년 11월, 당시 전 세계 도료 시장의 40% 정도를 점유하고 있던 International Paint Co. 와 국내 Noroo Holdings간의 합작투자회사로 선박·중방식용 도료 전문 기업이다. International Paint는 1881년에 영국에서 시작된 선박·중방식용 도료 전문 기업으로 현재는 종합도료 회사인 네덜란드 Akzo Nobel사에 소속된 도료 Brand 중 하나다. 1970년대 한국 조선 산업에 사용되는 도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고, 국내 도료사들은 기술장벽으로 인해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아이피케이를 설립함으로써, 국내 선박·중방식용 도료 시장에 국산 도료를 공급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피케이는 부산 본사를 중심으로 거제에 기술연구소와 함안군에 칠서공장을 두고 있으며, 국내 거점조선소 주변에 위치한 영업소 및 감리소를 포함하면 총 13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거제 기술연구소는 International Paint Co. 산하의 Primary Laboratory 중 하나이며, International Paint Co.는 전 세계 5개 연구소에서 약 400명의 연구원이 각 분야에 대한 제품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거제 연구소의 경우, 지난 20년간 High Solid epoxy universal primer, 친환경 수용성 도료, solvent free 방청도료 등을 개발하며 국내 친환경 도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아이피케이의 기술 목표는 고품질 친환경 도료를 통한 고객의 미래가치 창출이다. 선박∙중방식용 특수 도료 전 분야에 대해 향후 10년간의 Technology roadmap을 구상하고, 이에 맞는 신기술 개발 및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 도료 시장 환경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Beyond the paint’라는 모토 아래 드론 및 수중 ROV(remote operating vehicle)와 사물인터넷(IoT기술) 접목을 통한 Inspection solution 개발 등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Foul-Release 방오됴료의 선구주자, Intersleek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bio fouling 현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bio fouling은 선박이 해수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을 때, 선박 외부 침수부위에 해양생물이 부착되어 운항 시 저항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선체 침수부가 오염되면 선속이 저하되고 연료효율이 떨어지는데, 이러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도료가 바로 방오도료이다.

 

방오도료 종류는 해양생물 부착을 막기 위해 방오제(Biocide)를 용출하는 SPC Type, Conventional Type, CDP Type과 선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해양생물을 탈락시키는 Foul-Release Type이 있다. 본 기사에서는 방오제를 함유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방오도료인 Foul-Release Type 도료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인터슬릭은 아이피케이가 개발한 Foul-Release Type 도료이다. 이 시리즈는 최초 제품부터 지금까지 독성 방오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으로써 의미가 크다. 인터슬릭은 일반 SPC 방오도료와는 달리 선박 운항 시 도료 자체의 극도로 미끄러운 표면에 의해 해양생물 자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탈락해 나가면서 방오 성능을 발휘한다.

 

인터슬릭 시리즈의 뛰어난 성능으로 인한 웃픈 에피소드가 있다. 조선소에선 도크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도크 내에서 동시에 2~3척 정도의 선박을 건조한다. 한 도크 내에 두 선박의 거리가 충분하지 않을 때 A선박에 도료를 도장하면 그 일부가 B선박까지 날아가 묻게 된다. 문제는 인터슬릭 제품의 성능이 월등한 나머지 B선박에 다른 도료를 바를 때 훌러덩 벗겨진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슬릭 제품으로 작업할 때에는 두 선박을 분리하기 위해 큰 텐트를 친다고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이피케이는 인터슬릭 성분이 다른 선박에 접촉해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 중간체를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도료시장에서 SPC Type 도료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곤 있지만, 일부에선 Foul-Release Type 도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도료 Type의 변천사는 줄곧 아이피케이의 혁신과 맞물려 왔다.

