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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2
[깊이 보는 뉴스 읽기] 선박 탈탄소 연료 전망 (2/3)

 <글 : (주) 보성 권효재 상무 jay.kwon7775@gmail.com> 

​탈탄소 연료란 선박 운항 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연료를 의미합니다. 2021년 1월 기준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상선은 대략 55,000척이며, 98%의 배들은 탄화수소 기반의 석유계 연료를 사용합니다. 탄소원자 C와 수소원자 H의 조합에 따라 분자량이 가볍고 상온상압 조건에서도 쉽게 기화되는 휘발유부터 분자량이 무거워서 연료 공급 시스템을 통해 온도를 높여주어야 엔진에 주입할 수 있는 중질유까지 다양한 석유계 연료가 선박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2%는 메탄(CH4)가스를 액화시킨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LNG 추진선 1100여 척(LNG 운반선도 포함), 소수의 LPG/메탄올 추진선,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기추진선 등입니다. 정리하면 운항 중인 선박의 99% 이상이 탄화수소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 LNG의 주성분인 메탄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탄화수소 – 이들 선박들은 모두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기고문 때 예고해 드린 탈탄소 연료의 대표주자 3인방은 바이오 연료, 합성연료, 수소입니다. 이 중 바이오 연료와 합성연료 역시 탄화수소 분자로 된 연료이므로 이들을 이용해도 운항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느냐, 어쨌든 이 둘이 탈탄소 연료로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동일한 탄화수소 연료라도 어떤 경우 탈탄소 연료로 포함될 수 있는지는 연료의 전주기 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대기 중 온실가스 축적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순(net) 배출되는 온실가스 발생량 억제”입니다. 인류가 지각 속의 화석연료를 채굴/정제 후 태우고 동력으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것이 현대 문명의 에너지 기반입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으므로, 유사한 탄화수소 연료이기는 하지만, 땅속에서 채굴하지 않고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을 모아서 쓰거나, 햇빛과 바람 등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다시 생성(재생, renewable)되는 자연의 에너지에서 탄화수소를 만들어 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지각 속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확보한 탄화수소 연료의 경우 연소 후 온실가스는 발생하지만, 원래 자연계에 존재하던 것이거나 짧은 시간에 다시 자연계로 돌아가므로 대기 중에 온실가스가 추가되지는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화수소를 연소할 경우 자연적인 순환 과정에 의해 연소 후 발생한 탄소 (주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추출되어 지표면에 고정되므로 탈탄소 연료라고 인정됩니다. 간단한 예로 뒷산에 올라가서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모아와서 캠핑장에서 불을 피웠던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무를 연소 과정에서 대기 중의 산소와 나무 안의 탄화수소가 결합하여 열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 물, 약간의 먼지와 재가 발생합니다. 나뭇가지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숲의 나무의 광합성 과정을 통해 다시 흡수되어,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새로 자라나는 나뭇가지를 위한 영양분으로 사용되고 축적됩니다.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 연료를 탈탄소, 혹은 탄소중립 연료로 볼 수 있느냐는 바이오 연료의 사용 후 재흡수/재생까지의 시간 주기에 따라 결정됩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화석연료 역시 수백 수천만 년 전 지구에 존재했던 식물과 동물의 사체에서 온 것이므로 아주 먼 훗날에는 ‘재생’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첨예한 논쟁 끝에 현재 국제적으로는 사용 후 30년 이내 재생이 가능한 바이오 연료는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며 탈탄소 연료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점차 엄격해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30년보다 훨씬 짧아지거나, 특정 지역 내에서만 재활용되는 바이오 연료만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전기 저장이 어려운 풍력, 태양광과 달리 바이오 연료는 보관과 유통이 쉽고 간편합니다. 또한 탄화수소 계열이므로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사용하기도 쉽습니다. 대표적인 바이오 연료는 옥수수 등에서 만드는 바이오 에탄올이 있는데, 휘발유에 혼합해서 일반 차량 엔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는 크게 바이오 가스, 바이오 디젤, 바이오 중유로 나뉩니다. 