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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1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MAC NET) 컬럼] LNG 운반선과 산업 생태계 그리고 향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글 :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 글은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
www.macnetkorea.com)의 '2020 MacNet 기술정책제언집' 에 발표된 글을 전재한 내용입니다.


중국에서 LNG 운반선 건조가 가능한 것은 유럽 선진사의 시스템 역량에 자국의 국산화 노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내수 화물을 기반으로 자국 해운사가 발주하거나 자국 조선사가 수주한다. 그래서 중국 국영 조선사는 선박과 기자재의 실적 확보가 용이하다. 반면 우리의 LNG 운반선 생태계는 대형 조선사 중심의 엔지니어링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자재업체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친환경 선박의 생태계는 LNG 운반선과 유사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서라도 선제적 기술 개발, 기자재사의 시스템·패키지 역량 증대, 국내 화주·선사와의 협력을 통한 Track Record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A/S 네트워크 재구축도 기술력과 생태계 유지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1. 중국의 장점은 우리의 단점

■ 중국 LNG 관련 선박 건조 | 선진사 시스템 역량과 국산화 노력 기반

 

중국은 대형 LNG 운반선, LNG 벙커링 선박뿐만 아니라 초대형 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의 건조 경험을 보유했다. 인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선되었다는 CESI Gladstone호는 수리 후 지금도 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다. CMACGM의 LNG 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제대로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났지만, 2020년 9월과 10월에 각각 1척씩 인도됐다. 2020년 11월 10일 현재 첫 호선인 Jacques Saade호는 유럽에서 운항 중이다. 소형 LNG 운반선과 LNG 벙커링선은 중국이 다수 건조했거나 수주했다. 비록 품질이 우리보다 못하고 납기를 맞추는 능력이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차근차근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설계, 주요 시스템은 글로벌 엔지니어링사와 기자재사의 도움으로 건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가스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인 TGE Marine의 실적에는 Jiangnan Shipyard Group에서 2015년에 건조한 ‘Hai Yang Shi You 301’호, NACKS에서 2016년에 건조한 LNG 연료 추진 PCC ‘Auto Eco’, ‘Auto Energy’호, Guangzhou Wenchong Shipyard에서 2018~2019년에 건조한 1,400TEU 컨테이너선 4척 등 중국 조선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도움으로 LNG 관련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나, 국산화 노력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2025’에는 대형 LNG 연료 추진 선박의 기자재를 70% 이상 국산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 중국의 Track Record 확보 | 금융, 원가경쟁력, 내수 화물 기반

중국은 기술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수 화물이나 낮은 가격,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와 경쟁하고 있다. 최근 주요 선종별 한중 경쟁력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가격과 금융 지원에서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로 인해 종합 경쟁력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앞선 것은 대형 LNG 운반선에 불과하다. 벌크선은 말할 나위도 없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종합 경쟁력도 낮다. 그나마 기술력이 꽤 필요한 Chemical Tanker에서 종합 경쟁력 격차가 작다.​
 


최근 중국이 수주한 대형 LNG 운반선의 선주를 보면 China COSCO Shipping, K-Line, CSSC, Jovo Group 등이다. K-Line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선사이고, K-Line이 발주한 물량은 중국 자국의 LNG 물동량 운송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아직은 우리나라보다 경쟁력은 약하지만, 자국 물량을 기반으로 LNG 운반선이나 LNG 관련 선박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 LNG 운반선 생태계 | 대형 조선사 엔지니어링 역량 의존
 

우리나라는 1990년대 LNG 운반선 국산화를 시작으로 LNG 운반선의 역량을 쌓아왔다. 현재는 LNG 운반선의 경험도 충분하고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격과 금융 경쟁력은 중국에 비해 부족하다. 해상 물동량이나 금융은 국가 경제 규모의 차이일 수 있어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높은 인건비로 인해 불리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초격차 기술력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술력은 대부분 대형 조선사의 엔지니어링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LNG 운반선 관련 주요 기자재나 시스템도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상선에 비해 LNG 운반선의 국산 기자재 탑재율은 부족하다. 90% 이상 국산화되고 80% 내외로 국산 기자재가 탑재되는 VLCC나 컨테이너선에 비해 LNG 운반선은 50~6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업체가 주요 기자재를 국산화하고 글로벌 선사들에게 인정받아, LNG 운반선 경쟁력을 높이기에 시장은 녹록지 않다. 2011년 초호황 시절 우리나라 주요 조선사는 549척을 건조했는데, 2018년에는 193척까지 하락했다. 물량으로는 1,630만 CGT에서 770만 CGT로 감소했다. 고점 기준으로 물량은 53% 하락했는데, 척수는 65%나 감소했다. 조선산업보다 조선기자재산업이 더 어려운 이유다. 앞선 결과는 또한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조선사가 고기술 선박을 많이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LNG 운반선의 수주가 많아지고 기자재업체들의 납품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18년 어려운 환경에서 일본 조선사는 2,000Dwt/GT 이상의 선박을 336척이나 생산했다. 조선산업은 일본보다 양호할지 모르겠지만, 기자재산업은 한·중·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2.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제