 

1970년대 아이피케이는 세계 최초로 SPC Type과 무독성 Foul-Release Type 방오도료를 개발하였다. 동시대에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SPC 제품군의 인기가 훨씬 높았는데, 이는 Foul-Release 제품과 성능은 비슷한 반면 가격이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SPC 제품군의 주원료인 TBT(Tri butyl tin) 화합물이 굴, 조개 등에 *임포섹스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후 아이피케이는 Tin-free SPC Type 도료 개발에 착수하였다. 2000년 초반에 들어서는 IMO에서 TBT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무독성 방오도료가 그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Tin-free SPC Type 도료와 Foul-Release Type 도료가 주요 선박 시장에 상용화되었다.

*임포섹스: 환경호르몬에 의한 암수 혼합 현상.

 

현재 Foul-Release Type 제품군은 환경친화적 도료라는 상징성 덕분에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선박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IMO의 GHG 50% 절감을 비롯하여 한국의 2050 탄소 중립 선언 등 각국이 점차 환경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Foul-Release 방오도료가 선사의 환경기업 이미지 제고 수단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주력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된다.

선박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료들

 

- 선박 부위별 도료

 

선박 한 척에 몇 가지의 도료가 사용될까? 선박은 그 규모만큼 위치별로 고려해야 할 특징들이 다양하다. 실제로 한 선박에 적게는 15종, 많으면 30종 정도의 도료가 사용된다. 

 

먼저 선박 외부는 크게 침수부와 비침수부로 분류할 수 있다. 침수부는 항상 해수에 잠겨 있는 선저부와 화물 적재 시 해수에 잠기는 수선하부가 해당한다. 해수에 장시간 노출되는 침수부의 특성상 부식을 억제하는 방청도료와 bio fouling을 방지하는 방오도료가 사용된다. 특히 bio fouling은 운항 효율과 연결되기 때문에 침수부의 도료는 방오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갑판과 같은 비침수부는 해수에 침수되어 해양생물이 부착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방오기능이 요구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 바람, 파도 등 해수와 해풍에 지속해서 접촉되기 때문에 방청기능은 필수이며 추가로 자외선에 노출되기 때문에 도막의 파괴를 방지해야 하고 색상 및 광택 유지력이 매우 중요하다.

<해수 노출에 따른 선박의 외판 분류>

 

선박 내부로 들어가면 더욱 다양한 도료들이 사용된다. 상부구조물의 거주공간에 사용되는 도료는 선원들이 머무르는 장소이기 때문에 환경호르몬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배출되지 않아야 하며,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 또한 배출되지 않아야 한다. 선박의 심장을 보관하는 엔진룸 역시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 배출이 없어야 하며, 선박의 연료 성분과 접촉해도 화학적으로 변화가 없는 내성이 있어야 한다. 

 

선박 내부에 도료 사용 시 가장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곳은 평형수 탱크(Water Ballast Tank)라고 할 수 있다. 평형수 탱크는 공간 특성상 해수의 유출입이 잦고, 해수에 접촉되는 시간이 매우 많기 때문에 가장 심한 부식조건을 가진 공간 중 하나이며 선박 건조 이후 수리가 어려워 높은 수준의 방청기능이 요구된다. 이를 고려하여 IMO는 평형수 탱크에 사용되는 도료의 품질 기준 확립을 위해 PSPC(Performance Standard for Protective Coatings)라는 인증을 운용하고 있다.

 

PSPC는 총 톤수 500톤 이상인 모든 선박의 평형수 탱크와 길이 150m 이상의 산적화물선에 설치된 이중선측 공간에 사용되는 도장에 적용되는 보호 코팅 성능 기준으로 인증을 획득한 도료는 15년의 Lifetime(방청 성능을 유지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으로 취급된다. 평형수 탱크용 도료는 우수한 방청성 뿐만 아니라 충분한 화학물질 내성도 요구된다. 평형수 내에 존재하는 해양 미생물에 의한 해양 생태 교란종 역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평형수에 미생물 살균 처리 장치가 설치되는데 차아염소산, 오존, 전기분해 방식 등 여러 방법이 사용되어 일반 도료에는 큰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원유선의 경우, 원유를 실을 때 원유의 유동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원유의 온도를 높이는데 이는 비어있는 평형수 탱크 내의 온도와 습도를 매우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다양한 환경과 조건은 도료에 매우 취약하므로 도료 개발 시 평형수 탱크용 도료를 가장 중요시하는 이유이다.