자연에서 수집한 바이오 매스 – 나무, 열매, 폐목재, 폐펄프, 지푸라기, 폐식용유, 동물 배설물, 음식 쓰레기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한 – 를 산업 규격에 맞는 연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연료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처리과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과 식당에서 배출하는 폐식용유를 모아서 재처리하면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중유를 만들 수 있는데, 폐식용유에는 다양한 이물질이 들어 있으므로 이물질을 최대한 분리 추출하여 엔진 연료 공급 시스템에 호환되도록 품질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되므로 품질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소량의 생산량을 모아야 하므로 대량 소비자의 경우 안정된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림 1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 바이오 중유 생산 과정 (출처: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바이오 연료는 기존 석유계 연료 대비 비교적 가격 프리미엄도 저렴하고 (어떤 경우에는 더 싸기도 합니다) 기존 설비를 이용하기도 편리하므로 다수의 선사들이 탈탄소 연료를 도입하려 할 경우 우선 고려하는 옵션입니다. 대형 선사인 머스크의 경우 작년에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대거 발주했으며, 이 선박들은 2030년 정도까지는 주로 바이오 메탄올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머스크의 결정에는 머스크가 덴마크 회사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덴마크는 1차 에너지의 45%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데 이 중 약 절반은 풍력 전기이고 나머지는 바이오 매스 집단에너지 설비에서 나오는 전기와 열입니다. 덴마크는 축산 강국이며 사료 부산물, 동물 분뇨 등 다양한 바이오매스가 풍부하며 예전부터 바이오매스 에너지 설비 기술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머스크는 자국에 바이오 메탄올 전용 생산 공장을 착공했으며, 북미에도 공급망을 확충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HMM 해운도 최근 13,000TEU급 컨테이너선 발전기에 바이오 중유를 사용하여 운항하는 실증 시험을 실시하였으며, 점차 바이오 중유 사용량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오 연료의 단점은 불완전한 탈탄소 연료라는 점과 공급량 제한입니다.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은 전주기 (Life Cycle Analysis, LCA) 평가법이 기본입니다. 바이오 연료는 광범위하게 산재된 바이오 매스를 수집하고 이를 정제, 추출, 변환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상당량의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폐식용유는 훌륭한 바이오 연료 재료이지만, 이를 수거하는 데에는 복잡한 유통과정과 물류망이 동원되며, 화공 처리 과정에서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규모로 공급되는 바이오 연료는 전용 농장에서 대규모 재배를 통해 공급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옥수수나 사탕수수 기반 바이오 에탄올, 유채꽃 기반의 바이오 디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경작지를 무한정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인구 증가에 따라 필수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경작지도 부족해지고 있으므로 전용 농장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공급은 업계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수송용 연료의 10% 이상을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며, 이 정도로 바이오 연료 공급량이 증가하게 되면 수요 대비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라 경제성이 없어질 거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선박의 탈탄소 연료로서 바이오 연료를 옹호하는 측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현실적으로 기존 디젤, 중유 기반의 연료 추진 체계와 공급망을 고려할 때 다른 대안보다 압도적으로 가성비가 좋다는 것입니다. 관건은 얼마나 충분한 물량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입니다. 해운 분야가 연간 소비하는 선박용 연료는 2019년 기준 연간 2.3억 톤 수준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바이오 연료는 2019년 기준 연간 1.4억 톤 수준이었습니다. 두 연료의 에너지 밀도 차이를 무시하더라도 전세계의 모든 바이오 연료를 모두 선박용으로 투입한다고 해도 수요의 60% 수준을 감당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게다가 현재 생산되는 수송용 바이오 연료의 약 70%가 미국, 브라질 등에서 휘발유에 첨가하는 바이오 에탄올인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선박 엔진 대부분이 디젤, 중유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가까운 미래에 바이오 연료로 대체할 수 있는 선박 연료 수요는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30% 이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바이오 연료만으로는 탈탄소 연료 수요를 다 감당할 수 없고, 수요가 증가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 연료는 다른 탈탄소 연료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전 단계를 위한 브릿지 연료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2 전세계 수송용 바이오연료 생산 예측 (출처: IEA)> 

