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목포해양대학교 오대균 교수 dkoh@mmu.ac.kr>
[ 시작하며 ]
FRP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s) 선박은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 있어 환경문제 유발로 많은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FRP의 소재 특성이 수명이 길고 비강도가 좋으며 부패에도 강하여 환경규제가 강한 유럽에서도 요트, 어선 등 소형선박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몰드에 기반한 건조공법은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제작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제작이 쉬우며, 이렇게 제작된 플라스틱 선박은 수리, 변경, 개조가 용이한 강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등록된 전체 선박 9만척 중7만여척이 FRP 선박으로 집계되고 있으며(NIER, 2014), 특히 연근해를 항해하는 소형선박의 대부분은 FRP로 건조되고 있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IMO MARPOL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IMO, 2018)가 G/T 400 톤 이상의 국제해운 선박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FRP 소형선박의 친환경성 확보 또한 매우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ICCT의 보고자료에 따르면, 국제해운 선박의 온실가스배출량은 MARPOL Annex VI 적용 이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어선을 포함하는 내항해운 선박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ICCT, 2017). 이러한 수송체의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자료를 인터넷에서 보았는데, 1만 TEU의 MAERSK 컨테이너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육상운송 탱크로리보다 적게 배출된다는 비교 표였다. 이 자료에서는 수송체의 톤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배출가스 발생이 가장 심한 운송수단은 대형 상선이 아니라 어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어선>탱크로리>컨테이너선).
최근 이러한 심각성에 따라 어선, 요트와 같은 소형선박의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있어왔다. 전기추진체계, LED 집어등, 경량어구 등의 개발과 휴어제, 엔진교체 지원 등의 제도적인 접근도 있어왔다. 물론 알루미늄, 탄소섬유와 같은 경량소재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개발도 있어왔다. 본 기고 글은 ‘FRP 선박의 친환경 설계는?’라는 관점에서 작성해보려고 하였다. FRP 구조의 경량화 설계 아이디어, 그리고 최근 각광받는 탄소섬유 이야기도 조금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합소재의 기초와 FRP 구조설계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두에 설명을 추가하였다.
[해양복합소재와 FRP 선체 제작]
굳이 ‘해양복합소재’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는 복합소재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FRP 선박에 집중하여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이 글에서는 원자재의 범위와 응용을 선체소재로 사용되는 유리섬유 (강화재, Reinforcement)와 열경화성 수지 (기지재, Matrix)로 제작된 단일적층판 (Single skin plating)의 설계와 생산을 중심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단일적층판은 FRP 구조의 종류로 쉽게 생각하면 섬유를 겹겹이 수지와 함께 쌓아 꾹꾹 누른 부침개 형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선의 선체 외판을 상상하면 된다.
소형선박(Small craft)의 설계와 생산을 다루고 있는 ISO 12215 표준 그룹 (Small Craft - Hull construction and Scantlings)에서는 선체소재 중 하나로 FRP (Fiber Reinforced Plastics)를 다루고 있으며(ISO 12215-5, 2019), 여러 선급에서도 강화 플라스틱 선체 (Reinforced plastic hulls) 섹션을 별도로 다루고 있다. ISO 표준과 선급규정에서는 강화재의 종류로 유리섬유, 아라미드 (Aramid) 섬유 그리고 카본-그라파이트 (Carbon-graphite) 섬유로 정의하고 있으며, 유리섬유와 카본-그라파이트 섬유는 종류에 따라 세부적으로 몇 가지를 더 구분 짓고 있다. 기지재로써는 폴리에스터 (Polyester) 수지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 고강도 구조물 제작에는 에폭시 (Epoxy) 수지가 사용되곤 한다.
아래 사진 (그림 1)은 어선과 요트 제작에 많이 사용되는 유리섬유 매트 (CSM, Chopped Strand Mat), 로빙 (Woven-roving) 직물과 최근 각광받고 있는 탄소섬유 로빙 직물 샘플을 보이고 있다. 우측 사진(그림 2)은 어선과 요트의 선체외판과 보강재의 1:1 스케일 시제품을 보이고 있다.