 

<아이피케이 도료가 사용된 평형수 탱크>


- 선박 종류별 도료 

 

위에서 원유선의 운항특징이 도료에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지 설명했는데 이처럼 운항루트와 운항방법에 따라 선박의 종류별로 요구되는 도료의 특징들도 다양하다. 예로 들어 운항률이 적은 페리선과 적재, 하역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벌크선의 경우 해양오염이 심한 항구에서 정박시간이 길어 도료의 방오기능이 중요하다. 반면 해경 선박은 운항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해양생물들이 선저부에 부착되기 힘들어 낮은 등급의 도료를 도장해도 충분하다. 

 

 <아이피케이 도료가 사용된 쇄빙선>

 

방오도료를 사용하지 않는 선박도 있다. 바로 쇄빙선이다. 쇄빙선은 남극과 북극 부근에서 운항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bio fouling의 원인이 되는 해양생물의 생식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bio fouling 리스크가 적다. 또한 얼음을 깨는 임무가 중요하기 때문에 방오도료 대신 쇄빙선 전용도료가 사용된다. 쇄빙선 전용도료는 딱딱한 얼음에 배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우 단단한 성질을 가진다. 

 

<아이피케이 도료가 사용된 Drill ship>

 

석유시추선 역시 쇄빙선처럼 특수한 도료가 사용된다. 석유시추선은 항상 가스폭발, 화재발생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화성이 우수한 도료가 사용된다. 내화도료는 화재발생 시 팽창되어 단열재 역할을 하는데 사람의 안전을 위해 1~2시간 정도 열이 이동하는 것을 막아주고 강재의 붕괴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벌크선은 선박 내부에도 특수한 도료가 사용된다. 석탄 운반 벌크선은 화물창 내부에서 컨베이어 밸트를 따라 이동하던 석탄이 굴러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때 석탄이 선체 내부를 긁어 마모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벌크선 화물창에는 내마모성, 내충격성이 뛰어난 도료가 사용된다.

미래로 향하는 선박도료

최근 조선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MO규제로 인해 LNG선, 암모니아선, 수소연료선 등 친환경선박이 주목받고 있고 더 나아가 스마트 선박, 자율 주행 선박으로 향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변화에 맞추어 선박도료산업도 많은 변화를 보인다. 아이피케이를 비롯한 세계 여러 도료 기업들은 선박의 부위별, 선종별로 여러 특징을 고려하여 최고의 성능을 가지는 도료를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박도료산업에서 이상적인 선박도료 개발방향은 무엇일까? 유명진 본부장님은 환경보존과 기술혁신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매끄러운 표면을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장기간에 걸쳐 해운업계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에 기여함과 동시에 유해 환경물질을 비롯하여 각종 살생물과 같은 물질을 대체하는 한편, 원료 사용에서부터 서비스 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생애 주기에 걸쳐 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또 다른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최근 IMO는 선박도료의 환경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11월 20일 IMO는 방오도료 내 시부토린(cybutryne) 사용금지를 결정하였다. 시부토린은 독성 및 잔류성이 있는 물질로 선박도료의 환경보존에도 본격적인 관심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아이피케이는 환경보존을 위해 오래전부터 친환경 도료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아이피케이뿐만 아니라 국내 도료 기업들도 친환경 도료를 개발하여 세계 도료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장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 나아가 선박이 운항하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해양 생태계를 고려할 때 친환경 선박도료는 매우 중요하며 충분한 방오성능과 운항효율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기술 혁신 측면에서는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발달로 자율주행선박의 상용화 및 인더스트리 4.0 도입에 따른 스마트 조선소로의 Digital transformation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이피케이 도료에서는 이미 선체 오염도 예측(fouling challenge)을 통해 선박이 운항하는 루트나 운송 서비스에 따라 최적화된 시스템 그리고 시뮬레이션이 일정 부분 가능해졌고, 그것이 현장에서도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진행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인 Intertrack perform도 현재 상용화되었습니다." 

