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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21
[깊이 보는 뉴스 읽기] 연료 전지 선박의 기술적 과제

 <글 : (주) 보성 권효재 상무 jay.kwon7775@gmail.com> 


올 해 들어 국내외 조선소들은 앞다투어 탈탄소 선박 기술 개발을 하고 있으며, 연료 전지도 중요한 테마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료 전지 선박 개발의 목적은 기존 선박이나 기술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함입니다. 즉 연료 전지의 선박 적용 과정의 어려움을 크고 깊게 보려면, 고객이 선박의 동력 구성원 기술에서 요구하는 spec과 제약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박의 고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해운사들입니다. 해운사들은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연료 전지 선박이 해결하려는 문제도 해운사들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해운사들은 대양(ocean)을 운항하는 큰 선박을 이용하여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는 ‘원양 해운사’ 그룹입니다. 척당 1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가득 싣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구성하는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원양 해운사들은 대량의 화물을 – 원유, 철광석, 컨테이너 등 - 을 기간 항로를 중심으로 수송하며 국제 해운-물류 시장은 치열한 원가 경쟁에 항상 노출된 완전 경쟁 시장입니다. 해운 운임 대비 원가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므로 이 그룹의 해운사들은 선박의 획득 비용, 유지 보수 비용, 선박의 화물 수송 능력으로 결정되는 선박 기술의 ‘경제성’ 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국제 기간 항로를 주로 활용하는 원양 해운사들과 달리 연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화물, 차량,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연안 해운사’들도 선박의 중요한 고객들입니다. 남유럽 지중해와 북유럽 발트해는 지형적 특성상 물류와 왕래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려면 길을 한참 돌아가야 하지만, 뱃길은 가깝고 편리합니다. 이 지역은 그래서 기원전부터 해상 운송이 발달되었고, 현재도 수많은 페리, 소형 다목적 화물선 등이 물류의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연안 해운사들은 또한 기간 항로를 통해 공급되는 대규모의 화물들이 집적된 허브 항만에서 인근 항구들로 화물을 배분하고 수집하는 실핏줄 같은 물류를 감당하기도 합니다.

 

원양 해운사들이 이용하는 선박은 공해(international water) 구역을 주로 운항하므로 개별 국가의 주권이 아닌 국제 규약의 영향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연안 해운사들은 영해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이 사용하는 선박들은 국제 규약과 함께 소속 국가와 지역 고유의 규제에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선구적으로 친환경 규제를 해운 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국가로서 저황 석유 연료, LNG, 수소 연료를 선박에 적용하는 기술 개발과 투자 활동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안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서 미국 선원들이 승선해야 한다는 오래된 규정이 있습니다. 국가별로 적용되는 독특한 ‘지역 규제’는 연안 해운사들에게 사업의 경제성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원양 해운사와 연안 해운사 그룹이 바다에서 화물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회사라면 바다에서 특정한 일을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서비스사’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상 풍력 발전기나 해저 파이프 라인을 설치하는 회사들은 이런 목적에 특화된 선박들을 동원하여 일을 처리합니다. 호화 크루즈 선을 통해 승객들에게 고급스러운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루즈 선사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바다에서 직면하는 불확실성과 변수에도 불구하고 목적한 서비스를 확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비스사들에게는 선박을 싸게 구입하거나 규정을 잘 준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확보한 선박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확실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신뢰성’이 중요합니다.

 

연료 전지를 선박에 적용함에 있어 고객들의 종류와 우선순위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과 규정이나 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이 원하는 해결책이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요구 사항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솔루션이 있다면 좋겠지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결국 고객의 우선순위와 핵심 이슈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형 화물선에 연료 전지를 적용할 경우 중요한 이슈는 화물 적재 공간 확보입니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연료 전지는 같은 출력을 내는 내연 기관 – 선박의 경우 대부분 디젤 엔진 - 에 비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또한 디젤 엔진이 사용하는 연료유 탱크에 비해 연료 전지가 사용하는 연료 탱크 – 수소, 암모니아, LNG  등 소위 대체 연료 – 는 부피가 더 큽니다. 이로 인해 같은 크기의 선박이라면 디젤 엔진과 연료 탱크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연료 전지를 적용할 경우 화물 적재 공간이 감소하게 됩니다. 당연하 이야기지만, 같은 크기의 선박이라도 화물 적재량이 달라진다면 더 많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이 선호됩니다.

