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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1
[학생기자단] 추진기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추진기는 다양한 운용 조건에서 작동하면서 추진효율의 감소와 선체 진동, 추진기 날개 표면의 침식 원인이 되는 캐비테이션을 발생시킨다. 선박의 선형과 추진기 형상, 작동조건에 따라 추진기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의 발생, 성장-붕괴 거동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선박의 성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추진기 캐비테이션에 의한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실선과 유사하게 추진기 캐비테이션을 모사할 수 있는 대형캐비테이션터널이 필요하다.

학생기자단은 캐비테이션의 발생과 캐비테이션 터널의 활용에 대한 궁금증을 여쭤보고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함정공학연구센터 설한신 센터장님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추진기 소음 관련 연구, 설한신 센터장>

 

캐비테이션이란? 
 

 
<캐비테이션터널에서 모형선과 모형추진기를 이용해 만든 공동현상>


캐비테이션(Cavitation)은 유체 내의 압력이 증기압 이하로 낮아져서, 물속에 존재하는 미소 기체의 체적이 급격히 증가해 기화되는 현상처럼 나타난다. 이때 캐비테이션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캐비테이션의 붕괴가 풍선을 터뜨리는 현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캐비테이션이 붕괴하는 것은 유체 내에 존재하던 체적, 즉 공기덩어리가 내파(implosion)하면서 충격파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캐비테이션의 성장-붕괴는 선체에 변동압력으로 작용하고, 선체 진동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캐비테이션의 붕괴 현상이 과도한 경우에는 추진기 날개 표면에 침식을 발생시키기도 하며, 추진기의 추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특히 군함과 잠수함 같은 함정은 소음이 스텔스 성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설계와 운용에 있어 주요한 소음원이 되는 추진기 캐비테이션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즉, 선박과 함정의 설계 단계에서 추진기 캐비테이션의 특성 파악과 개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대형캐비테이션터널(LCT, Large Cavitation Tunnel)의 생성기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대형캐비테이션터널(LCT, Large Cavitation Tunnel)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내에 선박 건조 시, 추진기 모형시험을 위해 캐비테이션 터널이 있는 유럽(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국가에 시험을 의뢰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선박 설계 자료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가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상선뿐만 아니라 함정, 잠수함도 포함되며, 군사 기밀의 보안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이용해 대형 캐비테이션터널을 설계, 건설하게 되었다.

KRISO 대형캐비테이션 터널은 지하 1층부터 4층 크기로, 추진기 캐비테이션을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로, 2009년에 완공되어 선박과 함정 추진기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상선, 수상함, 함정, 어뢰 등의 추진기와 캐비테이션 연구가 이루어진다. 대형캐비테이션터널은 실선과 동일하게 캐비테이션을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모형 시험에서 실선 추진기와 유사한 캐비테이션을 모사하기 위해, 추진기 추력계수와 캐비테이션 수를 상사하여 모형 시험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터널 내부의 압력과 모형시험이 이루어지는 관측부의 유속, 모형 추진기의 회전 수 등을 조절하여 실선 추진기와 유사한 조건으로 상사 시킨다.


KRISO의 캐비테이션 실험 수조
 

<대형 캐비테이션터널 구조도>


KRISO의 대형 캐비테이션터널은 지하 1층부터 4층으로 하부는 지하에, 관측부는 4층에 있다. 터널의 메인 모터의 용량은 3,700kW로, 고속 유동에서의 모형시험이 가능하다. 모터는 터널 하부의 임펠러와 연결되어 터널 내 유체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터널이 일직선이 아니기에 내부에서 교란이 발생하는데, 모형시험이 이루어지는 관측부 유동의 정류를 위하여 관측부 상류 방향에 이중의 유동 정류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함정과 잠수함 모형시험에서 수중방사 소음은 중요한 시험 항목이다. 따라서 터널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도 줄여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수조의 임펠러는 소음이 최소화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메인 모터가 작동하면서 전달되는 진동을 방지하기 위해 터널의 건물과 메인 모터 건물이 분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터널 내부는 바다와는 달리 폐쇄된 공간이다. 그래서 소음시험을 위해 대형 캐비테이션터널 관측부 내의 음향특성 분석 시험 등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KRISO의 캐비테이션 터널은 MCT(Medium Cavitation Tunnel), LCT(Large Cavitation Tunnel), HCT(High speed Cavitation Tunnel) 총 3가지 종류가 있다. 

