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KZINE

비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글작성시 입력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목록
January, 2022
[산업현장 이야기]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

<글 : 경기도청 전문위원 김충환 박사 greenberrymail@gmail.com>

 

 

들어가며

 

필자는 경기도청의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해양레저 종합산업전인 ‘경기국제보트쇼’, 해상엔진 및 FRP 선체정비 교육 훈련사업인 ‘해양레저 인력양성’, 국내 해양레저 기자재 기업의 해외수출을 위한 ‘해외판로개척’, ‘해양레저 실태조사’, ‘경기해양레저포럼 개최’ 등을 기획하고 총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양레저산업은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의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해양레저시장은 지난 10년간 약 13.5배 성장했으며 그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힘든 시기에 사람들은 레저활동을 통해 힐링하고 있으며 이는 해양레저산업을 비롯하여 레저시장에 큰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해양레저산업은 제조, 판매, 교육, 서비스 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하나의 종합산업입니다. 레저활동을 위해 장비와 기계를 사용하는 만큼 철저한 정비와 유지보수를 위한 전문인력이 없다면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번 지면에서는 필자가 10년 동안 해양레저 인력양성을 위해 추진해왔던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하며, 해양레저산업의 발전과 성장에 좋은 인재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경기국제보트쇼를 통해 알게 된 해양레저 현장의 현실

 

올해 경기국제보트쇼가 15회이니 우리나라 해양레저산업의 성장과 경기국제보트쇼의 성장이 함께 해왔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5년 전인 2008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 불을 넘어서며 화성시 전곡마리나 개발 등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등록된 보트와 요트 등 동력수상레저기구가 3만 대가 넘지만, 그 당시 자료상으로는 1천 대가 안 되었음에도 기대감은 높았습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전곡항과 탄도항에서 요트대회와 이벤트를 함께 개최하며 매년 약 20만 명 이상 방문하는 대형행사로 개최되었습니다만, 2013년부터 킨텍스로 이전하며 산업전시회로 변모한 경기국제보트쇼는 해양레저산업에 대한 제품과 정보가 모이는 허브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필자가 경기국제보트쇼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국 각지를 비롯하여 해외의 다양한 기업들과 해양레저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고 의견을 듣게 됩니다. 전시회는 기본적으로 판로 확대를 목적으로 한만큼 화려하게 갖춰진 제품들을 돋보이게 만든 부스와 기업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이 제품들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인력들이 있어야 안전하고 투명한 정비가 이루어지고, 소비자에게는 A/S에 대한 신뢰를 주게 됨으로써 제품판매가 되는 등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국제보트쇼 초창기에 제가 만나본 업계 관계자나 소비자들은 모두 정비시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정비의 수리 형태와 수준 편차가 크고 수리 단가도 제각각이며 정비사도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보트 오너들은 ‘사전 정비’보다는 문제 발생 후 ‘사후 수리’를 하는 습관으로 고착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해상사고 1위가 기관사고라는 상황을 만들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해양레저 안전을 위한 해상엔진과 선체 정비 인력확보의 시급성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에도 해양레저 정비인력을 가르치는 학교와 학원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동차 산업과 비교를 해보면 1980년대 말 마이카 시대가 열리며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할 때도 정비시장은 불투명했으며 정비인력이 부족했습니다. 당시에는 수리 한번 할 때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고 저렴한 카센터를 한 시간씩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양레저 정비시장이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기계를 잘 아시는 독자분들에게는 정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시장은 커지고 있고 레저 보트와 해상엔진은 팔리고 있는데 이를 정비할 인력의 전문성과 인원이 부족하다면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산업 성장에 큰 저해가 될 것 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신규 정부사업 신설의 난망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트쇼 개최 초창기부터 느끼고 관련 사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부는 수익성이 없더라도 공익적 목적을 위해 선제적으로 예산을 들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부적으로 많은 건의와 제안을 했습니다만 예산편성 단계를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해양레저산업이라는 낯선 산업에 대한 인식 부재와 정확한 통계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상향식 사업이 정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무척 어렵습니다. 특히 교육사업은 매우 손이 많이 가고 리스크가 높은 사업으로 필요성을 공감해주는 분들조차 만류할 정도였습니다.

 

일자리 오디션의 기회

 

이렇게 몇 년이 지나가던 중 2015년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께서 경기도 내 시·군 및 공공기관을 포함한 ‘일자리 오디션’을 개최하였습니다. 심사위원은 일반인과 전문가로 구성되어 선입견 없이 공정하게 선정되는 절차로 진행되어 약 450건 이상의 사업들이 제안되었습니다.