 

합성연료는 넓게는 화공 기술로 공장에서 합성한 탄화수소 연료를, 좁게는 재생전기 (renewable electricity)을 이용해 확보한 수소와 탄소를 합성하여 만드는 연료를 의미합니다. 합성연료의 효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석탄 가스를 이용한 합성 석유 공장입니다. 피셔-트로프슈(Fischer-Tropsch) 방법이라는 공정을 이용하여 석탄을 가스화 한 다음 고온의 스팀과 촉매를 활용하여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의 결합 구조를 변경하여 독일은 석탄을 이용해 군용 석유를 생산했습니다. 이 기술은 이후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우월주의 인종 차별정책)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석유 수입이 불가능해진 남아공의 Sasol에서 계승 발전시켰고, 2000년대에는 중국의 석탄가스 합성연료 공장 (Coal to Liquid plant)와 카타르의 천연가스 기반 합성연료 공장 (Gas to Liquid plant)으로 발전했습니다.

 

탈탄소 연료로서의 합성연료는 기존의 석탄가스 합성연료, 천연가스 합성연료와 제조 공정은 유사하지만, 탈탄소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땅에서 채굴하는 화석연료인 석탄과 천연가스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요즘 거론되는 탈탄소 합성연료는 기존의 합성연료와는 소재 공급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풍력, 수력, 태양광 등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서 확보한 수소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합성하여 만듭니다. 이렇게 제조된 탈탄소 합성연료는 실질적으로 재생전기를 탄화수소 연료로 형태를 전환한 것이므로 e-fuel이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탈탄소 합성연료 즉 e-fuel은 기존의 석탄가스 합성연료나 천연가스 합성연료와 달리 수소분자와 탄소분자를 직접 생산하여 합성하므로 이론적으로 현재 사용 중인 대부분의 탄화수소 연료 – 메탄올, 가솔린, 디젤, 메탄, 항공등유 – 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기의 70%를 차지하는 질소와 결합할 경우 암모니아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이오연료와 달리 e-fuel은 대규모 경작지나 수거를 위한 방대한 물류체계를 필요로 하지 않고, 재생전기 생산량이 증가하면 그에 비례하여 생산을 제약없이 늘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연료는 연료에 내재된 이물질로 인해 복잡한 공정 처리를 해야 하는 것과 달리 이물질이 전혀 없는 순수한 탄화수소이므로 공해 배출이 거의 없고 열효율도 기존 탄화수소 연료에 비해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연료처럼 기존 탄화수소 엔진, 연료 공급 시스템, 연료 유통 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시설 투자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연료는 연료의 특성으로 인해 연료의 보관 기간이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짧거나 보관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지만, e-fuel은 화석연료보다 더 순수한 탄화수소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기존 엔진의 성능을 더 뽑아낼 수 있고 연료의 보관과 활용 측면에서 제약이 없습니다.
 

<그림 3 e-fuel 단점 (출처: 조선일보)>


탈탄소 합성연료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비용입니다. 아직까지 재생전기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고, 일부 국가의 대규모 발전시설을 제외하면 재생전기의 단가는 여전히 석탄,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보다 비싼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재생전기를 이용해서 수소는 그 자체가 단가가 높은데, 거기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비용에다가 FT 합성 방법을 위해 고온, 고압의 조건을 형성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을 추가하면 원가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2021년 기준으로 e-fuel이 시판되는 지역은 한정적이며 단가는 일반 휘발유의 5배~10배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고 그나마 공급되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며, 대규모 보급을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fuel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낮은 에너지 효율성과 탄소 배출 문제입니다. 내연기관 자체가 투입된 에너지의 60% 이상을 폐열로 대기 중에 흩어 보내는 단점 – 낮은 전환효율 - 이 있습니다. e-fuel 자체도 재생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FT 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에너지가 손실되므로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 효율이 20% 이하로 낮아집니다. 재생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하여 주행하는 전기차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70%를 상회하나, e-fuel 내연기관차는 전환 효율이 16%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100km를 주행하는데 필요한 전력량을 보면 순수전기차는 15kWh, e-fuel 내연전기차는 103kWh에 달해 효율이 1/7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어 e-fuel이 과연 대중화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리고 비싸고 효율이 낮은 것은 별개로 FT 합성 과정에 필요한 고온, 고압 조건을 만드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에서 가져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만약 고온, 고압 조건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탈탄소 효과 자체가 감소하므로 e-fuel의 낮은 전환 효율, 높은 비용을 감수하기 어려워집니다.

 

탈탄소 합성연료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합니다. 기술적 문제보다는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인하가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생전기 발전 설비가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덴마크는 풍력 발전이 발달했는데, 최근에는 10GW 이상 규모의 초대형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워낙 막대하므로, 만약 설계 기준보다 강한 바람이 지속되거나, 전력 수요가 낮은 주말이나 휴일에 강한 바람이 불어 전력 생산이 지속될 경우 전력망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전기가 과잉 생산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덴마크 정부에서는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와 e-fuel 제조 공장을 한곳에 모아서 풍력 전기가 남아돌거나 전력망 보호를 위해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해야 할 목적으로 e-fuel을 생산하려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되는 e-fuel은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잉여 재생전기를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원가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FT 합성에 필요한 고온, 고압 조건도 바이오 연료 발전소를 이용해서 구비한다면 탄소배출을 거의 없앨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35년 이후에는 이러한 대규모 재생전원 발전소와 e-fuel 생산공장이 대규모로 가동되어 막대한 양의 연료를 시장에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머스크가 최근 발주하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 선박들도 가동 초기에는 바이오 메탄올을 사용하고 2035년 이후로는 합성 메탄올을 사용하여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계획을 깔고 있습니다.

 

수소, 특히 재생전기를 이용해서 만드는 소위 그린 수소는 또 다른 탈탄소 연료 후보입니다. 사실 합성연료와 수소의 에너지 기원은 동일하게 재생전기이며 합성연료는 상온상압에서 액체상태이고 수소는 기체상태라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합성연료는 기존 엔진, 선박의 연료 공급 시스템, 연료 유통/보관 체계가 현재의 체계와 거의 같지만, 수소는 전혀 다른 엔진, 연료 공급 시스템, 연료 유통/보관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수소와 질소를 결합한 암모니아는 광의의 수소 계열 연료로 평가하는데 암모니아 역시 상온상압에서 기체상태로 존재하는 기체 연료이기 때문입니다.