 

- 중형캐비테이션터널(MCT, Medium Cavitation Tunnel)

1982년 국내 조선산업 초기 건설되었다. MCT는 관측부의 크기가 작아 모형선을 설치하여 시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추진기에 들어오는 유동을 모사하기 위해 반류 스크린을 제작하여 실험하였다. 

MCT는 추진기에 유입되는 유동을 3차원적으로 모사하기는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단방향 유입속도만 모사할 수 있는 단점이 있어, 실선 추진기 캐비테이션을 모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LCT가 국내에 생기게 되었다. LCT가 새로 지어졌지만, MCT가 사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MCT는 현재 캐비테이션 특성 분석에 대한 연구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 고속캐비테이션터널(HCT, High speed Cavitation Tunnel)

HCT는 크기로 보면 MCT보다 작은 터널이다. LCT는 최대 유속 15m/s까지 실험 가능하다. 그러나 HCT의 경우 약 20~25m/s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CT의 경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터널이다. 반면, HCT는 초공동을 연구하기 위한 시설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터널로, 초공동 현상을 잘 모사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시설을 이용하여 초공동 어뢰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캐비테이션 실험은 어떻게 하는걸까?
 


KRISO는 연구 외에도 조선소의 의뢰로 테스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선박의 추진기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추진효율, 선체 진동, 추진기 침식 등에 영향을 주고, 해양생물에도 수중방사소음에 의한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 설계단계에서 성능을 파악하기 위하여, 국내 대부분의 조선소에서는 설계한 선박과 추진기에 대한 성능평가 시험을 KRISO에 의뢰하고, 선박 설계단계에서 추진기 캐비테이션 시험을 진행한다.

 

연구소에서 실험할 때, 실선 크기로 실험하기 어려워 모형선을 제작한다. 모형선은 나선 기준으로 제작되며, 가능하면 대부분 선체 외부에 돌출된 부가물을 설치해 제작한다. 그 예로 함정은 소나 돔, 축계 등 외부로 돌출된 큰 장비들을 고려해 제작한다. 추진기에 들어오는 유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향을 주는 큰 부가물들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준비된 모형선으로 터널에서 실험을 진행하게 된다. 터널에서 추진기를 회전시키면 캐비테이션이 발생한다. 선체의 압력 센서를 이용하여 변동압력을 계측하고 추진기 캐비테이션 패턴 등을 다양한 영상 장치를 통해 관찰한 후, 추진기 캐비테이션에 의한 변동압력, 캐비테이션 거동, 추진기 침식 가능성 등을 조선소 측으로 리포팅한다.

 

캐비테이션 발생에 따른 설계


상선과 함정은 서로 다른 추진기를 가진다. 상선은 많은 짐을 싣고 빨리 움직여야 하므로 효율이 중요시된다. 이때의 효율은 연료를 적게 소비하고 빨리 나아가는 것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추진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블레이드 개수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수가 줄어듦에 따라, 각 추진기 날개는 기존보다 큰 추력을 발생시켜야 하므로 더 강한 캐비테이션을 발생시킨다. 즉, 캐비테이션은 선박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크게 발생하므로, 상선의 추진기는 효율과 캐비테이션 측면 모두에서 큰 영향이 없도록 최적화되어 설계된다. 벌크 캐리어나 탱커선은 일반적으로 블레이드가 4개인 추진기를 사용한다. 간혹 블레이드 3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캐비테이션이 과도해져 선체 진동이나 침식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컨테이너선 역시 짐을 많이 싣고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블레이드 4개를 사용하면 각 블레이드에 걸리는 힘이 매우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적으로 5개를 사용한다.

