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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9
[깊이 보는 뉴스 읽기]

 깊이 보는 뉴스 읽기 소개

<조선해양/에너지 분야의 뉴스를 골라 뉴스의 이면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미디어는 흔히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이 창이 깨끗하지 않다면 우리는 세상을 잘못 보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오해하기 쉬운 중요한 뉴스들의 진실과 이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2018년도는 LNG 운반선 발주 붐으로 뜨거운 한 해였습니다. 2019년도 역시 그 기세는 여전합니다. 올 해 100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 될 수 있고, 그 중 대부분을 한국 조선소들이 석권할 거라는 예측과 뉴스들이 많습니다. 그럼 왜 한국 조선소들이 발주되는 대부분의 LNG 운반선을 석권한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할까요? 여러 이유 중에서 흔히 회자되는 것이 “경쟁국인 중국의 LNG선 건조 실력이 형편없다” 입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CESI Gladstone이라는 LNG 운반선이 중국에서 건조된지 2년만에 수리 불가능한 문제로 폐선 되었다는 사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많은 기사가 나옵니다. 


                                


이 중 검색 결과 최상단의 기사를 보겠습니다.

===중략===

국제 LNG 가격은 톤당 430달러 수준으로 180억달러 수입량은 LNG 약 4200만톤 물량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발주되는 174k급 LNG운반선이 연 평균 67만톤 가량의 LNG를 실어나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척 정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은 해당 물량을 자국 조선소에 선뜻 내주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중국 조선소가 LNG선 건조에서 치명적 결함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글래스스톤 호가 운항 중 멈춰선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선박은 수리를 받다가 결국 폐선됐고 이는 지난해 전세계 LNG선 물량이 한국으로 쏠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후략===


저는 조선소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 조선업의 부활, 특히 LNG선 시장에서의 독주로 행복합니다. 하지만, 사실과 희망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후동중화 조선소에서 건조한 CESI Gladstone 호가 건조한지 2년도 되지 않아 고장을 일으켜서 폐선 되었다는 뉴스와 이 뉴스의 소스가 된 모 증권사의 보고서가 자주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 현재 기준으로 이 배는 멀쩡히 잘 운항 하고 있습니다.

이 배가 운항을 개시한 후 얼마 후에 고장을 일으켰던 것은 사실입니다. 최초 이 배가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여 계선된 시점이 2018년 6월 21일 이었고, 그에 대한 외신이 2018년 6월말에 많이 나왔습니다. 그중 2018년 6월 27일 splash247이라는 외신에서 논평한 내용이 국내 언론에 지속적으로 인용이 되었습니다.

China delivered its first LNG carrier 10 years ago and has since competed with Japan and South Korea for orders of this lucrative, high tech ship type. However, reliability issues have plagued a number of Chinese-built gas carriers compared to those coming out of rival East Asian rival yards. Indeed, the first ever Chinese-built LNG carrier, the Dapeng Sun, also built at Hudong-Zhonghua, had to go in for lengthy repairs in Singapore 14 months after it was delivered.

2018년 6월 18일 호주에서 LNG 선적을 하고 출항 후 2018년 6월 21일 항행 불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후 터그 보트가 6월 24일 도착해서 6월 27일 인근의 PNG Rabaul 항구에서 긴급수리를 해서 7월 5일 재출항 했습니다. 즉 6월 27일자 외신으로는 배에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수리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문제였는지는 분명치 않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배는 2018년 7월 5일 재출항했고 이 사실이 2018년 7월 10일자 외신으로 나왔습니다. 그 후 이 배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외신 보도가 나온게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 특히 EBN에서 6월 28일, 8월 13일, 10월 24일에 같은 이슈를 지속적으로 기사를 내면서, 조금씩 내용이 강하게 표현됩니다.

EBN의 2018년 8월 13일자 기사의 경우에는 "사실상 두달째 회복 불능" 이라는 표현을 썼고, 2018년 10월 24일자 기사의 경우에는 "시운전 2년여만에 폐선된다"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 이후 CESI Gladstone은 폐선된 것으로 국내에 알려졌고, 중국 LNG선의 품질 문제의 대명사가 되었고, 최근까지도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 배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정말 폐선되어 고철이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현재도 정상적으로 잘 운항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6월 4일자 이 배의 현황입니다. Status: Active 로서 싱가폴에 입항한 상태입니다.

                                                                   

CESI Gladstone의 운항 기록 더 찾아보면 2018 7월에 수리를 하고, 8월1일에 호주에서 LNG를 선적한 이후 매월 1회씩 정상적으로 선적-운송-하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Vessel tracker등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CESI Gladstone이 LNG를 받아오는 APLNG 플랜트가 2018년 7,8,9월에 정기 보수를 하면서 그 기간 동안 LNG 생산량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CESI Gladstone의 문제가 심각했다면, 이 배를 9월말까지 철저하게 수리를 한 이후 투입을 했을 것입니다. LNG 생산량도 떨어진 시점이었고, 여름에는 중국에서 LNG가 급하게 필요한 시기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항 기록을 보면 이 기간 정상적으로 운항을 했습니다. 즉, CESI Gladstone의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최초 PNG에서의 수리 이후 이 배는 수리조선소로 들어가지도 않았고 계속 정기 운항을 하고 있습니다.

즉, 결론적으로 이 배가 심각한 기술 결함이 있었고, 수리가 불가능해서, 폐선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공개된 정보로는 확인과 검증이 안됩니다. 사견입니다만, 이런 오보는 희망섞인 추측이 와전되어 확산된 "가짜뉴스"라고 판단됩니다.

국내 조선산업의 위상과 LNG운반선 건조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중국조선업과의 경쟁은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입니다. 사실에 입각해서 경쟁자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노력하는 우리 업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담이지만, 최근 국내 조선업계가 관심을 가지는 LNG 벙커링선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선가 차이가 1.5~2배에 달합니다. 심각한 사안입니다. LNG 추진선과 벙커링선은 미래의 중요 시장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슷한 기능의 선박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언론 기사나 전문가들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중국이니깐 "품질이 떨어진다" "덤핑이다" "우리가 지배자다" 라는 식의 태도로는 고객을 설득하고 수주로 연결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01년 일본의 LNG운반선의 선가는 2억5천만 달러였고, 한국의 LNG선의 선가는 1억6천만 달러였습니다. 그 때 일본 조선소들은 한국의 LNG선이 "품질이 떨어진다" "운항 중 멈출거다" "덤핑을 제소하겠다" 했습니다만, 결국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국 조선소가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혹 한국 조선산업의 종사자들이 성공의 추억에 젖어, 제일 중요한 경쟁자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과거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최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늘 도전자의 실력과 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각고의 노력을 더하는 멋진 챔피언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글 : 아이덴하우스 권효재 대표
 
jay.kwon@idenhouse.com>