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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2
[알기 쉬운 전공에세이] 선박의 성능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추진기 : 프로펠러

 <: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김문찬 교수 kmcprop@pusan.ac.kr>


들어가며

 

나이가 올해 벌써 환갑이니 조선해양 분야에 입문한 지도 벌써 40년이 넘어가고 있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뀐 세월이라니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대학 2학년부터 줄곧 프로펠러를 해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꿈꾸었었다. 그러므로 프로펠러를 사랑하여 공부하고 연구한 세월도 거의 40년이 다 된 셈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 길을 후회하거나 재미없게 생각한 적은 없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탄소배출 규제 즉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가 큰 이슈가 됨에 따라 효율뿐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에 있어서 중요한 고효율 추진 시스템 개발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은 부산대학교에서 21년간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고 그전에는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KRISO)와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경험을 쌓았으니 산학연을 두루 거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추진기가 가장 어려운 과목 중에 하나라는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까 많은 고민을 하면서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배우는 학생들이나 가르치는 선생에게도 어려운 것 같다. 이번 에세이 콘셉트가 알기 쉬운 에세이니 더 난감한 것 같지만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추진기에 대해서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을 닮은 추진기

 

나는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작은 프로펠러가 거대한 선박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졌었다. 예를 들어 320m짜리 30만 톤 급 VLCC의 프로펠러는 10m 안팎이다. 길이 스케일로도 30분의 일도 안 되고 부피 스케일로는 대략 30,000분의 일 정도이니 자기보다 이렇게 거대한 선박을 VLCC 같은 저속선의 경우라도 15노트, 즉 약 8m/s 정도의 속도로 추진하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는 이러한 모습이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견인해온 조선해양 산업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고 물속에서 있어 잘 안 보이지만 이렇게 큰 배를 추진하는 프로펠러가 묵묵히 우리나라를 견인해왔던 조선해양 산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계나 전자와 같이 큰 분야는 아니지만, 관련 산업들을 일으키고 고용 창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등 정말 효자 산업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세계 1위를 이렇게 지속하고 있는 분야가 우리나라에 또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 조선산업과 닮은꼴인 이런 조그만 장치가 그 거대한 선박을 어떻게 가뿐하게 추진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프로펠러는 태풍 같은 강력한 힘을 준다

 

프로펠러는 얼핏 보기에 매우 복잡한 형상(그림 1)을 가진 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평평한 날개를 비틀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양력을 이용하여 추진을 하는데 그 무거운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강력한 양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강력한 추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양력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그림  1 프로펠러의 3차원 형상>



<그림 2  유선형 수중익 주위의 유동>
 

<그림 3 보오텍스로 치환할 수 있는 수중익>


먼저 양력이 발생하는 원리는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체가 같은 시간에 윗면에서는 먼 길을 아랫면에서는 짧은 길을 가므로 윗면의 속도가 빠르고 아랫면은 느려져 (연속체를 유지해야 하므로)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압력이 위에는 낮고 아랫면은 높아지게 된다. 이것을 점성을 무시한 포텐셜 유동으로 해석하면 그림 3에서처럼 유입류와 보오텍스(vortex)로 치환하여 해석할 수 있다. 즉, 보오텍스에 의해 윗면은 빨라지고 아랫면은 보오텍스가 유입류와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므로 속도가 늦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보오텍스로 치환한 해석에 의해 유체 장을 거의 정확하게, 즉 압력과 유체속도에 대하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날개와 가까운 곳에까지 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더 많은 보오텍스를 분포시키면 된다. 그러므로 점성을 고려하여 그 어려운 Navier-Stoke’s 방정식을 수치적으로 풀기 위해 CFD(Computational Fluid Dynamics) 방법으로 거대한 전산 시설을 이용해 많은 시간을 소요하여 풀어야 하는데 그에 비해 포텐셜 해석은 비교도 안 되게 빨리 해석할 수 있게 된다. 
 

