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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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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이야기]

 

<글 :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 김정은 선임연구원 jekim@komeri.re.kr>

 

*** 한참 부족한 제가 선배님들 앞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한편으로 연구원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 – ‘지금 우리 연구원은’

 

“정은씨는 직업이 뭔가요?”

 

“저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 그럼 실험실에서 흰 가운 입고 실험하는 일을 하시나요?”

 

위의 대화는 직업에 대한 질문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멘트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연구원이라고 하면 주로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물론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도 있지만 필자처럼 사무실에서 연구·개발하는 연구원도 있다. 아직은 생소할 수 있지만, 누구보다도 국가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 우리 연구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승 – K-연구원에서 살아남기

 

최근 넷플릭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좀비 팬데믹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연구원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들 사이에서 항상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치열한 싸움 속에서 살고 있다.

 

연구원은 제품 및 공정을 새롭게 개발·개량하기 위하여 각종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을 연구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직업이다. 그중에서도 연구개발 직무의 경우 연구목적, 방법, 일정 등이 포함된 연구제안서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연구개발 목표에 따라 제품 개발, 제품 승인 취득 등 제품을 사업화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은 2001년 설립 이래로 조선해양 관련 기자재 정부지원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7개의 본부(영도(본원), 녹산, 미음, 울산, 경남, 전남, 전북)별 특화된 업무를 바탕으로 정부지원 개발사업 외 기반구축사업, 시험, 용역, 기업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전남본부에서는 소형선박해상테스트 기반구축사업을 바탕으로 소형선박 기자재 성능시험과 연안기자재 관련 정부사업, 용역 및 지자체 기업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개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전문성, 분석력, 기획력, 꼼꼼함 등의 능력이 요구되며, 연구개발을 위해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능력 또한 필요하다. 연구원은 사업기획을 위한 영업 단계부터 제품 개발을 위한 수치해석, 시험평가 및 최종보고서 작성까지 전 기간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가히 멀티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전 – 여성연구원으로 살아남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019년 기준 국내 연구원 수는 53만 8136명, 국내 여성연구원 수는 11만 3187명으로 전체 연구원 대비 여성연구원 비율이 21%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여성연구원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산업계 여성연구원 활용을 늘리기 위해 여성연구원 인건비 지원, 여성연구원 참여에 따른 우대 가점 기준 강화 등 연구개발(R&D) 지원 규정을 시행하며 여성 R&D 인력 확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 내에서만 보더라도 현재 총인원 250명 중 여성 R&D 인력 비율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연구원이 부족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며, 특히 여성연구자 비율이 적은 일본의 경우 여성 박사 비율을 높이고 여성연구원이 출산이나 육아를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등의 정부의 정책적 추진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성연구원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도가 적을 뿐만 아니라 현재 근무하고 있는 여성연구원들의 근무환경이나 제도 등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도 많다.

 

필자 또한 상대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많은 공과대학과 조선소를 거쳐 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재까지, 여성연구원으로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신체적인 한계, 환경적인 한계 등 여러 한계에 부딪힌 적이 많았고 사회초년생 때는 성격이 거친 작업자들과 업체 대표님들을 대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여성연구원으로서 남성연구원들과 근무했을 때 시너지효과가 많이 나는 것을 경험했다. 성별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고 연구에 대한 관점과 의사결정도 합리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 내에서도 남성연구원들만 이루어진 팀보다 여성연구원이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주도하는 팀에서 사업실적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여성연구원 인력이 많이 증가하였다고는 하나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범국가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는 다른 여성연구원들과도 함께 연구개발 및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를 바란다.

 

결 – 마치며,
 

필자는 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거나 제품 및 기술개선을 통해 상품이 나오고 사업화(판매)가 되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을 느꼈으며, 담당 분야인 유동해석을 기반으로 한 학문적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원이라는 직업에 큰 매력을 느꼈다. 또한 많지 않은 여성연구원으로서 근무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와 같은 후배들이 같은 길을 걸을 때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오늘도 ‘지금 우리 연구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