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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9
[투자자가 바라보는 조선산업]

<글 :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위원  um.kyung-a@shinyoung.com>

2019년 3분기 누적 신규수주량은 1,538만CGT로 전년동기대비 43%감소했다. 신규수주를 20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던 2016년 대비는 양호한 수준이다. 당시에는 연간 수주량이 1,382만CGT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조선 시장 물량부족의 악화일로 기조를 끊어놓았던 2018년의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맥이 빠지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연간 수주량(자료: 클락슨)   월별 수주량 흐름의 4개년 비교(자료: 클락슨)

 

2016년과 같이 수주 가뭄도 견뎠는데, 그보다 나아진 수주상황에도 시장의 안달(?)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생산능력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황인데, 이에 못 미치는 수주가 이어지는데 대한 경계로 판단된다. 지속 가능한 매출이 확보되지 않으면, 현 수준 대비 추가로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불안감의 표출이리라.

심해에서 기름이나 가스를 뽑아내고 정제하고, 보관, 하역하는 선박형 설비를 제외 한다면 조선업의 전방산업은 해운업이다. 해운업은 선종마다 컨테이너 해운, 드라이벌크 해운, 탱커 해운 등 다른 화물, 다른 업황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지만 발표빈도가 가장 높고, 원자재의 수송을 주로 이룬다는 이유로 드라이벌크운임지수(BDI: Baltic exchange Dry Index)를 대표지수로 꼽는다. 원자재 수송이 활발해서 드라이벌크 시장이 개선되면 다른 제품수송량도 늘어나면서 연쇄적인 개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조선업종 투자자들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유는 전방산업과 행보를 같이 하지 못하는 조선업의 수주 성과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해상운임이 개선되면, 선박 수주 시장도 그에 부합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2019년에는 연초대비 평균운임(1306포인트)은 전년대비 낮지만, 하반기 평균운임이 매우 높고, 고점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처음 2천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헌데 왜 수주량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벌크선 운임지수 추이와 연간 평균지수 명시(자료: 클락슨)>


 환경규제 강화(황산화물 저감규제, 2020년 적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가능한 시기를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2019년에 선박수리를 의뢰하거나 2019년에 신조 선박을 발주한다면, 2020년 상반기에 원하는 사양의 친환경선을 인도받을 수 없다. 즉 아직까지 대비하지 않은 선사들은 같은 외부변수의 영향을 받게 될 텐데, 다수의 선주들이 진행하지 않은 자본투자를 뒤늦게 감행했을 경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를 통해 생각해 보면, 2019년의 수주량 감소는 전방산업 업황개선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2018년에 선반영된 데 따른 기고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전방산업의 업황 개선이 지속되는 한 수주량은 다시 의미있는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금융시장이 조선업에 대해 ‘왕의 귀환’을 기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없었던 강력하고, 광범위한 환경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는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서 시행하는 공해상 황산화물 배출 규제(현행 3.5% -> 0.5%로 강화)는 감축폭이 클 뿐만 아니라 전체 선박에 적용되는 탓에 적용범위가 방대하다. 연료비 부담을 높이게 될 경우 연료 효율이 낮은 노후선의 퇴출이 가속화 되고, 연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회피책에 대한 투자도 빨라진다. 전세계에는 약 6,400만CGT의 노후선박(선령 20년 이상)이 있는데, 신규수요를 2,500만CGT로 가정하고, 노후선 교체시기를 4~5년으로 가정한다면 연간 4천만CGT 가량의 신조선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계 신조선 시장의 생산능력을 3,300만~3,500만CGT라고 본다면, 수주잔고가 늘어나는 기간이 향후 4~5년 가량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장기간 이어진 산업은 산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요인의 변화로 인해 부흥 지역이 움직인다. 유럽에서 발전한 조선업이 일본으로 옮겨오고, 일본에 이어 한국이 시장의 상위참여자로 등장했다. 인건비의 중요성을 두고 한국에서 중국으로 대세가 넘어간다고 많이 이야기 하지만, 중국 조선업 확장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본 것은 일본이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2000년대 중반까지 30% 정도의 수주 점유율을 지켜오던 일본은 이제 두 자릿수의 수주점유율을 지키는데도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이는 단순히 일본보다 중국 조선업의 노동비가 낮기 때문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개별 노동력의 인건비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높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의 확대에 자기자리를 내어 준 반면, 한국은 중국과 다른 영역을 개척하여 점유율을 지켰다. 
 


<국가별 수주 점유율(자료: 클락슨)>


 

일본조선이 자발적 고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커스터마이징 실패와 중국과 제품 차별화를 시키지 못했다는 점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일본은 2000년대 해운시장의 트렌드였던 대형화 추세를 따라가기를 거부했다. 대신 스탠다드 모델을 만들고 고객에게 구매 여부를 물어보는 방식의 영업을 진행했다. 이는 자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탱커와 드라이벌크 선에 집중되었고, 유사한 선종의 제품을 많이 만드는 중국과 점점 비슷해져 갔다. 선주들의 대형선 요구를 소화해줄 수 있는 중국으로 물량이 유입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별 수주잔고 선종구성(자료: 클락슨)>

유럽 조선업의 몰락 이유를 일본에서 찾는 문헌이 많다. “큰 경쟁상대의 출현”이 이유이고, 한국 조선업이 그 전철을 밟을 것으로 이야기 한다. 다시 짚어보지만, 그 전철을 밟는 것은 일본이 될 것이며, 줄어들은 시장 참여자로 인해 중국과 한국의 합산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확인해 볼 때이다. 지쳐 나가 떨어지기에는 지금까지 잘 버텨준 한국 조선업의 저력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