 

디젤 엔진용 연료유는 체적당 에너지 밀도도 높지만, 상온상압 조건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연료유 탱크를 선체 구조와 일체화하여 설치할 수 있어 화물 적재 공간 확보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그에 비해 연료 전지 선박은 연료 전지의 종류에 따라 고압 수소 탱크, 극저온 액체 수소 탱크, LNG 탱크, 암모니아 탱크 등을 선택하여 설치해야 합니다. 연료의 에너지 밀도만 고려하면 극저온 액체 수소나 LNG가 고압 수소나 암모니아보다 유리하지만, 복잡한 화물창과 보조 설비가 필요합니다. 고압 기체 수소 탱크나 암모니아 탱크는 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장거리 운항을 하려면 연료 탱크의 크기가 커져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다양한 무탄소/저탄소 선박용 대체 연료들의 상대적인 에너지 밀도와 중량을 보여줍니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기존 선박과 액화 수소를 사용하는 – 엔진은 같다고 가정 – 선박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디젤유가 35 MJ/liter 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데 비해, 액화 수소는 산술적으로 3.5배의 체적이 필요한 10 MJ/liter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액화 수소 탱크에 필요한 극저온 보온 설비와 보조 설비까지 고려한다면 디젤 엔진 선박 대비 5배 정도 더 큰 연료 탱크가 필요하며 그만큼 화물 적재 공간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액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는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이 감소하므로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동일한 출력 대비 연료 전지 설비의 체적이 디젤 엔진보다 작다면 연료 탱크 체적으로 인한 경제성 감소 문제가 완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료 전지의 출력 밀도 – 원동기 체적 대비 출력 – 는 내연 기관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연료 전지의 핵심 설비인,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스택 자체의 부피만 보면 내연 기관과 유사하거나 출력 밀도가 높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확하게 비교한다면 내연 기관의 피스톤 체적과 연료 전지의 스택 부피를 비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형이 거의 동일한 현대차의 싼타페 디젤과 넥소의 경우 디젤 엔진이 2000CC급이라면 실린더 체적 2000CC에서 최고 149 KW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넥소의 경우 95 KW의 출력을 내는 PEM 방식의 연료 전지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두 차량의 실내공간, 주행거리가 거의 동일하므로 연료전지의 출력 밀도가 내연기관에 아직은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선박이 물을 헤치고 전진하면서 발생시키는 조파 저항은 선속이 증가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운항 조건에 따라 필요 동력도 크게 바뀌게 됩니다. 고속 기동이 가능한 구축함은 대형 화물선에 비하면 배의 길이가 절반 정도, 배수량으로는 1/10도 안되지만, 더 큰 동력을 필요로 합니다. 한국 해군의 KDX-II 클래스 구축함은 최대 30노트 속도로 운항하는데 이 때 각각 25MW 출력을 내는 가스터빈 2기를 사용하여 합계 50MW의 동력을 사용합니다. 50MW 동력은 북서 항로에서 운항하는 170k CBM 규모의 쇄빙 LNG운반선이 3 노트의 속도로 쇄빙 주행을 할 때 필요한 동력과 같습니다. 기관실 크기가 제한된 해군 구축함들은 작은 부피에서 고출력을 내는 항공기용 가스터빈을 주 기관으로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엔진룸 공간에 여유가 있는 쇄빙 LNG 운반선은 대당 출력이 10MW급의 중대형 디젤 엔진 발전기 6대를 사용합니다. 출력 밀도 관점에서는 가스 터빈이 디젤 엔진 발전기 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료 전지는 출력 밀도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내연 기관에 미치지 못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연료 전지가 상용화 되었는데, 고온/고체 산화물 교환막을 사용하여 단순 효율을 40% 이상까지 끌어올린 SOFC가 연료 전지 중에서는 출력 밀도가 가장 높습니다. 상용화된 SOFC 발전기와 디젤 발전기를 비교해 보면 SOFC 발전기는 40 ft 컨테이너 크기 기준으로 300~500kw 정도의 출력을 내는데, 같은 크기의 디젤 발전기는 1~2MW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연료 전지로 대형 화물선의 디젤 엔진을 대체한다면 엔진룸 공간이 더 필요하거나 빈 공간이 없도록 빽빽하게 연료 전지 발전기 모듈을 배치해야 합니다.