반면 함정의 경우에는 빨리 나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함정은 상선보다 캐비테이션에 대한 부분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된다. 이 외에도 잠수함 역시 소음 부분이 극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블레이드 7개를 사용하며, 어뢰는 굉장히 빠른 속도가 필요하므로 더 많은 날개 수를 가진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을 억제하기 위하여 스테이터와 덕트를 함께 설계하기도 한다. 즉, 선박의 설계 개념에 따라 블레이드의 개수나 형상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소음이 중요시되는 선박의 추진기는 재질에 따른 차이도 존재한다. 캐비테이션 자체로도 소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추진기의 구조적인 소음도 중요시될 수 있다. 상선 추진기에는 일반적으로 Nickel-Aluminum Bronze 합금을 사용하는데, 소음이 중요한 잠수함의 경우 ‘소노스톤’이라는 재질을 사용해 추진기를 제작한다. 소노스톤은 자체적으로도 소음 감쇠율이 좋은 재질이며, 최근에는 추진기 소음 특성을 더 향상하기 위하여 날개 하중에 따른 추진기 날개의 변형과 소음 감쇠율이 더 좋은 복합재 추진기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이 복합재 추진기는 캐비테이션이 생기는 영역에 추진기의 변형이 발생해서 소음을 작게 발생시키고, 캐비테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더 큰 추력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한다.
 

<왼쪽부터 고은아 학생기자, 설한신 센터장님, 천현민 학생기자>


인터뷰 후기 

COVID-19 속에서 방문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KRISO 함정공학연구센터 설한신 센터장님과 인터뷰 진행에 도움 주신 KRISO 홍보실 박상일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 기사에 KRISO 대형캐비테이션터널 방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른 호와는 다르게 전공내용과 관련된 부분을 다루고 있어 내용 준비에 좀 더 많은 노력이 들었다. 방문 인터뷰에 앞서 사전 질문지를 보내드리기까지, 더 좋은 질문을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함정공학연구센터 설한신 센터장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신 덕분에 준비한 내용보다 더 알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센터 방문을 통해,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터널과 수조를 볼 수 있었다. 기존의 생각과는 다르게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크기여서 내가 아는 수조와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센터장님과 함께 터널을 견학하며 시험에 사용되는 모형선이나 추진기, 그리고 여러 시험 장비들을 볼 수 있었는데 수업을 통해 사진으로만 익혔던 내용이 더 쉽게 와닿았고, 평소 관심 있던 유체공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또한 센터장님께서 설명해주신 부분 중에서도 추진기의 재료에 대한 연구나, 추진기로부터 발생하는 변동압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왔고, 선박은 그 어떤 부분도 허투루 설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다.

현재는 COVID-19로 많은 학생의 현장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문을 통해 현장을 경험하는 값진 경험을 하고 기사를 구성한 만큼, 이 내용을 통해 캐비테이션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 과정 중 조선소를 방문할 기회가 주어지는 수업들이 있다. 그러나 COVID-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관련 수업들은 취소됐다. 2년간 지속되는 상황으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듦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학생기자단으로의 ‘해양플랜트연구소’ 방문은 연구소를 둘러보고, 전문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연구소 도착 후 4층에서 바라본 캐비테이션터널은 굉장히 컸다. 눈에 보이는 터널뿐만 아니라 지하 1층부터 이루어진 터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크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해양경찰 함정 설계 공모전에 참가하면서부터 캐비테이션이 소음 원인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캐비테이션이 왜 발생하게 되는지, 연구소에서 어떻게 실험하고 있는지, 실선으로 운항 후 유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캐비테이션 관련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연구소 내 다양한 모형선, 어뢰, 진행 중인 실험을 보면서, 수업 중 배웠던 내용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중 현재 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부분에 대해 설명 들었던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공모전 준비를 할 때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들이 매우 많았다. 현재, 다양한 부분에서 조선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신 분들을 만나 뵈니 다가올 미래가 더 기다려졌다. 또한, 조금 더 성장해 함께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