<그림1 유리섬유와 탄소섬유 직물 샘플, 그림 2 선저판(단일적층판 구조)과 선측판(탑햇구조 보강)>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강선은 설계결과에 따라 선급의 품질인증을 받은 철판을 구매하여 절단, 용접하여 선체를 건조한다. 이러한 건조의 관점에서 보면, 복합소재 선박은 조선소가 원자재인 섬유와 수지를 직접 구매하여 조선소에서 FRP 구조를 제작한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아래 그림은 FRP 선체 제작 공법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적층과 고품질 경량화 선체제작에 사용되는 진공적층성형 과정을 보이고 있다.
<그림 3 FRP 선체 제작공법: 수적층 (Hand Lay-Up)과 진공적층성형 (Vacuum infusion) 공법 (유튜브 캡쳐>
[FRP 적층판의 기계적 성질과 함침율]
FRP 구조를 제작할 때는 섬유와 수지의 무게비율 (함침율, GC: Glass Content)이 매우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강화재인 섬유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FRP 구조의 강도는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스캔틀링의 요구두께가 줄어들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굳이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는 조금 뒤에 추가 설명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림 4 FRP의 강화재 무게비율 (함침율, Glass Content)>
섬유의 직조방식 (Reinforcement Type), 구조형상의 복잡성 (Simple or Complex Surface)과 생산공법 (Open mould or Vacuum Bag)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예를 들어 선체외판(Simple Surface)을 매트(CSM: Chopped Strand Mat)로 제작하는 경우 강화재의 무게비율 (함침율, GC: Glass Content)은 30% 이상이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ISO 12215-5, 2019). ISO 표준에 매우 충실한 이탈리아선급협회 (RINA, 2009)의 룰에서도 구조 적층판은 섬유의 함침율이 30% 이상 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아래 차트(그림 5)는 ISO 표준 (ISO 12215-5, 2019), RINA (RINA, 2009) 그리고Lloyd (LR, 2018) 규정에서 다루고 있는 힘침율 변화에 따른 적층판의 물성 추정식들에 함침율 변화를 주어 그 결과를 비교하여 표현한 것이다.
<그림 5 함침율(Gc) 변화에 따른 적층판의 기계적 성질 예측>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함침율이 커질수록 적층판의 기계적 성질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하지만 실제로는 직물의 강화방식, 수지의 특성과 생산공법 등에 따라 특정 함침율 이후에는 큰 폭의 강도 하락을 보이는게 일반적이다. 이는 재료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러한 추정식이 오랜 기간 동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겠지만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공 (Porosity), 빈공간 (Void), 층간분리 (Delamination), 이물질 삽입 등과 같은 결함 (Defects)까지 반영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하여 실제 스캔틀링 과정에서는 상당한 비율의 안전계수가 반영되어 있다. 위 차트(그림 5)의 결과를 실제 적층판 실험 결과와 비교 분석하여 보면, 그 차이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차트(그림 6)는 어선과 요트 제작이 널리 사용되는 E-Glass섬유 로빙 직물(570g/m2)과 폴리에스터 수지(비중 1.06)를 사용하여 함침율을 변화시키며 적층판을 제작하였고, 이를 ASTM D3039(ASTM, n.d. a)와 D790(ASTM, n.d. d)에 따라 실험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눈에 띄는 부분을 두가지로 요약하면, 실제로 널리 적용되는 함침율 구간인 0.3과 0.4 사이에서도 추정식과 큰 강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고, 또 0.6 이상의 고함침율 이후에는 실험결과의 강도 하락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6 유리섬유 적층판의 함침율 (Gc) 변화에 따른 강도변화 시험 (E-glass 섬유 로빙 직물, 570g/m2)>
[FRP 선체구조 설계와 경량화]
앞서 해양복합소재의 기초와 유리섬유 함침율에 대한 기초개념을 설명하였다. 사실 이 두가지를 미리 설명한 이유가 있는데, 이 챕터에서 다룰 FRP 선체구조의 스캔틀링 과정을 좀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또 이 과정의 이해를 통해 선체구조 적층판을 좀 더 가볍게 설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자 한다.