 

필자도 해양레저 정비인력양성을 위한 사업을 제안하였으며 최종 25개 사업에 선정되어 예산을 편성 받아 2016년부터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를 개소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런 형태의 오디션은 없어졌습니다. 만약 이 오디션이 없었다면 ‘해양레저 인력양성’사업의 시작은 매우 늦었거나 책상 서랍의 기획안으로 낡아버려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교육과정 구축의 난관

 

누구보다 독자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구축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학교와 학과가 없으니 국내에 이 전공을 한 사람이 없고, 커리큘럼과 교재도 없으며, 참고할 장비가 없는 건 물론이고 일단 가르칠 강사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강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해상엔진을 잘 고치는 분들을 추천받았지만 잘 가르치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에는 잘 고치면서 잘 가르치는 사람이 강사로 필요했습니다.

 

자동차 엔진 교수님들과 해외에서 관련 교육을 받았던 분들을 중심으로 교재개발과 강사진을 구성해가고, 선외기 교육장을 경기테크노파크 내 100평 규모로 구축하고 선외기를 2행정과 4행정으로 각기 구비 하는 등 교육을 위한 기반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사진의 갈등, 교육장비 확보 절차의 복잡함, 교육장 음향 및 진동 문제, 커리큘럼 수준 및 강의자료에 대한 부족 등 수많은 문제가 도출되는 상황에서 담당 PM 여러 명이 중간에 포기하는 등 교육과정 구축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국SDC(South Devon College)와 협력을 통한 교육커리큘럼 도입 및 교재 선진화, 해상엔진 총판들과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해양레저 인력양성 지원협의회’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강사진의 영국SDC 교육훈련 파견 등 강사역량 강화 등이 어우러지며 매년 교육 품질과 교육 수준을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는 선외기와 선내기를 3개월 동안 초급기술자로 양성하는 15명 내외의 해상엔진 정규반을 경기테크노파크와 아라마리나에서 연 2회, FRP선체교육을 인하공업전문대학에서 연 1회 시행하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가 정비반"과 "해양 전문기관의 전문화 과정 위탁교육"을 연 8회 이상 시행하고 있습니다.
 

<선내기 교육장 전경(좌), 선외기 교육장 전경(우)>

 

METS 교육부분 노미네이션 및 국가인력양성기관으로의 성장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레저 부품기자재전으로 매년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는 METS(Marine Equipment Trade Show)가 있습니다. 필자는 여기에 한국관을 개설하기 위해 2년 이상 협상을 거쳐 2013년부터 한국관을 개설하였습니다. 이제는 약 6배 정도 규모가 커지고 우리나라 해양레저 부품기자재 수출거점이 되어 해양수산부의 지원사업이 되었습니다. 이 전시회가 중요한 이유는 세계해양협회(ICOMIA)가 후원하고 각국의 해양협회는 물론 보트제조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의미 있는 점은 제가 만든 ‘해양레저 인력양성사업’이 2018년 교육부분 최종후보에 지명되었습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서구권 중심의 국가와 기업이 참여하는 행사에 아시아에서 만든 교육이 지명된 건 최초로써 또 하나의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부는 해상엔진 정비를 위한 마리나 정비업 제도를 신설하고 마리나 정비사를 국가 자격으로 관리하는 법을 지난 2020년 제정하였습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시기는 좀 늦어질 것 같으나 자동차 정비처럼 해양레저 정비도 국가 자격증으로 관리되는 시기가 오는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에게 해상엔진 정비과정의 신뢰성을 주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정비사의 수준을 관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해양레저산업의 안전과 투명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훈련기관으로 지정된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의 주관기관인 수자원환경진흥(구 워터웨이플러스)과 함께 향후 마리나 정비사 교육훈련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하나의 체계와 제도를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은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공익과 안전을 위해 꼭 가야 하는 길이라면 분명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추진해왔습니다. 그렇게 해양레저 인력양성 기획을 시작할 때부터 보면 거의 10년이 되었네요. 경기해양레저 인력양성센터는 이제 연간 정규반 40명 내외, 단기반 140명 내외 교육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교육생은 개소 6년 동안 정규반, 단기반을 합쳐 약 500명 이상 배출했으며, 취·창업을 통해 우리나라 각지에서 해양레저산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150명을 넘어섰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리적, 기술적 상황이 해양레저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산업의 성장을 받쳐주는 것은 전문인력 등 사람입니다. 이제는 대학에서 마케팅부터 기술까지 융복합된 해양레저학과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해양레저산업에 우수한 인재가 많이 유입되고 그들을 전문가로 교육훈련 시킬 체계가 받쳐준다면 해양레저산업은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대한민국에 크게 기여할 것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