 

재생전기를 이용해서 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든 그린 수소를 그대로 선박의 연료로 이용하는 것과 복잡한 합성 과정을 거쳐 액체 탄화수소로 바꾼 뒤 사용하는 합성연료 중 종합 에너지 전환효율이 높은 연료는 무엇일까요? 언뜻 생각하면 당연히 수소가 높을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수소를 연료로 채택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은 수소의 생산이 아니라 수소의 유통과 저장입니다. 현재 시중의 수소 충전소에서 판매하는 수소의 판매 단가는 대략 8,000원/kg인데, 생산 원가는 2,500~3,000원/kg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통, 저장 비용입니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므로 상온상압에서는 굉장히 많은 부피를 차지합니다. 상업적으로 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400기압 이상의 초고압으로 압축해서 보관하거나, 영하 253도 이하의 극저온으로 냉각하여 액화수소를 만들어서 이용해야 합니다. 고압 압축이나 액화 과정에서 수소가 가진 에너지의 20~30%가 소모되며 아주 특수하고 고가의 설비와 장비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초고압 혹은 극저온의 물질을 다루고 관리하려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기술자가 필요하고, 관련 장비들이 대양의 거친 바다에서 20년 이상 잘 작동되게 하려면 2중, 3중의 백업 시스템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많은 선사들과 조선소들은 수소를 유력한 탈탄소 연료로 고려하고 있으나, 정확히 어떤 형태로 수소를 유통, 보관, 이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일치된 의견이 없습니다. 일단 고압 탱크에 보관하여 사용하는 고압 수소는 안전성 때문에 선박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입니다. 액화수소를 극저온 탱크에 보관하여 선박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연료전지나 수소 터빈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와 상대적으로 보관이 쉬운 암모니아의 형태로 보관을 하고,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뽑아내거나 (이를 암모니아 크래킹이라고 합니다) 암모니아를 바로 연소하는 엔진을 개발해서 쓰자는 아이디어들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의 경우 MW 이상의 고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장비 비용과 유지 관리 비용이 아직은 높기 때문에 대형 상선의 메인 엔진으로는 수소를 직업 연소시키는 수소 터빈을 쓰거나 암모니아를 직접 연소하는 디젤 엔진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MW 규모의 연료전지를 선박에서 사용한 실적이 아직 없고, 수소 터빈이나 암모니아 디젤 엔진 역시 개발 단계이며 2030년까지는 상업화된 솔루션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액화수소 혹은 암모니아를 주류 탈탄소 연료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선박 자체의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대규모로 유통할 수 있는 연료 공급망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가까운 예로 항만의 LNG 공급 체계 이슈가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LNG 추진선이 2000년 노르웨이에서 등장한 이후 2022년 현재까지 LNG를 선박연료로 공급하는 물류 체계는 여전히 구축 중이며 세계적으로 대규모 기간 항로를 제외하면 여전히 LNG를 공급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충분한 LNG 추진선이 운항하지 않으므로 연료 공급 시설에 투자하기가 어렵고, 연료 공급이 보장되지 않으니 LNG 추진선에 투자하기 어려운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으로 연간 3억 톤 이상이 거래되는 LNG도 이러한 항만 연료 공급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거래량이 훨씬 적은 액화수소와 암모니아는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로서는 탈탄소 연료 공급이 안될 경우 화석연료라도 이용해서 운항을 해야 하므로 이중연료 엔진이 필요한데, 기체 기반 연료는 연료 공급 시스템과 연료 탱크의 용적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수소 혹은 암모니아 기반 이중연료 엔진 선박이 채산성이 있을지도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바이오 연료, 합성연료, 수소연료 중 어느 연료가 미래의 지배적인 탈탄소 연료로 선택될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바이오 연료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지, 합성연료 공급을 위한 재생전기가 얼마나 싸고 풍부하게 제공될지, 수소연료 기반의 이중연료 엔진의 개발과 항만의 연료 공급 체계가 구축될지 등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선사들의 사업 모델과 선대 규모, 재정 상황에 따라서도 대응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운항하는 선박을 최대한 오래 쓰면서 버티다가 바이오 연료나 탈탄소 합성연료를 적당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면 가장 간단히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다가 시장이 수소연료 기반으로 넘어간다면 운항 경쟁력을 잃고 사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연료를 미래의 탈탄소 연료로 채택해야 하는지, 언제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지는 모든 선사들과 조선소들의 난제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어떤 전략이 가능할지, 미래의 탈탄소 연료 채택 시나리오는 어떻게 이루어질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