아래 차트는 ISO 표준과 RINA, Lloyd그리고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전 KST) (KST, 2019 & KST, 2013)에서 다루고 있는 FRP 선체구조 스캔틀링 과정을 요약 비교한 것이다. 샌드위치, 탑햇(Top-Hat) 등 FRP 구조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체외판 단일적층판의 설계를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또 일반적인 스캔틀링 과정과의 비교설명을 위해 FRP 설계 부분을 따로 그룹지어 표현하였다. 구조의 배치와 설계면적 형상의 조건 등 세세한 고려사항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스캔틀링과는 대동소이하고, FRP 설계조건을 보면 앞서 설명하였던 섬유와 수지의 비율에 따른 적층판의 강도 결정이 요구두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섬유의 함침율이 커지면 적층판의 강도가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요구두께는 감소하게 된다. 그러면 함침율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면 요구두께도 무한히 줄어들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미 앞 챕터의 실험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요구두께가 줄어든다고 무게가 계속 감소할까? 스틸이나 알루미늄이라면 그렇겠지만, 비중이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유리섬유와 수지의 조합으로 제작된 복합소재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자! 여기서 경량화 설계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선형과 구조의 배치가 결정이 된 상태라면 즉, 선체에 작용하는 설계하중이 결정되었다면, 이 하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최소무게)의 FRP 설계조건을 찾을 수 있다. 이 때 설계변수는 섬유의 종류, 직조방식 그리고 섬유의 함침율이 될 수 있다. 물론 선급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식을 가지고 최적화를 할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하였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최적화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는 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연구를 진행중에 있으며, 같은 설계조건인 경우에 같은 유리섬유의 다른 직조방식 직물을 사용하는 경우, 몇 가지 다른 직물을 섞어 제작하는 경우, 탄소섬유 직물을 사용하는 경우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한 섬유의 종류를 바꾸지 않고도 함침율만을 최적화하여 선체 중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탄소섬유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부분의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굳이 고가의 탄소섬유를 사용하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경량화를 할 수 있는 FRP 설계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탄소섬유의 우수한 기계적 성질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마지막 챕터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설계의 검증 – 유리섬유 함침율의 확인]
지금까지 설명한 FRP 설계는 정확한 생산이 보장되어야 그 성능이 확보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하였듯이, 조선소에서 직접 소재를 제조하여 선체를 건조하며 또, 복합소재의 특성상 온도, 습도와 같은 환경요인에도 생산품질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조선소에서 제작된 FRP 구조는 어느 정도의 오차가 포함될 여지가 있고, 제작 과정에서 작업자의 숙련도나 작업환경에 따라 작고 큰 결함 (그림 8)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FRP 선체구조 설계에서 함침율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한 만큼, 이 챕터에서는 제작된 적층판의 유리섬유 함침율이 설계결과대로 제작되었는지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제작된 적층판의 기계적 성질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장, 굽힘, 피로, 충격시험 등을 실시한다. 하지만 역시 이 때 중요한 기준은 유리섬유의 함침율이다. 그렇다면 FRP구조의 함침율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간단히 생각하면, 유리섬유와 수지의 비중 그리고 몇 장의 직물이 사용되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제작된 적층판의 무게를 측정한다면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오차는 존재한다. 적층판의 부피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고 내부에는 기공과 void 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TM D3171 (ASTM, n.d. b)에서는 복합재료의 원자재 구성성분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에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강화재와 기지재의 성분비율 즉, 유리섬유 함침율을 계산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산술계산에 의한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시험에 의한 방법이다. 산술계산에 의한 방법은 앞서 간략히 설명한 것과 원리는 동일하다. FRP 시편의 무게와 부피를 측정하고 투입된 유리섬유와 수지의 무게를 통해 비중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 방법에서는 수중치환 고체비중계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두번째, 시험에 의한 방식은 다시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지를 용해 (Dissolution)시켜 섬유만 남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연소 (Combustion)방법으로써 전기로(Furnace)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시험에 의한 방법은 기공이나 void의 오차까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선급에서도 정확한 함침율의 검증으로써 추천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연소시험 방법은 수지를 제거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리대학의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전기로를 기준으로 하소시험(Calcination Test)법을 설명해보겠다.