 

적재 공간의 감소로 인한 운송 수입의 차이 이외 선박 건조 투자비 (CAPEX)와 연료비를 포함한 운영비 (OPEX)도 선박의 경제성에 영향을 끼칩니다. 수소 연료는 적용 실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비나 운영비 모두 기존 디젤 엔진에 비하면 현재로서는 훨씬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관건은 향후 기술이 더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양산이 진행되었을 때 얼마나 투자비와 운영비가 경감될 수 있느냐는 가능성입니다. 연료 전지의 경우 선박 이외 기존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양산으로 인한 원가 절감 정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연료 전지는 1960년대 우주개발을 위해 개발된 후 다양한 응용 분야로의 적용이 시도되었습니다. 그 중 분산형 연료 전지 발전소는 가장 활발하게 연료 전지의 보급이 이루어진 영역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누적 설치 규모면에서 전 세계 연료 전지 발전소의 절반이 몰려 있으며 지난 15년간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700MW 규모의 연료 전지 발전소가 전국에 분산 설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료 전지 발전소의 발전원가는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천연 가스 발전소에 비해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이 점을 잘 살펴보면 향후 연료 전비 선박의 양산 이후 투자비 경감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발전소의 수명 기간 예상되는 전력 생산량을 해당 기간 동안의 총 투자비와 운영비의 합계로 나눈 수치를 LCOE(Levelized Cost Of Energy)라고 합니다. 국내 천연 가스 발전소의 LCOE는 70~100 원/kwh 수준이나 연료 전지 발전소의 LCOE는 200~250 원/kwh 수준입니다. 스택의 반응열이 높은 SOFC의 경우 대규모로 설치할 경우 반응열을 회수하여 2차로 스팀 터빈을 돌릴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LCOE는 160~180 원/kwh 수준까지 낮아질 수는 있습니다만 여전히 기존 천연 가스 발전소 대비 2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또한 300kw ~ 1MW 규모의 연료 전지 발전 모듈을 한 장소에 집중 배치하여 설비 투자비를 최소화하더라도 비용을 낮추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440kw PAFC 연료 전지 모듈 114기를 설치한 50MW 규모의 연료 전지 발전소로서 총 25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습니다. 500MW 규모의 천연 가스 발전소의 사업비가 6500~7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료 전지는 기존 발전소에 비해 3배 이상 비쌉니다. 양산이 되더라도 기존 발전소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이 낮아 질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연료 전지의 높은 투자비와 공간 활용 측면에서의 약점은 연료 전지를 선박에 적용하는데 있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약점입니다. 투자비를 절감하고 공간 활용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료 전지의 스택의 출력 밀도를 높여서 더 작은 크기의 연료 전지에서 더 높은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고출력 연료 전지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왜 연료 전지 메이커들은 현재 수준보다 더 높은 고출력 연료 전지를 만들지 않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연료 전지 기술이 넘어야 할 두 번째 이슈인 신뢰성 문제가 있습니다. 