<그림 4 프로펠러 날개 이론>


더 신기한 것은 박리가 심하지 않은 유동의 경우 CFD에 의한 해석보다 해의 정밀도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보오텍스가 워낙 강력한 소용돌이 에너지를 발생하므로 (태풍으로 생각하면 됨) 점성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체와 접하는 부분에서 발생되는 점성에 의한 전단 응력은 평판의 잘 알려진 값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박리가 심하게 발생되지 않는 경우, 즉 정상적으로 잘 설계된 프로펠러의 경우는 이러한 보오텍스 이론으로 추진 성능의 예측을 대략 5% 이내의 오차로 추정할 수 있는데 CFD 해석과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입사각이 이상 받음각으로 유입될 경우 유입류에 직각으로 발생되는 양력의 힘이 유입류 방향의 항력보다 7~8배나 되니 굉장히 큰 힘이며 마치 에너지 보존법칙을 깨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된다. 진행 방향과 직각 방향으로 발생되는 힘이므로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렇게 큰 양력을 프로펠러를 통해 전진 방향으로 변환시켜주기에 큰 추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운항 조건에 따라 최고 효율은 달라질 수 있으나 대략 최대 70%까지 효율이 높아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강력한 양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프로펠러 이론을 가르치면서 한 학기에 10번 이상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각도에서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그림 4인데 프로펠러 기하학과 이 그림만 제대로 이해해도 90% 이상 프로펠러 원리를 이해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프로펠러는 날개 단면들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표적인 한 단면에 대한 작동 원리만 이해하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 프로펠러는 실제로 돌아가면서 전진하지만, 프로펠러가 서 있을 때 유체가 돌아 들어온다고 생각해도 같은 이치가 된다. 마치 구의 문제를 풀 때 구가 전진하는 대신 구가 가만히 있고 유체가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이치이다. 그러므로 회전속도와 전진 속도의 벡터 합으로 유입류가 들어오고 이 방향으로 항력이 그리고 직각 방향으로 양력이 발생한다. 이 힘의 합으로 추력방향(전진 방향)과 축을 회전시키는 방향의 힘으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으며 이 회전 방향의 모우멘트를 만들어주는 동력을 엔진에서 공급해주면 추진 방향의 힘을 얻어 배가 전진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펠러 관련 유체역학적인 원리는 이 그림에서 대부분 이해될 수 있으며 캐비테이션과 관련해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추진 장치가 우리나라를 다시 추진시킬 수 있다

 

2000년대 조선시장 자체도 활발했지만 이를 촉발시켰던 사건이 바로 유조선의 이중바닥(double bottom) 강제 조건인데 유조선의 특수까지 누릴 수 있어 최고로 활발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 시기에 우수한 학생들도 많이 들어 왔고 우리나라 경제도 좋았었던 것 같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조선해양산업이 침체기를 맞이했었다가 작년부터 서서히 다시 일어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IMO의 탄소 배출 규제 (EEDI)로 구체적으로 규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조선산업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게 되는 것 같다. EEDI를 저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다 언급하기에는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 그중 대표적인 방법을 소개하자면 에너지도 절약하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지 않아 가성비가 좋은 ESD (Energy Saving Device)의 적용을 꼽을 수 있겠다. 일본조선소들은 1980년대부터 ESD에 대한 연구와 실선에 대한 적용을 하여 그 성과를 낸 바 있으나 일본 조선산업의 침체와 맞물려 2000년대부터는 오히려 우리나라 조선소들에게 추월당하게 된다. 이러한 역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ESD가 필자와 대우조선 해양이 개발한 비대칭 전류고정 날개이다(그림 5). 그 후에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삼성 중공업의 Saver-fin 등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 절약 장치들을 개발하여 수주 경쟁력을 가속화 하였다.

 

<그림 5 대우 비대칭 전류고정 날개 (2008 Astro Capricorn)>

EEDI를 배경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러한 ESD 개발과 LNG 관련 기술 등이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SD 들의 대부분은 회전 에너지의 회수를 통해 효율을 증가시키는 원리인데 이는 프로펠러가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는 원리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 회전이 추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손실이 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여 추진 효율을 높이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많이 개발하고 있다. 상반회전 프로펠러 (CRP)가 대표적으로 회전 에너지를 완전히 회수하기 위한 추진기로 볼 수 있으나 초기 투자비가 크고 고장 위험으로 인한 유지 보수비 등으로 실제 적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고 앞에서 언급한 전류고정 날개가 전 세계적으로 선종에 관계없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질적인 부분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추진기 분야가 선도하고 또 조선산업이 우리나라를 다시 세계 최고의 나라로 추진시키는 그 날을 꿈꿔 본다.

 

마치며

 

프로펠러를 전공하려면 성격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필자가 조선소에 있으면서 여러 부서와 실랑이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진동 문제가 발생하면 진동 부서와 이것이 추진기 문제냐 엔진 문제인가로 설전이 오가고 축계에 문제가 생겨도 축타 팀과 또 언쟁하고 캐비테이션(cavitation) 문제가 생기면 선형 설계를 담당한 사람과 등등 정말 얽혀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화가 많은 사람은 결단코 추진기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또한 속도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에 이에 대한 책임 또한 피할 수 없지만, 속도만을 추구하다 캐비테이션 성능이 나빠져 진동, 소음 그리고 침식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펠러는 중용의 도를 가져야 한다. 가장 적당한 선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통상 효율과 캐비테이션은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어려움들로 추진기 전문가들은 모두 박사다. 즉 넓을 박자의 박사 다시 말해 모든 분야를 알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운전을 나가보면 자식을 대학입시 수험생으로 보낸 부모의 심경 이상의 초초함으로 결과를 기다리게 되는데 선박 성능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속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속도가 안 나오면 모든 십자가는 프로펠러가 지어야 한다. 실제로 책임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추진기가 해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운전을 하는 시점에서는 선형이 다소 문제여도 배를 바꿀 수 없고 엔진이 문제여도 엔진을 바꿀 수 없다. 일반 프로펠러는 아무리 비싸도 10억이 안 되니 최악의 경우 교체하거나 약간의 수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프로펠러 전문가는 해결사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우리나라가 경제문제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은데 추진기가 선박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듯이 우리나라의 경제문제에 있어 조선산업이 해결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