하소시험의 원리 역시 간단하다. 유리섬유와 수지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하여, 전기로를 적정 온도로 가열하고 수지를 기화시켜 가열 전후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소재의 종류와 적층판의 제작 조건에 따라 여러 차례의 반복실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아래 그림(그림 9)은 E-Glass 섬유 로빙 직물로 제작된 선측판 시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소시험 결과를 차트로 정리한 것이다. 하소시험에는 1,200°C까지 가열할 수 있는 4.5L급 디지털 전기로를 사용하였고, 그림에 있는 분동 내장형 수중치환 고체비중계로 유리섬유의 비중과 부가부피를 검증하였다.
<그림 9 하소시험 장비와 시험결과 사례>
시험에 사용할 빈 세라믹 도기를 가열하여 유기화합물을 최대한 제거하고, 시편을 도기에 넣고 가열한 후 시편 무게의 차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가열과 측정을 반복 실시한다. 위 실험에서는 전기로의 온도를 600°C로 설정하였고 30분 단위로 무게를 측정하였다. 그림에서 도기 내의 시편이 하얗게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때가 시편에서 수지가 모두 기화된 E-glass 섬유의 무게 (blank mass)를 측정하는 시점이 된다. 최종 연소 후 유리섬유의 무게는 10.085g이었으며, 함침율은 62.31%로 확인되었다. 비중계를 사용하여 유리섬유의 비중을 다시 측정하였고, 하소시험 결과와 교차검증 하였더니 이 시편에는 약 4.1%의 부가부피 (기공 등)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산술계산보다는 매우 정확한 함침율과 부피의 오차를 확인할 수 있다.
[선체 소재로의 탄소섬유]
해양복합소재의 기초와 FRP 설계원리에 대해 설명하였고, 글을 마무리 짓기 전에 탄소섬유와 관련하여 조금 추가해보려 한다. 항공산업에서는 탄소섬유를 1960년대부터 이미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자동차산업에서도 F1 그랑프리 출전 차량에서부터 승용차까지 널리 활용하고 있다. 최근 주요 승용차 메이커들도 CFRP(Carbon Fiber Reinforce Plastics)의 차체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그림 10). 조선산업에서는 함정과 같은 특수목적 선박을 중심으로 활용되기 시작하였고, 20여년 전부터는 풀 CFRP로 제작된 럭셔리 요트뿐만 아니라 런어바웃 보트, 웨이크 보드도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그림 11).
<그림 10 BMW i3 CFRP Frame (Life Module Passenger Cell) (유튜브 BMW i3: LifeDrive 캡쳐)>
<그림 11 58ft CFRP Yacht (Wally, n.d.) M80 Stiletto (Tarantola, A., 2013)>
ISO 표준과 선급에서는 탄소섬유의 기계적 성질 (비중, 탄성계수, 변형률 등)에 따라 서너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으며, 등급에 따라 유리섬유를 대신하여 적용할 수 있는 설계 규정을 추가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섬유는 무슨 장점이 있길래 이렇게 각광받는 것일까? 바로 비강도 (Specific strength)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강 SS330의 인장강도가 330MP인데, 도레이(Toray)사의 T700급 탄소섬유의 인장강도는 5GPa에 달한다. 탄소섬유의 비중이 4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능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면 안될 것이 있다. 섬유 원사의 물성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섬유는 수지와 같은 기지재를 통해 형상을 유지해야 구조재로써 유효하기 때문에, 함침이 이루어진 적층판의 물성과 비교해야 공정하다는 이야기이다. 언젠가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탄소섬유 몇 가닥으로 버스를 들어올리는 광고사진을 본적이 있었다. 물론 매우 우수한 소재이긴 하지만 이제 어떠한 과장을 걷어내고 봐야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실제 복합소재로써의 탄소섬유 적층판의 우수성을 확인해보자. 선급의 몇 가지 추정식을 사용하여, CFRP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가 GFRP (Glass Fiber Reinforced Plastics)보다 어떠한 강점이 있는지 비교해볼 것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E-glass 섬유 매트 직물(450g/m2)과 고강도 탄소섬유 로빙 직물(400g/m2)을 동일한 수지를 사용하여 적층판을 제작하며, 이때 각각 10장(ply)의 직물을 함침율 50%로 진공적층성형한다고 가정하였다. 강도, 두께 및 무게 계산을 위해서는 섬유와 수지의 물성이 필요한데, 이는 종류와 메이커에 따라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ISO 표준에서 제시된 값을 적용하였다.