 

신뢰성이 높은 원동기나 엔진이란 악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하는 기계를 의미합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문제점이 쉽게 확인되어 현장에서도 손쉽게 고칠 수 있어야 하며, 투입 연료 품질의 편차나 다양한 기상 악조건에서도 변함없이 잘 작동되어야 합니다. 선박의 대형 중저속 디젤 엔진은 경제성도 뛰어나지만, 신뢰성 측면에서 독보적입니다. 만약 대형 중저속 디젤 엔진의 신뢰성이 높지 않았다면 선박에 메인 엔진을 한 대만 설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며,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는 선박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연료 전지가 선박 추진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디젤 엔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박 수명 기간인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연료전지는 아직 선박에 적용할 만한 정도의 높은 신뢰성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위 그림은 정격 출력 13kw의 연료 전지 스택입니다. 연료전지의 전기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개별 반응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얼마되지 않으므로 여러 장의 반응판을 중첩하여 스택을 구성합니다. 반응판은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가 투입되는 기체 확산막과 기체 분자는 통과시키지 않지만, 기체에서 분리된 이온은 통과시킬 수 있는 멤브레인을 합쳐 놓은 것으로 이를 MEA (Membrane Electrode Assembly, 막전극접합체)라고도 합니다. 기체 분자에서 이온을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촉매를 사용하거나 고온의 열을 통해 이온을 해리 시켜야 합니다. 연료 전지의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가의 고성능 촉매를 사용하거나 반응열을 높여서 해리 반응을 촉진시켜야 합니다. 연료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은 주로 반응열을 높이는데 집중되어 왔습니다. 연료 전지는 원리상 수소와 산소가 결합되면서 전기와 물이 생성되는데 반응열이 높으면 고온의 스팀으로 배출되고 이를 모아서 스팀 터빈을 돌리거나, 수요처에 열을 공급하거나, 천연 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응열이 높으면 스택의 내구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만약 멤브레인 소재로 고분자 박판을 쓸 경우 온도가 120도를 넘어가면 소재가 손상됩니다. 용융 인산염이나 세라믹 등의 소재를 이용하면 400~1000도까지 고온에서도 스택이 견딜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연료 전지를 일정한 온도로 지속 운전을 시켜줘야만 합니다. 낱개의 분리판이 중첩된 연료전지의 특성상 연료 전지가 작동하여 운전 조건 – 예를 들어 650도 – 에 도달하게 되면 스택과 하우징은 열 팽창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스택의 특성상 수소와 산소가 밀봉되어야 하므로 강하게 결착된 상태를 유지하므로 전체적으로 강한 응력이 작용합니다. 연료 전지 스택을 설계할 때 응력을 고려하지만, 만약 연료 전지가 팽창과 냉각을 반복하게 된다면 피로 하중이 누적되어 분리막의 기밀성이 손상되어 기체가 누출되거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멤브레인이 깨져서 발전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연료 전지 메이커들은 스택의 내구 연한을 정하고, 그 기한이 지나면 스택을 교체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동 온도가 120도 미만의 PEM 방식 연료 전지는 발전 효율은 고온 연료 전지에 비해 분리하지만, 스택 내구성은 우수한 편이며 빠른 시동과 부하 변동 운전이 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작동 온도가 400도 이상의 고온 연료 전지는 시동에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정격 출력 상태로 지속 운전을 해야만 스택의 내구 연한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동 온도 – 내구성의 딜레마로 인해 연료 전지 발전소들은 스택의 내구성과 제작사의 성능 보증에 매우 민감합니다. 실제로 과거 포스코에서 공급한 연료 전지들의 스택이 성능 보증한 5년의 연한보다 짧은 1~2년 사용 후 발전 효율이 급감한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연료 전지의 스택은 제작사가 보증하는 수명은 5년입니다. 5년이 경과되면 연료 전지가 바로 고장난다는 것은 아니지만, 5년이 경과하면 정격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택을 통째로 교체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연료 전지의 신뢰성 이슈는 선박에 연료 전지를 적용하는 데 있어 경제성 보다 더 난해한 이슈입니다. 고효율 연료 전지는 정격 운전 조건을 지켜야 하므로 운전 조건에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선박의 경우 선속, 해상 상태, 화물 적재량, 서비스 부하 조건에 따라 요구 발전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메인 엔진 1대에 발전기 2대를 기본 사양으로 해서 동력을 분산하여 사용합니다. 엔진과 발전기 모두 다양한 부하에서 운전이 가능하며 운전 조건 제약이 없지만, 연료 전지만을 사용해서 동력을 공급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정격 운전을 해야 하는 고온 연료 전지를 사용한다면 다양한 발전량 요구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연료 전지를 선박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운전 조건에서 안정된 출력을 선박의 수명 기간 동안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양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스택의 수명을 5년 이상으로 늘리고 높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의 개발이 더욱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스택의 수명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연료 전지 자동차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승용차는 