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훈 : 친애만큼은 철저히 실천하는 중이다.]


 

AM 07:50 

사무실 도착. 먼저 도착해있는 팀원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어제 있었던 각종 이슈에 대한 담소를 나눈다. 따지고 보면 가족들보다 더 오랜 시간 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현대중공업 사훈은 근면/검소/친애인데 우리 팀원들은 친애만큼은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AM 08:00 

근무 시작시간. 2014년 입사하여 나름 입사 6년차 직원이 되었지만 확실히 설계 업무가 온라인 게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래도 조금은 경험이 쌓였는지 신입사원 시절보다는 제법 능숙하게 하루 업무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다.

   AM 08:00~12:00 

집중 업무 시간.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수선사업부 내에서도 소속부서별, 개인별로 수행하는 업무가 매우 다양하다. 사업 수주를 위한 영업에서부터 기본/상세설계, 생산 및 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선주가 원하는 선박을 인도하기 위해 다양한 직능의 사람들 수백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다.
 

[ 현대중공업 전경 : 드넓은 조선소에 필자의 자리도 한 자리 있다. ]

필자는 입사 후 주로 대한민국 해군 함정 선행연구(개념설계), 탐색개발(기본설계) 사업에 참여하였다. 선형설계, 속력-마력 추정 등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며 학부에서 배웠던 지식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업무가 있는가 하면, 각종 회의 안건 작성, 시험평가 업무와 같은 학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업무도 상당하다. 확실한 것은 어떤 업무이든 동일한 법이 없다. 요구조건이 다르고, 선주가 다르고, 특수선사업부내의 상황도 매번 다르다. 따라서 업무 중 늘 어려운 사항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럴 때면 동료 및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 과정에서 “이건 학교에서 배웠으니 기억나지?” 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머쓱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나면 다시 공부하면 되는 법. 전공서적은 언제나 책꽂이에 대기하고 있다.

AM 12:00~PM 01:00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가끔은 유럽의 몇몇 회사들처럼 점심시간이 좀 더 길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퇴근시간도 같이 늦어지니 장단점이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식사는 주로 구내식당에서 팀원들과 함께 하는데, 요새는 구내식당에 가는 대신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운동 혹은 휴식을 취하는 동료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필자는 구내식당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는 사외로 나가 일반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는 하는데, 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 잔할 시간이 있을 때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듯 단 10분간의 여유로 미약하게나마 나아진 삶의 질을 느끼며 행복해하고는 한다.

PM 01:00~05:00

여유도 잠시, 다시 업무 집중시간이다. 아래와 같은 일들을 주로 하게 된다.

도면 작성 : 선박을 어떻게 건조할지 계획을 세우고 도면에 표현한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실수라도 하게 되면 수천억 원 가치의 선박이 잘못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언제나 따라다닌다.도면 완성 후 몇 차례 스스로 확인하여도, 검도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이 발견되고는 한다. 역시 경험 많은 선배들의 검도는 필수다.

회의 : 회의 없는 회사가 있을까.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하루에 1건씩은 있는 편이다. 소수의 인원이 구두로 간단히 의견 확인만 하는 회의가 있는가 하면, 사안에 따라서는 PPT를 작성하여 많은 인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회의도 있다. 회사에서는 고맙게도 필자와 같이 부족한 미적 감각을 가진 이들을 배려하여 매우 준수한 디자인의 표준 양식을 제작 및 배포해준다.

보고 :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 공통점은 그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계획을 세우고, 보고를 통해 상관 및 동료들에게 그 방향성을 공유하고 필요시 피드백을 받는다. 빠른 업무 처리를 위해 굳이 보고서가 아니어도 구두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대선주 업무, 타부서 지원, 일반 행정업무 등의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하게 된다.

PM 05:00~

퇴근시간. 도보, 셔틀버스, 자전거, 오토바이 등 퇴근 수단은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 출근길보다는 어쩐지 더 활기차다는 점. 퇴근시간 이후의 활
동은 다양하다.

동아리 활동 :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각종 동아리 활동을 한다. 필자는 농구와 축구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 동아리에서 골키퍼로 뛰었는데 교체 투입된 지10분 만에 혼자 5골을 허용하여 상대팀의 스파이로 오해를 받는 사건이 있어 당분간 자숙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 문제의 축구장 : 예약 후 사용할 수 있다. ]

회식 및 술자리 

가끔은 팀원들과 회식을 하기도 한다. 주로 큰 이벤트가 종료된 후나 특정 구성원에게 축하할 일이 있을 경우에 한다. 회식 외에도 친한 사람들끼리 식사도 할 겸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도 퇴근 후 술자리를 즐겨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몸매 유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기계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직원들 모두 각종 운동, 자격증 취득, 어학점수 향상 등 자기계발 활동을 한다. 회사차원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를 개설해주기도 하고,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등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기도 한다. 열정만 있으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인데, 집에만 도착하면 침대에 눕고 싶은 것은 필자만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