<그림 12 GFRP vs CFRP (Glass Content: 50%) (ISO 12215-5, 2019 & RINA, 2009)>
계산 결과를 보면, CFRP를 사용하는 경우 GFRP보다 약 두배정도의 강도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약 10% 정도의 무게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무게 감소 효과가 생각보다 작은 이유는 물리적으로 판의 두께를 계산한 것이기 때문이며, 같은 양의 하중을 받는 선체 외판이라고 가정하여 선급 규정을 적용하면 CFRP의 요구두께 감소율을 비교 추정할 수 있는데, RINA 규정을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GFRP 대비 약 13%정도의 요구두께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최종적으로 GFRP 대비 약 23%의 경량화를 기대할 수 있는 수치였다. 앞서 설명하였던 탄소섬유의 우수성을 생각한다면, 약간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예제에서는 구조의 형상과 배치가 고려되어 있지 않았고 강도향상에 따른 적층판의 설계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선급의 추정식은 실제와 달리 다소 보수적인 결과값을 보이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CFRP 선체의 경량화와 관련하여 작성된 보고서들에 따르면, GFRP 선체대비 30-50%까지 경량화가 가능하고 약 6~8%의 연비 향상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서도 약 45%의 경량화 효과(16m CFRP 선박)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탄소섬유가 경량화에 효과적인 소재라면 강판을 대체하면 될 것 아닌가? 소형선박의 소재를 전부 CFRP로 대체하면 될 것 아닌가? 이 글에서 다 얘기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선박의 규모(건조기술)와 원자재 비용의 문제이다. 어떠한 보고서에서는 선가의 상승을 고려하였을 때 CFRP 선박은 최종적으로 3-5배 정도의 비용 상승이 요구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이즈, 생산기술, 의장품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팩트는 직물의 원가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유리섬유보다 30배에서 50배 가까운 비용상승이 발생한다는 것이고(Gurit, n.d.), 직물의 원가뿐만 아니라 소재의 변경에 따른 선형의 변화, 몰드의 수정, 생산기술의 변화 등 부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소재를 경제성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최근에는 건물과 교량에도CFRP와 같은 복합소재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조선산업에서도 선체뿐만 아니라 탑사이드와 부품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탄소섬유를 경량화를 위한 마법의 소재로 생각하기보다는 목적과 경제성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응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해양복합소재의 기초와 경량화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면서 사실, 전공 강의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내용들이 많아 다소 건조하게 전달될까 걱정되었다. 웹진에 기고를 권유 받았을 때에도,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기초지식을 전달할까?’도 고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어떠한 주제가 관심있는 주제일까?’가 고민이었다. 사실 최근에 핫한 딥러닝, 인공지능, 초고속 통신 기술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정리된 설계와 복합소재 설명자료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상식과 사례를 들어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는데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배출가스 절감과 친환경 성능 확보 그리고 건조기술의 혁신은 이미 조선해양산업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IT, 로봇, 신소재 기술은 물론이고 인공지능, IoT, 디지털 트윈까지 거의 모든 최신기술이 조선해양에 적용되고 있다. 반면, 수적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0톤 미만의 소형선박 개발기술은 어떨까? 여전히 세계를 리딩하고 있는 우리 조선해양기술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형선박과 관련된 일들을 해오면서, 배는 작지만 다양한 기술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FRP 조선소 현장의 상황도 매우 중요했고 때에 따라 제도와 법규의 이해도 필요했다. 하지만 확신이 들었던 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난관을 해결할 수 있을 있다는 것이었고, 나아가 세계기술을 선도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여러 분들에게도 함께할 수 있는 길은 활짝 열려 있음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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