16만km 성능 보증을 하고 있지만, 상용차의 경우 100만 km 성능 보증을 고객들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 번 사용하는 20년 이상 쓰는 기차는 운용 시간 더 길기 때문에 성능 보증 조건은 상용차보다 더욱 올라가며, 망망대해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기차보다도 더욱 성능 보증 조건이 까다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소재 가공 기술이 필요하며 조선소에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영역이므로 자동차와 기차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들이 개발되면 선박 영역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료 전지를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경제성의 개선과 높은 신뢰성 확보 이외에도 온실 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기존의 디젤 엔진 기반의 선박은 온실 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므로 2050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해운업계도 대대적인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유럽의 ‘연안 해운사’들은 선도적으로 온실 가스 저감과 탈탄소 연료 적용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그 지역의 온실가스 저감 압력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연료 전지는 원리적으로는 수소를 사용하고 배출물로는 물만 나오므로 탈탄소 연료이며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를 사용할 경우 연료 조달 단계에서도 온실 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고효율 연료 전지들 대부분은 수소가 아닌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수소를 뽑아내고 남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연료 전지 자동차에 사용되는 PEM 방식 연료 전지는 수소를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 상용화된 연료 전지 중 복합 발전 효율이 높은 PAFC, SOFC 방식은 고온 연료 전지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이들 고온-고효율 연료 전지들은 고온 스팀이 스택에서 배출되는데, 이를 천연가스와 반응시켜 수소를 뽑아냅니다. 스택에 필요한 수소를 뽑아내는 개질기가 연료전지에 통합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개질기를 추가 설치해야 하는 저온 연료 전지에 비해 투자비나 연료비가 절감되는 원리입니다. 그러므로 고온-고효율 연료전지는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지속 배출되므로 탈탄소 발전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고온-고효율 연료전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순수 수소를 연료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 경우 스택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스팀을 별도로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소형 스팀 터빈을 추가 설치하여 복합 발전을 하거나 열을 수요처에 따로 공급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만, 선박의 경우에는 안그래도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므로 스팀 터빈을 수차 설치하기도 어렵고 대량의 열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정리하면, 육상용 발전소에 고온-고효율 연료 전지를 적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이 없게 하려 할 경우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선박을 이런 종류의 연료 전지로 달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온에서 작동하는 PEM 방식의 연료 전지가 선박에서는 장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수소를 직접 투입하기 쉽고, 다양한 부하 추종 운전이 편리하며, 연료 전지 자동차에서 검증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PEM 방식의 연료 전지는 고가의 백금 촉매가 필요하므로 MW 단위의 고출력화 설비의 경우 투자비 소요가 부담스러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연가스가 아닌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 전지 선박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를 개질하여 질소와 수소로 분리한 후 수소는 연료 전지에 투입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개질기에서 잔존한 암모니아는 한 번 더 반응기에 넣어 질소와 물로 분해하여 배출하는 선박입니다. 아래 그림은 독일과 노르웨이에서 공동으로 기술 개발 중인 선박의 개요입니다.

 


해운사들이 요구하는 경제성, 신뢰성, 온실가스 무배출 조건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연료 전지 기술은 부족합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스택의 집적도를 높이고 반응 온도를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신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소재 기술의 개발을 통해 두 가지 요구 사항을 점진적으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무배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순수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순수 수소는 연료 탱크 체적이 너무 커지므로 단거리 연안 항로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암모니아를 개질하여 사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암모니아 개질 설비나 후처리 설비가 해상 조건에서 실증되지 않았으므로 화공 기술 측면에서 추가 개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