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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21
[알기 쉬운 전공에세이] 일본 조선업의 과거와 현재, 변화의 모습 (1부)

<글 : ABS 일본지사 김신 검사관,  shinkim@eagle.org>


1. 서문


본 원고는 수험 시절 동고동락했던 목포해양대학교 이동건 교수로부터, 지금까지의 일본 조선업 경험을 토대로 “알기 쉬운 전공 에세이”를 써보면 어떻겠는가 하는 제안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 Systems Management Engineering(산업공학과)를 학사 졸업하였고, 약 20년 넘게 일본 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첫 직장으로 2011년부터 일본 IHI 치타공장 해양사업부 소속으로 8년간 근무하였고, 이후 2018년부터는 미국 선급협회(ABS, American Bureau of Shipping)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ABS 일본지사 소속 이마바리(今治) 사무소의 선급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필자는 조선해양 비전공자로써 조선 및 해양 관련한 학술적인 지식과 소견은 대한조선학회 웹진 독자층에 비교하여 부족함이 있지만, 본 원고를 통해 2010년대의 시작과 끝을 모두 일본의 조선업계 내부에서 함께 하며 익히고 경험한 점을 전달하고자 하고자 한다. 약 10년간 일본 조선업계에서 일하며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꼽아보자면, 일본 조선업계 역사와 업체들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본의 많은 조선소들이 산업 전반적인 관점에서 재편성을 고려하고 있기에, 2021년을 맞이하여 현재 시점에 일본 조선산업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보는 것이 독자들에게 공유하기 좋은 주제라 사료된다.

2. 일본조선업의 역사

<자료 : 전후 일본에 있어서 주요 조선산업의 전개, 인문지리 제38권 제5호 1986년 戦後日本における主要造船所の展開(人文地理 第38巻 第5号 (1986) 일본조선공업회 작성 조선업계의 70년간의 동향 造船業界を巡る70年間の主な動>


<1948년 미츠이 조선소 오카야마 진수식 사진 - 출처 : 도테라아저씨의 숨은방 – 쇼와의 풍경 どてら親父の隠れ部屋、昭和の風景
 http://doteraoyaji.sakura.ne.jp/syouwa/okayama20/syouwa05.html>


일본의 조선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걸어온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일본은 단순히 국토의 크기만으로도 한국의 3.8배에 달하며 증기 기관을 이용한 선박 건조 시작점은 1855년이고, 인구수(2019년기준)만으로도 1억2천만명으로 한국의 2배가 넘는 역사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이나 산업적인 관점에서는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실제로 주변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고, 다양한 부분에서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조선산업 역사를 보다 상세히 살펴본다면 한국 조선산업을 더욱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나아갈 길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출처 : IHS(구Lloyd's Register)자료를 바탕으로 일본조선공업회 작성 日本造船工業会(대상:100총톤수이상의 상선)>


일본의 조선 산업이 글로벌 마켓에 도전하기 시작한 시점은 2차 세계대전 이후를 기점으로 한다. 일본은 최초 산업화가 시작된 메이지(明治) 시대부터 2차 대전 기간까지의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오사카만(大阪湾 관서) 인근 - 도쿄만(東京湾 관동) 인근 - 세토우치(瀬戸内 일본의 중국 지역 부근) 연안을 중심으로 조선업이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1956년 처음 상선 건조량 1위를 달성하였으며, 이 당시만 해도 일본은 가와사키(川崎) 조선소가 4개의 조선소를 소유하고, 히타치(日立造船) 조선이 3개의 조선소를 소유한 것을 제외하면 1~2개의 조선소만을 소유하고 자본 투자계열별로 주목하여도 특별한 연합은 보이지 않았다.
 


<1967년 나가사키현의 하야시가네 조선소 - 출처 : 나가사키산업 1967년 「長崎県の産業」1967年>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세계적인 물류 증가 및 세계 해운시장의 활성화에 힘입어 고부가가치 선박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다. 당시 일본 조선 산업 처음으로 흡수와 합병이 진행되었으며, 다수의 신규 조선소가 들어서게 된다. 이를 통해  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이시카와지마(石川島) 중공업과 하리마(播磨) 조선의 합병, 나고야 조선(名古屋造船)의 흡수 등], 미쓰비시 중공업[미쓰비시(三菱)계열3사의 합병]이 일본 양강 조선소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외에도 미츠이(三井), 히타치(日立) 등 새로운 조선소가 건설되기 시작하였으며, 일본 조선 역사상 최다였던 27 사가 각축하게 된다.
이 시점에 주목할 만한 변화점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일본 조선업이 직영 중심으로 진행되던 건조과정에서 외부 업체가 참여하는 외주 비율이 서서히 증가하게 되어 산업 체질이 변화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합병을 통한 각 조선소들의 계열화로 인해 처음으로 지역 단위 연합 조선소가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세번째로는 신규 조선소들이 도쿄(関東관동) 및 오사카(関西관서) 등 대도시 주변에 건설되어 대도시 확장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기존 공업단지가 아닌 신규 지역, 특히 바다를 매립한 장소에 건설되는 경향이 처음 나타나게 되었다.
 


