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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9
[깊이 보는 뉴스 읽기] Methane leak – LNG의 진실 2
 <글 : 아이덴하우스 권효재 대표 jay.kwon@idenhouse.com> 



지난 번 기고문에서는 LNG가 석탄보다 기후변화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담은 Global Energy Monitor의 “New Gas Boom”보고서의 주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8억톤의 LNG가 증산될 거라는 다소 무리한 가정을 전제하여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천연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위협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가 맞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은 좀더 “깨끗한 에너지”는 맞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 이유는 천연가스의 핵심성분인 메탄의 특성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중적인 이슈가 된 이후로 이산화탄소는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공산품의 제조 과정에서 Carbon footprint 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없다는 캠페인이 각종 매체를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란 대기중 특정 물질이 산업화 이후 농도가 증가하여 유리 온실처럼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열을 붙잡아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1980년대부터 대기의 평균 온도가 명확히 상승하는 것이 확인된 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온실효과가 의심되기는 했으나, 명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산업화의 영향을 주장하는 측과 화산폭발이나 주기적인 자연 순환 (빙하기에서 해빙기로의 순환)을 주장하는 측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이 논쟁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 하와이 섬에 위치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NOAA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킬링 박사가 1958년부터 계측한 대기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였습니다. 하와이 섬은 절해고도이니 가까운 공장 지대의 영향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측정 오류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곳에서 진행된 30년간의 측정 결과는 뚜렷하게 지구 온난화와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관 관계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곡선을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킬링 곡선 Keeling Curve”이라고 지칭하며, 타임지의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곡선으로 인해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명확해졌습니다. 현재 400 ppm 수준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30% 이상 높은 것이며, 농도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 기반 연료 체계에서 탈피하자는 움직임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난화 가스인 Green House Gas (이하 “GHG”)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계측 기술의 발달과 위성을 이용한 영상 분석, 실험 등을 통해서 이산화탄소 이외에도 다양한 GHG가 존재하며, 각 가스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끼친 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이산화탄소 이외에도 다양한 GHG들이 있으며, 그들의 대기중 잔존 연수와 온난화에 미치는 잠재력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GHG 중에서 프레온 가스라고 알려진 불소 화합물 계통이 대기 중에 오랫동안 남아 있고, 이산화탄소 대비 동일 질량 대비 몇 천배 더 온난화를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소 화합물 가스는 이미 엄격하게 생산과 사용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대기중 농도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GHG는 바로 메탄가스입니다.

과학자들이 이산화탄소보다도 메탄가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3가지입니다.