■ 친환경 기자재 사례에서 얻는 LNG 운반선 성공방정식

LNG 운반선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생태계 구축은 앞으로 다가올 친환경 선박 시대를 위해서도필요하다. LNG 연료 추진 선박이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격차를 확대하는 방법은 대형 조선사의 엔지니어링 역량에,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와 세계 시장의 주도를 통해 차별화하는 것이다.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는 대형 조선사가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요 기자재사가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저임금으로 저비용·고품질의 기자재를 만드는 것은 이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게다가, 오늘날의 기술적 환경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국내 기자재사가 대응하기에는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다.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추진 장치, 화물 취급 장치로 인해 기자재는 점차 시스템화·패키지화가 되고 있다. 유럽은 MAN-ES, Wartsila, Alfa-Laval, ABB, Siemens과 같은 대기업이 주요 기자재를 시스템·패키지화하여 납품하고 있다. 한편 과거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선박에 국산 기자재를 의무적으로 탑재시키기도 어렵다. 화물창 국산화를 위해 국내 화주·선주·조선사가 시도한 KC-1도 어렵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밸러스트수 처리 장치나 스크러버 같은 친환경 기자재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요 조선기자재사와 조선사는 친환경 시장에 대비하여 2017년 이후에나 시장이 열릴 BWTS, Scrubber의 기술을 조기에 개발하고 시장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BWTS는 테크로스, 파나시아, S&Sys가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Scrubber에서도 파나시아, 현대중공업과 같은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기자재사와 유의미하게 경쟁하고 있다.
 


■ 기술 개발, Track Record 및 시장 확보, 세계 시장 주도의 선순환 구조 필요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친환경 기자재와 같이 선제적으로 개발하여 시장에 성공적인 진입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기자재사가 주도하고 있는 분야의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LNG 운반선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글로벌 선진사 추격과 선도 기술개발의 두 가지 축을 생각해야 한다.

추격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국산화→Track Record 확보→국내 화주·선사를 통한 시장 집약→세계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화주·선사·조선사·기자재사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자재 국산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KC-1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의 해소를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주요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조선해양산업 상생사업이나 소부장 국산화사업 등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선도를 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R&D 지원뿐만 아니라 선사·조선사·기자재사의 협력이 필요하다. 선사는 미래에 필요한 기술이나 선박에 대한 요구 조건을 명확하게 도출해야 한다. 그래야 조선사와 기자재사가 선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 선사에서 실선 건조 및 운항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선사는 최고의 선박을 가장 먼저 도입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조선사와 기자재사는 세계 최고의 선박과 기자재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A/S 네트워크, AM 시장을 위한 스마트 생태계 구축
 

신조시장의 국산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외에도 조선산업의 전체 밸류체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LNG 운반선의 수리와 개조는 대부분 싱가포르 조선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 수리시장은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이나 주 52시간과 같은 근로 조건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에 있어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은 오랜 시간 운영해야 하므로 지금과 같이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된다면 개조는 필수가 될 수도 있다. LNG Ready 선박의 LNG 추진 선박으로의 개조나 노후 LNG 운반선의 FSRU 개조와 같은 부분은 우리의 기술력을 이용하여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조사업의 육성을 통해 A/S 네트워크와 After Market 시장을 확보하면, 기술력 유지와 기자재시장 창출도 가능하다. 게다가 선박은 스마트 선박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합심하여 LNG 운반선의 스마트 시스템을 적용하면 세계 LNG 운반선의 스마트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예지 보전이나 수리·개조까지 밸류체인의 전 영역을 주도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