<1973년 5월 15일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 코야기 공장(香焼). 출처 : 니시니혼 신문사(西日本新聞)>


1970년대 초에 이르러 일본 조선소의 합병을 통한 계열화는 더욱 진전을 이르게 된다. 또한 세계적인 원유 수요의 급증으로 인한 유조선 건조 붐을 타고 선박의 대형화와 더불어 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로 인해 70년대를 기점으로 대형화된 조선소들은 다시 대도심을 벗어난 곳에 자리잡게 된다. 더불어 신규 조선소들은 엔진, 주조 공장 등의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또한 중간 규모의 조선소들은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해 자본 기반 계열화를 진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현재 일본 조선업의 핵이 되는 세토우치(瀬戸内) 연안 및 큐슈(九州) 북부 지역의 조선소들이 탄생하였다. 이러한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 따라 일부 조선소에서는 외주인력 의존도가 50%를 넘는 조선소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형 자본계열사의 외주 비율은 2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70년대의 또 다른 변화는 일본 조선업은 기존과 차별적인 건조를 개발, 진화(선행의장)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FCAW 반자동용접의 적극적 도입도 이 시대에 시작하게 된다. 필자가 근무했던 IHI의 치타(知多)조선소도 이 당시에 설립되었다.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를 시발점으로 하여 조선업 불황기가 도래하게 된다. 1976년6월 해운조선합리화 심의회(海運造船合理化審議会)가 열려 조업시간 단축을 권고하고 1978년 7월 설비 처리 및 경영 안정화를 권고하기에 이른다. 1978년 11월에는 특정 불황산업안정 기본법(特定不況産業安定基本法)에 기반하여 조선, 제조업에 관한 안전기본설계(特定船舶製造業経営安定臨時措置法)가 국회에 제출되어 생산능력 총합 5,000톤 이상의 규모를 갖는 업체들이 79년도 말까지 각종 방식을 통해 평균35% 생산능력 삭감을 진행하였다. 이와 관련해 감원된 근무자 수는 2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외주업체 근무자 수는 1974년 38,003명에서 1979년 10,142명으로 줄어 들어 73% 급감하게 되었다. 이는 당시 일본 조선업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수치로 기록되고 있다.  1970년대까지는  자본계열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실제 내부 업무 형태에 있어서는 많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미츠이(三井), 미츠비시(三菱), 히타치(日立), 이시카와지마하리마(石川島播磨) 중공업과 같은 대형 조선소를 갖춘 계열들이 조선업 이외의 산업으로 전환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조선업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않았지만 조선업 비중을 작게는70%, 많게는 20%까지 축소시켰다. 1970년대느 일본 조선산업이 처음으로 생산능력 조절과 인원 정리, 경영의 다각화가 진행된 격변의 시기였다.
 


<1980년  12월 22일 오오시마 조선소 전경 - 출처 : 니시니혼 신문사(西日本新聞)>


1980년대 들어서면 관동(関東, 도쿄), 긴키(近畿, 오사카), 도카이(東海, 나고야) 해운국 관할 내의 주요 공업지대에서 조선업이 정리되었고, 홋카이도(北海道)의 주요 조선소가 사라지게 된다.  이 시기는 일본 기간산업에서 조선업이 쇠퇴하고 재편성되는 시기로 많은 대기업들이 조선산업 이외의 사업으로 해당 공장 및 조선소를 재편하게 된다. 이 시점까지는 미츠비시나가사키(三菱長崎) 조선소를 중심으로 한 큐슈(九州) 북부 지역이 시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지만 2000 년 현재에는 일본 최대 조선소가 된 이마바리(今治) 조선소가 위치하는 세토우치(瀬戸内) 지역이 점차 중형 조선업 중심으로 성장을 이루게 된다. 이때부터 전체적인 생산량은 지속하여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지만, 외주에 의존하는 경향은 기존의 변화 추이는 그대로 이어지며 중견 조선소에 비해 대형 조선소들의 외주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게 되었고, 이러한 외주 정책은 현재까지도 경기변동에 대한 조절 대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1990년대 IHI 쿠레 조선소 풍경 - 출처 : 트위터 @netsurf_ALbase>