- 메탄은 이산화탄소 보다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7.6배(500년 기준)에서 84배(20년 기준) 더 많습니다. 메탄은 대기 중에서 분해되어 점차 이산화탄소로 바뀌는데, 그 주기 대략 12년으로 알려져 있어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40년까지 일정 목표 수준 이하로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더 이상 손을 쓰기 어렵습니다. 즉 단기간내에 효과적인 수단이 필요한데, 메탄가스를 통제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이산화탄소보다는 적지만, 대기중에 누출되는 메탄의 양은 다른 온난화가스 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또한 천연가스 채굴-운송-사용 중 누출되는 양도 많지만, 농업과 목축 분야에서 발생하는 양도 많습니다. 이산화탄소는 화석 연료의 연소에서 주로 생성되므로 모니터링이 비교적 간단합니다. 그런데 메탄가스는 발생원이 다양해서 통계 자료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농업과 목축 분야에서 막대한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분야는 정확한 통계 자료 작성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대기중 메탄의 농도가 거의 3배로 증가했으며, 그 농도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 메탄 농도는 720ppb였는데, 2017년에는 1850ppb이고 지역에 따라 2000ppb를 넘는 곳도 많습니다. 인구 증가에 따라 공업용으로 사용하는 메탄 가스의 양도 증가하고 있고, 농업과 목축에서 발생하는 메탄 가스의 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일 발생원으로 치면 전세계의 가축들의 트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무서운 GHG이며,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산화탄소가 아닌 메탄가스 배출량 통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땅속에서 채굴하여 정제/수송 과정을 거쳐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경우 최초 채굴량 대비 대기 중으로 누출되는 양 (“Methane Leak”)이 2.3%가 넘으면 천연가스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모두 상쇄된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Methane Leak가 4%가 넘으면 석탄을 연소시켰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GHG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Methane Leak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고 이를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학계에서는 북미의 경우 1~3%, 러시아와 유럽에서는 4~7%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Methane Leak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저 설비가 낡아서 정말 글자 그대로 공기 중으로 새는 양이 많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에 대기중으로 천연가스가 방출되도록 채굴/수송/공급 시스템이 설계된 이유가 큽니다. 땅속의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가스는 석유의 생산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로 모아서 파이프 라인으로 보낼 만한 양이 안되면 현장에서 태워버리거나, 임시 탱크에 담았다가 대기중으로 방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가스정의 규모가 크면 비교적 잘 관리되지만,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당국에서 대기 중 방출을 금지하더라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채굴 과정보다 더욱 Methane Leak를 많이 발생시키는 분야가 파이프 라인을 이용한 천연가스 수송 분야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북미나 러시아의 경우 광활한 황무지에 가스 파이프 라인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 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가스 파이프 라인이지만, 일정하게 압력을 유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이프 라인을 열거나 닫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사람이 직접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격 조종 밸브를 사용하는데, 가스 배관망을 설계하면서 엔지니어들을 힘들게 했던 문제가 밸브를 구동 시키는 동력원 문제였습니다. 황무지 한 복판에 설치된 이 수많은 원격 조종 밸브들은 평소에는 배관망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보통은 전기 모터를 쓰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황무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엔지니어들이 찾은 답은 간단했습니다. 바로 파이프라인이 이송하는 천연가스 그 자체를 이용해서 밸브를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Bleeding Control Valve라고 하는 이 기술은 밸브가 천연가스를 일정량 계속 누출시키면서 정해진 압력보다 배관망의 압력이 낮아지면 밸브가 살짝 닫히고, 압력이 올라가면 밸브가 살짝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한 번 설치해두면 배관망에 천연가스를 밀어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작동하고, 별도의 전기 공사를 할 필요가 없으니 지속적으로 천연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한다는 점 빼고는 매우 이상적인 장치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Bleeding Valve가 설치된 천연가스 배관망이 북미에만 100만 킬로미터에 달하고 여기에 설치된 이런 밸브들의 숫자가 과연 몇 개나 될지 확인조차 어렵다는 점입니다. 수백만개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Methane Leak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합니다. LNG 벙커링의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벙커링을 실시하기 전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반드시 관련 배관을 질소로 청소하는 Purging이 요구됩니다. 배관내 폭발성 잔존가스가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질소가스로 배관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잔존가스 대기중으로 방출됩니다. 이를 Venting이라고 합니다. Venting은 오일가스 산업의 오랜 관행이고 비용 측면에서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이라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Venting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메탄가스가 방출되는지 계산조차 어렵습니다.

천연가스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Methane Leak로는 slip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엔진에서 연소를 위해 투입한 가스가 미처 연소되지 않고, 배기가스와 함께 대기 중으로 나가는 현상입니다. 2행정 오토 싸이클 엔진에서 slip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하며, 최신 이중연료 디젤 엔진에서도 일정량의 Methane slip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lip 현상을 없애려면 배기가스를 재순환시켜야 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천연가스 산업에서 발생하는 Methane Leak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버금가는 온실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산화탄소 감축은 탄화수소 연료 사용 감축이라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Methane Leak는 훨씬 더 쉽고 간편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배관망에 설치된 Bleeding Valve 들에서 누출되는 천연가스의 양이 수백만 가구가 사용할 만한 양이라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Bleeding Valve를 태양전지를 이용한 control valve로 교체하면 Methane Leak도 줄여서 환경에도 좋고, 운영비용도 절감된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이산화탄소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체계가 가동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메탄 가스의 경우에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 논쟁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과학적 증거들은 Methane Leak 문제가 이산화탄소 배출 이상으로 지구 온난화 대처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석탄을 LNG로 대체하여 좀 더 맑은 공기를 누리고자 하는 노력들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LNG의 불편한 진실인 Methane Leak에 대해 업계가 선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미 캘리포니아 주를 필두로 북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의 퇴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Methane Leak가 현실인 상황에서 천연가스와 LNG는 더 이상 “Clean Energy”가 아니며, 오히려 지구 온난화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이유입니다. 우리 학계와 업계도 이 이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일가스/LNG 시스템의 설계 과정에서부터 Methane Leak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개발한 LNG 운반선, 벙커링 기술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 노력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