향후 개발 방향은 각종 화학물질 규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 규제 및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 도료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기술 혁신도 필요하다. 아이피케이는 인터트랙 비전이라는 상용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운항루트를 빅데이터로 만들어서 bio fouling 리스크와 선박의 운항루트, 선속, 마력, 운항률을 계산하여 최적의 도장 사양을 설계함으로써 경제성을 상담해주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피케이는 ‘Beyond the paint’ 라는 모토 아래 로봇 도장 자동화, 선박의 외판과 화물선의 탱크를 촬영하여 도료의 상태를 확인하는 드론 및 수중 ROV(Remote Operating Vehicle) Inspection, 실시간 bio fouling 진행상황을 감지하는 선박 운용효율 모니터링, 증강현실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Inspection Solution 개발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후기

 

 

작년 저항론 수업에서 bio fouling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다. 선박에 붙은 해양생물이 선박의 저항을 증가시키고 연료효율 감소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또한 단순히 페인트를 칠하는 줄 알았던 도장작업이 마찰저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내 머릿속에 수많은 느낌표를 만들었다. 마침 학생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선박 도료에 관심이 많은 팀원을 만났고 3팀의 첫 취재는 선박도료로 결정하였다.

3팀이 취재한 아이피케이는 경상남도 거제에 위치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거제까지 이동은 쉽지 않았지만 첫 취재할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다. 아이피케이에 도착해서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바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유명진 기술본부장님께서는 우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주셨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보부터 재밌는 에피소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경청하다가 2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기술본부장님의 설명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선박도료산업의 기술혁신이었다. 선박도료산업은 도장작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장작업 후 관리 서비스까지 수행한다. 이 때 선저와 선박 외판, 화물창 내부같이 사람에게는 위험한 공간을 드론과 ROV가 확인한다. 또한 해외에서 운항중인 선박을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직접 확인하고 관리를 해준다. 조선경기가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더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고 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선박도료산업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선박도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해양경찰 함정 설계 공모전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당시에 주로 논문, 관련 특허 등을 통해 선박도료에 대해 조사하면서, 방오도료가 선박의 운항효율은 물론 해양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모전 내내 국내 선박도료시장 분위기나 도료생산 및 유통 이외의 서비스 등에 대해 궁금했는데, 아이피케이 취재를 다녀온 지금은 간지러웠던 부분을 콕 짚고 넘어간 것 같이 후련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방오도료의 제품군마다 개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Foul release 방오도료의 성능으로 인한 여러 에피소드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기사에서 다룬 것 말고도 감속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항구에 들어올 땐 서서히 감속하는 감속거리가 있는데, 아이피케이의 Foul release type 도료의 성능으로 인해 기존 감속거리를 초과해서 선박이 밀려갔고, 오히려 역추진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bio fouling엔 효과적이지만, 정작 정박할 때 있어서 애로사항이 생긴다는 점에서 ‘완벽한 도료’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횡단하는 해역과 운항조건에 따라 fouling risk가 달라진다는 점이 당연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장거리로 운항하기보단 정박시간이 긴 선박, 대양을 횡단하기보단 연안을 지나다니는 선박, 북해나 대서양 쪽보다는 적도 위주로 운항하는 선박의 fouling risk가 더 높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조건은 방오제를 포함하는 방오도료를 사용했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방오도료 외 다양한 도료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 특히 선박평형수 탱크 전용도료의 특징이 흥미로웠다. 차아염소산, 오존, 전기분해 등 미생물 처리 장치의 종류가 다양한데, 이에 따라 사용되는 도료가 제각기 다르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의 종류와 그마다 사용되는 도료의 특징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다.

유명진 기술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일반 자동차 회사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넘어가는 것처럼 도료시장에서도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고 하셨다. 실제로 아이피케이는 단순히 도료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미래에 살아남기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훌륭한 역량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사진출처: ㈜아이피케이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