1990년대 들어 해운시장이 회복되며 전세계 선박 건조량도 증가하게 되었고, 일본도 수주 반등에 성공하며 꾸준한 성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이익이 조선소들의 도크, 대형 크레인 등의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였고 생산성의 효율화를 목표로 자동 절단기(NC플라즈마, 레이저), 자동 용접, 로봇 용접 등에 주로 투자되었다. 반면 이 당시 한국 조선업은 약진하던 시기로, 한일 조선2강 시대에 접어들며 이전과 달리 동아시아에서 수주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탱커의 더블 헐(Double Hull) 규제가 진행된 것 역시 90년대 꾸준한 선박수요 증가를 불러와 이 시기 90년대 버블붕괴를 맞이한 일본 산업에 비해 일본 조선업은 비교적 순탄한 90년대를 맞이한다. 
 


<자료: 2007년 3월3일 미츠이 조선소 치바공장의 모습 - 출처 : https://shipphoto.exblog.jp/6569693/>


2000년대 초반까지 70년대 활황기를 뛰어넘는 신규 건조 붐에 힘입어 중국 조선소들이 급성장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2001년을 마지막으로 일본은 그간 지켜오던 상선 분야 신규 건조량 1위를 내주게 된다. 이후 한국에 조선 산업 주도권을 빼앗기며 신규 건조는 한중일 동아시아3강 체제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쇼크를 기점으로 조선 산업의 급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전세계적 발주도 리먼 쇼크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한중일 3국의 경쟁은 치열하게 되는 와중에 일본은 한국, 중국에 비해 경쟁 열위에 놓이게 된다.
 


<철거되는 IHI아이치 공장의 골리앗 크레인. 2020년5월7일
- 출처 :
https://twitter.com/LR112001/status/1257721193072742400/photo/3>


이후 일본 조선산업은 아베노믹스 엔저 환경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에 도전하게 된다. 특히 3대 중공업 회사는 브라질과의 산업 연계를 힘입어 브라질 조선소의 해양산업을 수주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큰 실수가 된다. 당시 브라질 조선소와의 연계는 드릴십, FPSO등의 생산을 일본에서 시작하고 최종 완성을 브라질에서 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하지만 일본에서 상당수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브라질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정부인사 뇌물청탁사건이 터지게 된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는 직접 관계가 없지만, 페트로브라스는 사업을 이어 갈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자금 조달이 안되며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이 때문에 그간 일본에서 건조된 블록들과 설비들도 폐기되며 전액 손실 처리되어버린다. 특히 미쓰비시의 경우 후술되는 여객선 도전에도 실패하며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론 이 시기에 한국 조선업도 해양산업의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 국면을 직면하였고, 중국 조선산업도 축소되는 등 세계적으로 발생한 조선산업 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그나마 일본 조선산업 중 가능성을 보인 부분은 탱커와 컨테이너선이 대형화되며 기존 중견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며, 환경규제로 인한 신조 수요에 큰 기대를 갖고 있고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일본 조선산업도 각 조선사들이 각자생존을 찾아가던 방식에서 연대를 모색하게 된다. 현재 일본은 3가지 방식의 통합 추진을 모색하고 있다.
첫번째는 기술력에 관한 부분이다. 기업간의 연계와 공동연구를 추진하며 단순 조선업만이 아닌 해운회사, 선박관련 설비회사, IT기업, 대학 등의 연구기관들을 연계하는 방안이다.
 

 
두번째는 선주를 대상으로 각 조선사가 경쟁하여 수주한 후 각자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던 구조에서, 조선소 연맹을 결성하여 선주로부터의 발주 경쟁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전국 조선소에 사업을 분배하는 것이다. 이때 서플라이 체인 역시 조선소 연맹에서 구축하여 조선소는 건조 자체만을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 첫 스텝에 해당하는 조선소들의 영업능력을 공유하는 부분에 있어서 니혼십야드(Nihon Shipyard)가 설립되는 등 실적이 나타나고 있다.
세번째는 적극적인 기업통합이다. 실제 제일 열심히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으로 공동회사의 설립, 매입, 인수 등을 통해 정부기관의 금융기관의 지원을 통해 규모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이어지는 다음 원고에서는 현재 일본 조선산업과 조선소들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